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와 CA’, ‘빌 게이츠(Bill Gates)와 찰스 왕(Charles Wang)’

대부분의 사람은 “MS와 빌 게이츠는 누군지 알겠지만 CA와 찰스 왕은 도대체 누구냐”라고 물을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질문을 대기업 전산담당자에게 한다면 CA는 어느새 MS와 동급의 회사로 올라서고, 찰스 왕 역시 빌 게이츠와 맞먹는 유명세를 갖게 된다.


세계 1,000대기업중 95%가 사용

흔히 CA로 불리는 ‘컴퓨터 어쏘시에이트’(Computer Associates)는 기업 소프트웨어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이다.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 1,000대 기업 중 95%가 CA의 전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1999년 한해동안 63억달러의 매출액과 22억4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린, MS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소프트웨어 회사다. CA는 세계 43개국에 160개의 지사를 두고 있으며 CA의 직원수는 1만8,000여명에 달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DC에 따르면 CA는 인터넷 보안(점유율 22%), 클라이언트-서버(30.6%) 등 기업 전산분야에서 2위인 IBM보다 두배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CA가 생산하는 제품은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정보관리, 애플리케이션 개발, 제조·재무 프로그램 등 500여 가지에 이른다. 기업을 건물에 비교한다면 CA는 기초, 배관, 배선 망을 공급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1976년 설립된 CA가 불과 24년만에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해 CA의 발전은 중국계 이민자로 올해 55세인 찰스 왕 회장의 성공담이나 다름없다.

왕 회장은 8살때인 1955년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으로 옮겨온 이민 1세다. 아버지 케네스 왕은 모택동이 정권을 잡자 중국을 탈출해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국제법을 가르쳤고 어머니는 콜럼비아 대학에서 도서관 석사학위를 밟았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 찰스 왕도 몸으로 때우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3형제중 둘째였던 찰스 왕은 아버지를 닮아 공부를 잘했던 형제들과는 달리 성적이 별로였다. 그러나 사업가로 갖춰야 할 덕성인 야심과 친화력은 남달랐다.


사업가적기질인 야심·친화력 겸비

퀸스칼리지를 졸업한 찰스 왕의 대학시절 전공은 수학. 찰스 왕은 고교시절 수학과목에서 F학점을 받았는데 이것에 자극을 받아 수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찰스 왕은 또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언변을 갖췄다.

찰스 왕이 컴퓨터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67년 콜롬비아대 리버사이드 연구소에 프로그래머로 취직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찰스 왕은 단한번도 컴퓨터를 만져본 적이 없었지만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가 뛰어난 말솜씨로 밀어붙여 프로그래머로 채용됐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로서 찰스 왕의 실력은 그의 말솜씨보다는 못했던 모양이다.

그가 성공의 밧줄을 잡은 것은 1976년 세 명의 동료들과 함께 CA를 설립, 본격적인 경영자로 나서면서 시작됐다. 매일 아침 식사를 오너인 찰스 왕의 집에서 함께 할 정도로 연구에 매달렸던 동료들이 은행, 항공사 등 대규모 전산환경의 메인프레임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이다.

이후 찰스 왕은 정보시스템 환경이 메인프레임에서 데스크톱 PC와 LAN 위주의 클라이언트 서버 컴퓨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유니센터 TNG를 개발해 성공의 길로 올라섰다.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회사키워

경영자로서 찰스 왕의 실력은 회사가 커지면서 빛을 발했다. 그는 CA가 직접 개발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는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해결해나갔다.

1994년 데이터베이스 관리 제품을 공급하는 ASK/잉그레스를 3억1,000만달러에, 1995년에는 시스템 관리 기술을 갖고 있는 리젠트사를 18억달러에, 1996년에는 저장장치 관리 제품을 공급하는 샤이엔사를 12억달러에 인수했다.

1996년 CA의 라이벌인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이 “인수·합병을 일삼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하이에나”라고 찰스 왕을 혹평했지만 욕을 먹는 만큼 CA는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하지만 이처럼 잘 나가는 CA에게도 극복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제품특성상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 부문의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10년이상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 경제가 급작스럽게 하강국면에 빠져들 경우 CA 역시 쉽게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와 관련, 1999년초 한때 2.81까지 개선됐던 유동비율(유동부채에 대한 유동자산의 비율)이 지난해 말에는 0.87까지 급속히 내려간 것은 주목할 만한 상황 변화다.

왕 회장이 동양계 이민자라는 점도 장기적으로는 CA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여전히 백인이 주류인 미국 경제계에서 동양계 인물이 최고경영자라는 점은 결코 강점이 될 수 없다.

요즘에는 많이 개선됐지만 찰스 왕에 대한 혹독한 비난이나 왕 회장이 부시 전 대통령 등 미국 정계의 거물들과 겉으로 드러나는 친분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백인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한국CA 매년 50%이상의 고성장 거듭

한편 CA의 한국법인인 ‘한국CA’는 어떤 회사인가. 1989년에 설립된 한국CA의 직원은 76명이며 은행, 보험, 증권사 등 금융권과 정부 공공기관, 기간통신회사 등이 주요 고객이다. 1999년 연간 매출은 350억원에 이른다.

CA와 마찬가지로 한국CA 역시 최고경영자인 하만정 사장의 독특한 이력이 주목을 끄는 회사다. 올해 36살으로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하사장은 효성컴퓨터, 한국HP 등에서 근무한 뒤 1996년 CA에 합병된 샤이엔사의 한국 지사장을 지낼 정도로 추진력이 강하다.

실제로 한국CA는 1998년 하사장이 취임한뒤 2년동안 5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1인당 매출액이 5억원에 달할 정도로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CA는 현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정보 시스템 관리 솔루션 분야는 물론이고 보안 분야, 저장장치관리 등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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