■ 짜오! 차이나 (조회환, 구양근 외 지음/해냄 펴냄)

중국이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 수도 베이징은 곳곳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서 도시의 지도를 바꿔야 할 판이다. 경제수도라고 할 수 있는 상하이는 베이징보다 더하다. 푸동지구에 신축중인 빌딩만도 700여개이고 80층이 넘는 빌딩도 수두룩하다.

중국에서는 21세기는 중화문명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2010년에는 미국 경제와 견줄 수 있으며, 2030년에는 미국의 두 배를 초월한 슈퍼 강대국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시대흐름에 따라 바뀌지 않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 선조들이 알고 있었던 환상적인 나라, 혹은 6.25때 참전한 ‘오랑캐’라는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학연구회에 소속된 31명의 현직 중문과 교수들이 생각을 모아 펴낸 ‘짜오! 차이나’는 우리가 오해하는 중국의 과거 이미지를 교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에는 중국인도 놀랄만큼 급격히 바뀌어가는 중국의 혼란상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31가지의 글이 실려있다.

특히 변화의 한 가운데 선 중국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노혼병에 시달리는 중국’(강계철·한국외대 중국어과 교수)은 중국의 근대화를 가로막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강교수는 중국인의 자식에 대한 무리한 교육열, 인권보다는 금권이 우위인 인권 경시풍토, 법보다는 개인적인 정리를 우위에 두는 풍조, 협력할 줄 모르는 민족성, 공덕(公德)정신의 부재 등을 근대화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들고 있다.

또한 ‘중국의 경제적 잠재성에 대한 오해’(이병진·평택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의 잠재력이 현재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교수에 따르면 국영기업의 재정은 심각한 부실상태에 빠져있으며 실업문제 역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주요 은행은 부실채권에 시달리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이 96~98%에 달하는 중국시장에 질려 철수해야 했던 사회현실 등은 중국의 잠재력이 자칫 성급한 기대로 끝날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다.

‘짜오! 차이나’는 또 중국이 얼마나 이상한 나라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 후통의 전통가옥과 고층 빌딩이 공존하며 인력거와 벤츠가 나란히 달리는 나라, 사회주의 이념을 고수하면서도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포용하는 나라, 제 이름 석 자를 못쓰는 문맹 인구가 넘쳐나도 인공위성은 쏘아올리는 나라, 새로운 경제대국을 꿈꾸면서도 중국판 망국병인 ‘노혼병’에 시달리는 나라, 가난한 강대국에서 부유한 세계질서 주도국으로의 변신을 꾀하며 21세기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거대한 잠재성을 품고 있는 12억 인구의 중국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는 21세기를 논할 수 없다. 따라서 역사의 허상에서 깨어나 중국의 오늘을 직시할때 비로소 중국의 잠재성을 바로 평가할 수 있으며 내일의 도약을 꿈꾸는 젊은 중국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짜오! 차이나’는 그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책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07 19:59


조철환·주간한국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