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1일의 한나라당 총재경선이 ‘대주주’ 이회창 총재에게 김덕룡 부총재, 강삼재 의원, 손학규 당선자 등이 도전장을 내미는 ‘4파전 구도’로 굳어졌다.

각 후보 진영은 서로 다른 이미지와 경륜, 인맥, 비전 등 나름의 장점을 내세우며 대의원을 상대로 치열한 득표전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 총재경선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이총재 얼마나 득표할까

우선 한나라당 총재경선을 두고 누구나 ‘1강(强)3약(弱)’의 구도로 표현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총재가 ‘부동의 1위’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오히려 당안팎의 관심은 이 총재가 얼마나 득표할지에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80% 안팎의 득표율이 점쳐지고 있다. 총재경선의 유권자인 대의원의 표심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지구당위원장들이 2월 공천파동이후 80% 가깝게 ‘친창(親昌)인사’들로 물갈이됐기 때문이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이번 총선에서의 영남표 응집력이 보여주듯 정권교체 욕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될 사람을 밀어줘야 한다’는 대세론이 대의원 사이에도 굳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80%가 넘는, 독식에 가까운 지지는 이 총재에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 야당에 비판세력없이 한사람만 독주하게 되면 모양새는 물론이고 실제로 대선행보에도 결과적으로 불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선 이 총재의 득표율이 60~70%에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나친 독주를 의식한 견제심리가 작용하고 대세가 굳어졌다고 생각한 이탈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등은 누구?

이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3약 후보들은 사실상 2위를 목표로 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누가 2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이들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뚜렷한 변수가 없는 한 세 후보 중에서 유일하게 당내 계보를 가지고 있는 데다 호남지역과 수도권지역 대의원들로부터 비교적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김덕룡 부총재가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

강삼재 의원은 사무총장을 두 차례 지내면서 사무처 요원들에게는 호감을 얻고 있지만 텃밭인 부산·경남에서도 안정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데다 손학규 당선자는 사실상 당내기반이 취약해 ‘바람’에만 의존하고 있는 형편.

실제로 김 부총재측은 2위를 장담하며 득표율을 올리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20%만 넘어선다면 당내 제2인자의 입지를 사실상 굳히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 총재에게도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강삼재 의원과 손학규 당선자가 2위를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업그레이드’(몸값올리기)라는 소기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반면 김 부총재는 2위진입에 실패할 경우 정치적 진로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합종연횡 가능성은 없나

그렇다면 3약 후보가 힘을 모아 대세몰이를 하고 있는 이 총재에게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을까. 지금으로선 세 후보 모두 ‘만난을 무릅쓰고서라도 끝까지 간다’는 입장이어서 아직까지 ‘3자 동맹’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25일 후보자 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갈 경우 세불리를 절감한 후보들이 ‘반(反)이회창’의 기치 아래 본격적인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김덕룡 부총재와 강삼재 의원은 민주계라는 태생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총재를 공동의 적으로 설정하고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총재 후보간의 연대보다는 총재-부총재 후보 사이의 러닝메이트 움직임이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호남권·수도권 대의원 사이에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김 부총재와 대구·경북을 지지기반으로 전국적 인기를 지닌 박근혜 부총재의 연대. 전국적인 지지도를 가지고 있는 이 총재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의 파괴력을 지닌 조합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총재 경선을 선언한 박 부총재가 지난 13일 전북도지부를 방문, 지구당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졌을 때 김 부총재는 위원장들의 출석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리 숙여봐야 남는 것 없다"

한나라당 총재경선에 이회창 총재라는 ‘골리앗’에 맞서 출사표를 던진 김덕룡 부총재, 강삼재 의원, 손학규 당선자 등 ‘다윗’후보들의 속셈은 무엇일까. ‘계란으로 바위치기’같은 싸움에 나선 세 후보는 하나같이 ‘이 총재에게 머리 숙여서 남을 것이 없다’는 공통의 상황인식을 갖고 있다.


김덕룡

김덕룡 부총재는 어떤 식으로든 이회창 유일체제를 흔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연령면에서나 호남출신이란 배경면에서나 차차기를 노리기 어려운 근원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

김 부총재가 공천파동 직후부터 이 총재를 향해 끊임없이 각을 세우며 도전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속사정에서 연유한다.

실제로 김 부총재가 노리고 있는 것은 제2인자의 위치를 사실상 굳힌 뒤 차기에서의 권력구조 개편을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영남당 대통령에 호남출신 부통령제’라는 정·부통령제 도입이 그것이다.


강삼재

가장 먼저 총재경선 출마를 선언한 강삼재 의원은 이 총재가 아직 확고하게 틀어잡지 못하고 있는 영남권 파고들기가 1차 목표.

일단 경선을 통해 ‘영남권 주자’로 확실하게 부각되는 것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총재 경선에 나선후 이 총재의 당운영방식을 ‘독재’라는 극한표현까지 사용하며 격렬하게 몰아붙이고 있지만 이는 스스로를 부각시키기 위한 선전전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많다.

한나라당 ‘최대 주주’인 영남권 대표주자로서 위상만 굳힌다면 아직도 2년이 넘게 남아 있는 대권레이스의 가변성을 볼 때 충분히 ‘남는 장사’라는 것이 당안팎의 분석.


손학규

손학규 당선자는 다른 두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편. 경선에 나서서 일단 차기주자의 한사람으로서 ‘업그레이드’를 해놓는 것이 설사 표가 많이 나오지 않더라도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손 당선자가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온 것도 정치개혁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를 고려, 스스로를 정치권 세대교체 흐름의 한복판에 자신을 놓기 위한 장기포석의 일환으로 보인다.

박천호 정치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17 19:31


박천호 정치부 tot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