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드레아 보첼리·정명훈&조수미

‘비극은 그것을 비극이라고 여기는 사람에게만 비극일 뿐이다.’

영혼의 목소리를 지닌 맹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42)가 세계 정상급 지휘자 정명훈, 한국이 낳은 최고의 프리 마돈나 조수미와 함께 5월17일 오후 8시 수원 야외음악당 무대에 선다.

보첼리는 포도와 올리브로 유명한 이탈리아 토스카니 출신의 테너. 그는 6세때부터 피아노 플루트 색소폰을 배웠고 오페라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비범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12세때 축구를 하다 머리를 다쳐 뇌가 손상돼 완전히 시력을 상실했다.

그는 이것을 비극이라 여기지 않고 학업에 전념, 피사대학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변호사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못해 전설적인 테너 프랑코 코렐리의 사사를 받으며 인생의 전환을 시도한다.

그러다 이탈리안 록의 전설 주케로가 듀엣용으로 제작한 ‘Miserere’ 녹음을 위한 오디션에 발탁돼 함께 듀엣 공연을 하면서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지난해 선보였던 ‘Sogno 꿈’은 발매 즉시 빌보드차트 5위 내에 진입했을 정도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클래식적인 음악성 외에 칸쵸네 등 대중적 친화력까지 갖춰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치열한 공연 유치 경쟁 대상이 되고 있는 성악가 겸 가수다.

세계가 아끼는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보첼리의 만남은 1997년 정명훈이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국립 아카데미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활동할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세계를 위한 찬송’(1997년·폴리그램)에서 시작해 ‘영혼의 아리아’(1999년·유니버설)에 이르기까지 성가곡 중심의 보첼리 음반 상당수를 정명훈의 지휘로 제작했다. 그런 인연이 이번 한국 무대를 이끌게 됐다.

여기에 2004년까지 공연 예약이 끝났을 정도로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조수미까지 가세,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조수미는 ‘신이 내려준 목소리’(카라얀), ‘동양의 소프라노가 서양을 가르친다’(주빈 메타) 등의 극찬을 받는 최정상의 소프라노다. 이탈리아 성악의 정수인 벨칸토 창법을 이탈리아 성악가보다 더 완벽하게 구사하는 조수미와 ‘영혼의 목소리’ 보첼리, 여기에 지휘자 정명훈의 결합은 ‘가정의 달’ 5월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큰 문화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텔레비젼

극단 ‘고리’의 창단 공연작. 디지털 시대에 점점 잃어가는 인간의 본질 문제를 모티브로 해 입체적이고 구체화된 무대로 꾸몄다. 1966년 미국 뉴욕에서 실험적인 극작가 장 클로드 반 이탤리와 조셉 제이킨 연출로 오픈 시어터에서 초연됐던 작품이다.

월남전을 위시한 정치 비판과 세대간의 갈등을 텔레비전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풍자한 작업이다. 가치판단의 기준이나 잣대가 대중매체에 불과한 ‘바보상자’ 텔레비전에 위해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이슈다. 황두진 번역, 정달영 각색, 임창빈이 연출했다.

연극배우 손숙을 비롯해 슈퍼모델 홍진경, 개그맨 김미화 여윤정 이칠선 정경숙, 가수 한스밴드 등이 우정 출연한다. 공연 수익금의 일부는 에디오피아 참전용사 후원회에 기증된다. 또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17일 오후 3시에는 천리안 장애인 동호회, 25일에는 성북 시각장애인 복지관, 6월1일에는 은평 노인종합복지관 단체에게 무료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02)2238-1174

5월10일~6월11일 화수목 오후 7시30분,금토일 4시·7시/인켈아트홀 1관


모세(Mose)

한국에서 초연하는 초대형 오페라. G 롯시니의 장엄한 서사극 오페라로서 고대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과정을 5,000년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온 한국인의 모습에 오버랩시켰다.

한국의 대표적 베이스 김요한이 타이틀롤을 맡아 열연하고 소프라노 김인혜, 테너 김종호 조성환 등 이탈리아에서 수학하고 있는 성악가 24명이 출연한다. 연출은 중견인 장수동씨가 맡았다. 이밖에 서울 필하모닉오페라합창단 40여명, 조승미발레단 12명 등 제작비만 총 4억여원이 소요된 대작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롯시니 오페라에 정통한 지휘자 마크 깁슨을 초빙했다. 무대도 이탈리아에서 활동중인 무대 디자이너 지오바니 피오렛토를 데려와 보다 스펙터클하게 꾸몄다. 전4막을 이탈리아 원어로 공연하며 한글 자막이 제공된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이 창단 10주년 기념행사로 기획했다. (02)543-2351~2

5월18~24일 오후 7시30분/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영화]

· 쉘 위 댄스

일본내에서 220만 관객을 동원한 휴먼 코미디. ‘시코, 밟아버렸다’(1992년)로 그해 일본의 각종 영화상을 휩쓴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네번째 연출작으로 기획, 각본, 연출 등 1인3역을 혼자 소화했다. 한 대기업의 순진한 40대 경리과장이 엉겁결에 댄스 교습소에 입회, 이성과 손은 잡고 끌어안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활력을 되찾게 된다는 스토리. 이 영화로 일본에서 사교댄스 붐이 일기도 했다.

