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인터넷 혁명이 기폭제, 창간 봇물

IT TIMES, 인에이블, on the Net, dotz.com, 넷벤처, e-Business….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얼핏 보면 인터넷 웹사이트 같고 요즈음 한창 유행하는 IT(정보통신) 회사 이름 같기도 하고…. 정답은 IT 미디어의 제호들이다. 일반 독자들은 제호만 보고서는 어떤 성향의 잡지인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전혀 감 잡을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IT 시장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런 미디어의 인기가 한껏 치솟고 있다. 새 매체의 창간도 잇달고 있어 그야말로 IT 미디어의 전성시대를 보는 듯하다.


틈새시장 노린 '튀는 잡지' 속속 창간

IT 업계에 따르면 IT 미디어의 폭발은 이번이 두번째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컴퓨터가 불티나게 팔리던 1994년에 컴퓨터 기술및 사용과 관련된 전문지가 서점의 잡지 가판대를 가득 채웠었다.

이번에는 1999년 초부터 불어닥친 벤처·인터넷 혁명이 그 기폭제가 됐다. 특히 코스닥에서 하이테크, IT가 테마주로 급부상하자 주식 투자가들이 IT업계의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컴퓨터 중심이던 기존의 잡지 이름을 IT 냄새가 물씬 나는 제호로 바꾸고 IMF 시절에 문을 닫았던 잡지들이 다시 문을 열고, 틈새 시장을 노린 소위 ‘튀는 잡지’들이 잇달아 창간된 게 최근의 특징이다.

IT 미디어의 창간붐은 일간 주간 월간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문화일보가 최근 자매지 형태로 일간 디지털 타임스를 창간했고 일주일에 두 차례 발간하던 전파신문이 일간정보로 이름을 바꿔 IT 일간지로 거듭 태어났다. 전자신문이 독식하던 IT일간지 시장이 3파전 양상으로 바뀐 것이다.

전문잡지 창간은 더욱 활발해 올 들어 문화관광부에 등록한 잡지만도 iWeekly, 넷벤처 등 20여개에 이르고 현재 등록된 잡지는 100개 안팎. IT업계가 인정하는 한국 컴퓨터기자클럽에 가입한 회원사만도 40개를 넘어섰다.

월간지 I사의 C기자는 IT 미디어 붐을 “눈이 핑핑 돌 정도”라고 표현했다. 그는 “같은 업체를 출입하면서 만난 기자를 몇달 못 만났더니 다른 매체에 가 있더라”면서 “일간지가 하나 생겨나니까 전문지 기자들이 일간지로 옮겨가고 그 빈자리를 다른 기자들이 메우는 바람에 기자 이동이 꼬리를 물고 있다”고 말했다.

격주간지 IT 비즈니스의 한 기자도 “IT 미디어계에도 기본적으로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한번 움직이면 연쇄반응 식으로 끌려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창간한 한 IT 시사잡지는 유능한 전문기자 한 사람을 스카웃하기 위해 아침부터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IT업계의 기술개발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그만큼 경험많은 전문기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IT 미디어는 정보지(혹은 시사지)와 전문지, PC 활용지, 게임지 등으로 크게 나뉜다. 정보지는 IT업계의 전반적인 시장 동향과 산업 기술의 흐름, 뉴스 등 일반인도 같이 읽을 수 있는 아이템을 주로 다룬다.

물론 잡지별로 차별성은 있어 IT 전반을 다루느냐, 특정분야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갈래가 나온다.

전문지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개발자와 실무 종사자, 마케팅 관련자에게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잡지다. PC 활용지는 컴퓨터의 대중화를 겨냥한 매체이고 최근에 크게 늘어난 게임지는 학생 등 게임 마니아들을 주 타킷으로 삼고 있다.


실시간 뉴스제공, 온라인 미디어 출현

IT 미디어 붐의 또다른 특징은 온라인 미디어의 출현. inews24(www.inews24.co.kr), edaily(www.edaily.co.kr), ebnews(www.ebn.co.kr) 등 온라인 미디어는 쌍방향 정보전달과 실시간 뉴스 제공을 무기로 급속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또 세계 IT 산업의 흐름을 짚어주는 미국의 cNet뉴스(www.news.com 또는 cnet.com)과 ZDnet뉴스(www.zdnews.com 또는 zdnet.com)의 한국판도 곧 선을 보일 예정이다.

ebn의 조완제 기자는 “실시간으로 뉴스를 올리다 보니 새 기술에 관한 기사가 올라가면 20만명이 찾아올 만큼 폭발적인 반응이 나온다”면서 “그러나 일부 네티즌이 기사에 불만을 품고 게시판에 욕설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IT 분야를 다루는 매체는 크게 늘어났으나 ‘질이 양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H사의 K기자는 “IT 시장이 17조억원대로 늘어났지만 미디어는 여전히 수익의 80%를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영세한 잡지일수록 사람 수가 적어 노동 강도는 높고 기사의 질은 떨어진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IT 잡지 업계에서는 월 매출이 1억 정도면 괜찮은 잡지로 평가되는데 그나마도 몇몇 잡지를 제외하면 ‘한달 벌어 한달 쓰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T 업계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K팀장은 “외국의 IT 잡지는 인용할 만한 정보나 자료를 많이 올려 IT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해내고 있는데 반해 우리 잡지들은 자료의 신뢰성마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일반인이 읽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점도 IT 미디어들이 넘어야 할 벽이다. IT TIMES의 이성복 차장은 “한달에 약 20여개의 약어가 나오는데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기 쉽게 쓰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 이해못해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그냥 쓰게 된다”고 말했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0/05/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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