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닌에 대해 말하지 않기

세상이 바뀌었다. 한때 지구상의 절반을 차지했던 ‘현실 사회주의’는 완전히 몰락했고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레닌의 이름도 함께 사라졌다.

‘레닌에 대해 말하지 않기’는 잃어버린 레닌을 다시 끌어냈다.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글은 모두 레닌을 다르게 읽고 다르게 말한다. 따라서 현재의 이론적, 정치적 상황에서 레닌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은 거의 다 녹아들어 있다.

이 책은 서구의 좌파학자들이 반년에 한번씩 출간하는 평론지인 ‘역사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 제3호(1998년 겨울)에 실렸던 토론을 정리한 것이다. 그 때문인지 그만큼 논쟁적인 성격이 강하다.

토론 진행은 사이먼 클락(Simon Clarke), 하워드 차도스(Howard Chodos)와 콜린 헤이(Colin Hay)가 발제문을 제출하고 그에 대해 나머지 전문가들이 비판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쟁점을 발전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클락, 차도스와 헤이 입장에서는 반론을 펴지 못하기 때문에 억울하겠지만 지면상일지라도 논쟁의 맛을 볼 수 있으니 우리로서는 새로운 책읽기의 경험이 될 듯하다.

여기 모인 다양한 사유의 방향들은 레닌을 통해 정치적 조직화의 현재성을 다시 질문하고 그에 상응하는 철학적 입장을 도출하려는 일종의 이론적 실험이다. 물론 솔깃한 부분도 있고, 그다지 미덥지 못한 부분도 있으며,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주장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이후, 9,000원.

◐ 암자가 들려준 이야기

소설가이자, 옹달샘 같은 암자의 정취를 좇아 잔잔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정찬주씨가 ‘암자로 가는 길’, ‘길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에 이어 세번째로 산중 이야기를 써냈다.

작가는 암자(庵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암자란 수행자들이 머물다 가는 거처이자 구도 정신의 본향 같은 곳이다. 암자는 나를 맞아 편하게 하는 어머니 같은 곳이자 흐트러진 나를 추스르게 하는 침묵의 자리다.”

그러한 깊은 산중의 암자를 2년8개월에 걸쳐 찾아다니며 들었던 이야기에 동화 형식을 빌린 네 편의 산문을 추가한 것이 바로 ‘암자가 들려준 이야기’다. ‘산새와 더불어 살다’, ‘달은 어디로 갔는가’,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차나 한잔 마시게’등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불교의 진리와 지혜를 그림으로 소개하는 김복태씨의 그림과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복잡한 일상의 소음을 싸리비로 쓸어낸 단아한 마당이 있고 그곳에서 우리는 가난한 암자 같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해맑은 존재들과 마주할 수 있다. 열림원, 7,500원.

◐ CD롬과 함께 가는 태양계 여행

지난 100년 동안 인간은 각종 천체 망원경과 우주 탐사선을 통해 지구가 속해있는 태양계에 대해 수많은 것을 탐구해 왔다.

그 결과 단순한 호기심을 푸는 수준을 떠나 인간관, 세계관, 우주관을 변화시킨 많은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믿었던 달은 먼지와 바위만 무성한 위성에 지나지 않았고, 외계인의 본거지라고 추측했던 화성에는 붉은 먼지 폭풍만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 책은 태양계에 관한 최신 정보와 자료들을 1,000여장의 칼라사진과 상세하고 체계적인 설명으로 정리하고 부족한 내용을 최신 기법의 CD롬으로 함께 엮어냄으로써 독자들이 태양계의 특성과 원리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책은 또 그 수준을 중·고등학생에 맞추면서도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풀어썼다. 사이언스북스, 1만5,000원.

◐ 깨어진 거울의 눈

회화와 조각, 음악과 영상 등 다른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현대 문학의 본질을 밝히는 새로운 문학 입문서. 서울대 국문과 신범순 교수와 조영복씨가 함께 지은 이 책은 생경한 서구 이론을 소개하거나 문학에 관한 이론적 접근으로 일관하던 기존의 태도에서 벗어나 예술적 감동을 중시하면서 문학과 예술의 세계에 다가간다. 현암사, 1만2,000원.

◐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부처님을 향한 종교적 염원과 옛 사람의 미의식을 바탕으로 창조된 다양한 사찰 조형물과 장식문양의 상징 의미를 쉽고 친절하게 해석해주고 있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그림과 조각, 그리고 건축물 등을 통해 지상에 불국세계를 펼치고자 했던 불자들의 염원과 중생들을 향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롯이 담겨 있다. 돌베개, 1만5,000원.

◐ 법원은 일요일에도 쉬지 않는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는 차병직 변호사의 법률 에세이. 우리 사회에 잘못 알려진 법률상식에 대한 자상한 설명과 함께 우리나라 인권운동의 현주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레스21, 9,000원.

◐ 불교와 유교

성리학의 성립이 불교 사상, 특히 선과의 교섭과 대립을 주요 계기로 삼아 이뤄졌다는 시각아래 쓰여진 책. 유불 양교를 감싸는 공통의 토양을 찾아 사상 이행의 본질을 해명한 본격적인 연구서다. 예문서원, 1만8,000원.

◐ 노자의 웃음

유가와 불가, 그리고 도가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늘 무엇엔가 쫓기는 느낌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웅진닷컴, 7,000원.

조철환·주간한국부

입력시간 2000/05/1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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