5월13일 개봉/피카디리 명보 시네코아


[연극]

· 고도를 기다리다 보면

현대의 대표적인 부조리 연극인 원작 사뮤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한번 더 부조리하게 해석한 작품. 현대인의 모습을 무대 위에 투영시켜 재미나고 감각적으로 각색했다.

원작에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에게 두 가지 성격이 부여돼 있으나 여기에 더 풍부한 등장 인물 캐릭터를 만들어냄으로써 이들간의 조화와 행위를 통해 기다림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02)762-0010

5월10일~6월30일 오후 7시30분(주말 4시30분·7시30분)/소극장 오늘·한강·마녀

· 헝겊 인형의 꿈

소극장의 공간적 특징을 살려 관객이 부담없이 즐기도록 만든 작은 음악극. 브레히트의 서사극 같은 창작극으로 작은 공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대사를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 소외계층, 특히 여성의 자아실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연기는 전체적으로 인형 무용수의 동작과 같이 이뤄지는데 인형 자체가 갖는 경직성을 보여줌으로써 현실과 가상의 세계의 벽을 인식시켜 준다. (02)762-0810

5월28일까지 오후 7시30분(주말 4시30분·7시30분)/대학로 정보소극장


[콘서트]

· 윤희정& Friends

가슴이 벅차도록 풍부한 성량과 호소력 짙은 감성을 지닌 윤희정이 꾸미는 재즈 무대.

이 무대에는 탤런트 김미숙과 박상원, 바리톤 김동규, 소프라노 김원정, 가수 박미경 유열 이예린, 모델 오미란, 뮤지컬배우 최정원 등 최정상급의 스타들이 민병진(서울치과원장) 권희덕(성우) 등 재즈 마니아와 함께 애창곡을 부르며 열띤 무대를 꾸민다

. 한국 가수로는 드물게 본토 흑인 재즈를 구사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윤희정의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을듯. (02)3701-5771

5월13일~20일 오후 7시30분/문화일보홀


[미술]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권정선(28)의 첫번째 개인전. 기다림과 외로움의 이미지를 겨울과 연관시켜 표현했다. 특히 지난해 지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사별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 잠겨있다 아버지를 따라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에 대한 슬픔의 이미지가 작품 전반에 깔려있다. 그런 연유로 20대의 젊은 작가답지 않게 무거운 단색 수묵화를 사용하고 있다.(02)722-9883

5월10일~16일/삼정아트 스페이스

· 강준호 개인전

조각가 강준호(32)의 두번째 개인전. 작업실이 있는 신갈 주변의 도로를 건설하면서 잘라낸 참나무를 그대로 주워서 작품을 제작했다. 참나무의 거칠면서 쪼개짐이 심한 성질을 통해 현대인의 자연 경시 풍조에 대한 저항을 표현했다. 자연과 생명, 내면의 자아의 소통 관계를 거친 통나무의 재질로 보여준다. (02)735-2655

5월10일~16일/인사갤러리.


[전시]

· 우리 옷, 고은 옷

전통 복식 연구가인 권기호의 한복 전시회. 권기호는 중요 무형문화재 침선장인 정정완 선생의 전수자로 수년간 복식의 역사적 이론을 수련해왔다. 한국 공예대전에 수차례 입선했고 전승공예대전에서도 여러차례 수상했다. 아이들의 색동당의에서 녹포와 사규삼 주머니와 토시 강원굴레 호건 남녀혼례복 황원삼 등 다양한 전통 한복을 선보인다.

5월9일~18일/세미화랑


[음반]

· ‘Desirous infection’

박정원(보컬) 김수한(기타) 김형중(베이스) 추명교(드럼) 등으로 구성된 헤비메탈 밴드 디아블로(Diablo)의 첫번째 앨범. 1993년 결성된 디아블로는 슬래시 메탈과 하드코어가 결합된 파워 메탈을 구사하는 그룹으로 시사와 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가사와 파워풀하면서도 안정감있는 연주로 록마니아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앨범곡중 영어로 된 5곡은 하울링 불을 통해 미국과 일본에서 싱글로 발매된다. 5월15일 대영AV사 발매.

■계원조형예술대학 애니메이션과 졸업반 학생 7명이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아빠하고 나하고’(Daddy and I:1999년)가 2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자그레브 영화제(Zagreb 2000) 본선에 최초로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금까지 앙시(이성강의 ‘덤불속의 재’·1999년), 오타와(나기용의 ‘Subway’·1996년), 히로시마(정동희의 ‘Open’·1996년) 등의 영화제 본선 진출 사례는 있었으나 자그레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계부에 의해 성폭행당하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짤막한 단편으로 성의 상품화와 이중 윤리, 가부장제, 사회적 억압 등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베타캠 포맷에 2D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법을 채용했으며 상영시간은 7분이다. ‘자그레브 2000’은 6월21일부터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5일간 열린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0/05/10 18:56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