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정가의 1차 관심사는 중앙선관위의 4·13 총선비용 실사다. 출마자들이 5월13일까지 신고한 선거비용 평균은 법정선거비용 제한액 평균(1억2,600만원)의 51% 수준인 6,310만원.

지난 총선에서 여야 후보를 가리지 않고 극심한 금권선거 논란이 일었던 것에 비춰 당연히 축소신고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선거기간에 사용된 비용에는 신고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를 감안한다 해도 신고액 규모가 턱없이 적어 축소·누락· 허위신고의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에서 출마했던 한 후보의 회계 책임자는 신고를 마친 뒤 “한 편의 소설을 쓴 기분”이라고 실토했다. 실제로 지출한 내용과는 상관없이 규정에 맞도록 완전히 새롭게 짜맞췄다는 얘기다.


선관위 실사작업이 한계

이제 칼자루는 선관위로 넘어갔다. 각 지역 선관위는 선거기간에 확보해둔 후보자별 자료와 신고내용을 면밀히 분석, 실사대상을 선정한 뒤 강도높은 현지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번 실사작업은 선관위 직원 1,500명 외에 국세청 요원 3,000여명이 투입돼 3개월간 실시된다.

선관위는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을 초과한 당선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해 당선무효가 되도록 할 방침이다.

금권선거의 뿌리를 자르기 위해 철저한 추적을 벌이겠다는 것이 선관위의 각오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비용 제한액의 200분의1 이상을 초과지출해 당선인의 선거 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을 경우 당선이 무효된다.

그러나 선관위의 실사작업은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선거비용 추적을 위한 금융거래자료 제출 요구권은 선거 관련자의 예금이 개설됐거나 개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융기관 점포에만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후보자가 특정 점포를 이용했다는 확증이 없는 한 자료를 요구하기가 쉽지않다.

또 선거기간중 선관위 직원의 후보 사무실 방문을 금지한 것도 선거비용의 진위를 가릴 근거 자료수집을 가로막은 규제였다는 지적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원내 사령탑을 선출하는 총무경선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여소야대 구도인 만큼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원내총무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민주당은 과반에 훨씬 미달하는 의석으로 국회를 끌어가기 위해서는 협상력이 높은 중량급 인사가 나서야 할 상황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현재 4선인 정균환 의원과 3선의 이상수 임채정 장영달 의원 등이 출사표를 냈다. 경선일은 5월23일로 잡혔다.


원내협상 이끌 여·야 총무경선

정 의원은 국민회의 사무총장을 지냈고 민주당 창당 및 지난 총선과정에서 총재 특보단장을 맡아 외부인사 영입을 주도, 김대중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또 그를 창구로 해서 영입됐던 인사가 16대 국회에 다수 진출, 잠재적인 지원기반이 되고 있다. 이상수 임채정 장영달 의원은 모두 개혁성향을 강하게 띠었던 평민연 출신이어서 초·재선 의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당 총무경선 포인트 중의 하나는 김심(金心:김대중 대통령의 의중)의 작용 여부다. 청와대측은 김 대통령의 완전 중립을 공언하고 있지만 김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국회를 이끌어갈 가장 적합한 재목을 은연중 후원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나라당 총무경선은 5월31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실시될 총재·부총재 경선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고 있지만 원내 제1당을 이끌 사령탑을 뽑는 경선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자천타천으로 원내사령탑 후보에 거론되는 의원은 3선의 박명환 이규택 김형오 의원과 재선인 안택수 이재오 의원 등이다. 이중 이규택 의원은 수석부총무를 지낸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지지세력 확보에 나섰다. 초선시절 15대 후반기 총무경선에 나섰던 이재오 의원도 초·재선 의원을 상대로 착실하게 표를 다지고 있다.

박명환 의원은 서울시 지부장을 지낸 경력이 밑천이고, 김형오 의원은 부산권 세력을 배경으로, 안택수 의원은 대변인 경력과 대구권 세력을 기반으로 도전장을 냈다. 한나라당 총무경선 판도는 5·31 전당대회의 총재·부총재 경선 및 민주당의 총무경선 결과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0/05/1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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