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남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1명의 여자를 치료하는 것이 더 어렵다.’ 한방의서에 기록되어 지금까지 한의계에 전해지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질환의 치료는 쉽지 않다는데 많은 의료인이 공감을 표시한다.

여성의 경우 섬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다 남성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특유의 생리현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특유의 생리현상이란 바로 월경이다. 월경이란 성숙한 여성이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준비과정 중 수정란이 착상하지 않았을 때 자궁으로부터 점막의 괴사를 수반하는 자발적인 자궁출혈이 주기적이고 규칙적으로 반복하여 일어나는 생리현상을 말한다.

대부분의 여성은 14세 전후에 초경을 경험하고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겪으면서 49세 전후의 폐경에 이르기까지 한달에 한번씩 주기적인 생리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한방에서는 월경의 증상여부를 가임여성의 건강상태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지표로 삼았으며 치료에 있어서도 제1의 원칙으로 조경(調經), 즉 정상적인 월경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월경이 여성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생리현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여성이 정상적으로 월경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남들과 달리 한달에 생리가 두번씩 있거나 40-50일에 한번 있다든지, 또는 아예 2-3개월에 한번 월경이 있는 등 월경주기가 극히 비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여성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월경주기가 일정하지 않거나 출혈량 또는 지속기간에 이상이 발생한다든지 아니면 월경 혈의 색에 이상이 있는 월경의 병적 이상상태를 월경불순이라고 한다. 월경불순의 발병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대개는 자궁 및 그 부속기관의 장애, 오장육부 기능의 비정상, 정서적 불안정, 외부 환경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여성이 월경불순을 질병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가볍게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실례로 월경의 병적이상 상태가 지속되는 여성의 경우 으레 다른 사람도 그려려니 하는 마음에 편하게 생각하고 치료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미혼여성의 경우 산부인과 출입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월경불순에 따른 고통에도 불구하고 아예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월경불순은 많은 여성이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하거나 단순한 증상이 결코 아니다. 당장의 불편함은 물론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채 방치해 두었다가는 자궁의 발육부전이나 자궁기능의 이상을 초래, 불임 또는 조기폐경을 야기하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경불순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발생가능한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월경불순의 한방치료는 약물요법과 뜸요법 등이 이용된다. 약물요법은 ‘조경탕’을 기본으로 자궁의 발육을 촉진시키고 난소의 생리기능을 강화시키면서 자궁의 기능을 조절해주는 처방을 병용한다.

또 하복부와 허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뜸요법도 병행한다. 약물요법과 뜸요법을 병행할 경우 증상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2-3개월 정도 치료로 증상이 크게 호전된다.

월경불순은 여성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발생가능한 흔한 질병이다. 그래서 치료를 등한시하다 최악의 파국을 맞는 경우가 여타 질병에 비해 흔하다.

그러나 월경은 임신과 출산, 각종 여성질환 등 여성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리현상으로 여성건강의 척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여성의 경우 월경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자세가 중요하며 특히 초경을 시작한 사춘기 소녀의 경우, 본인보다 부모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원장

입력시간 2000/05/1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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