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의 ‘러브레터’(I LOVE YOU)에 전세계가 떨고 있다. e-메일을 통해 전파되는 컴퓨터 바이러스 ‘러브’(LOVE)가 불과 며칠만에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300만대 이상의 컴퓨터를 마비시켰다. 피해액은 적어도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러브 바이러스의 파괴력은 무서운 전파력과 변이(變異) 능력에 있다. 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4월 전세계를 강타한 멜리사 바이러스보다 더 쉽고, 더 빠르게 e-메일을 통해 퍼져나간다.

‘I LOVE YOU’ 메일을 여는 순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아웃룩(Outlook) 시스템을 통해 주소록에 등재된 모든 사람에게 꼭같은 메일이 날아가는 것이다.

또 조크(JOKE) 등 10여개의 변종 바이러스까지 출몰, 미 백악관과 의회, 국방부 등 주요 국가기관은 물론 AT&T, 메릴린치 등 대기업과 금융·언론기관의 컴퓨터 시스템도 큰 피해를 보았다.

네티즌들은 도착한 e-메일을 감히 꺼내보지 못하는 ‘러브 공포’(LOVE HORROR)에 시달리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안철수연구소 등 백신업체에 접수된 러브 바이러스 피해관련 신고는 120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러브 바이러스의 출처는 아직 모호하다. 전세계로 전파시킨 범인의 e-메일는 ‘’인데 마닐라에 사는 22세 청년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사건은 컴퓨터와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된 우리의 현대 문명이 사이버 테러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이버 세계나 인터넷 세상이 우리에게는 21세기의 ‘유토피아’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에 앞서 테러 방지 대책이 절실하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이제 시작일뿐이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0/05/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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