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뉴스포탈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서울경제
KoreaTimes
인텔 OK Cashbag
주간한국  
www.hk.co.kr  


 
주간한국 홈
구독신청
독자 한마디
편집실에서


   벤처 스타열전
   인터넷 세상
   신동의보감
   땅이름과 역사

[벤처 스타열전⑪] 이인규 무한기술투자 사장(下)

“올해 벤처업계의 최대 화두는 M&A(인수합병)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하이테크 및 인터넷 관련주가 시장에서 조정을 받으면서 이인규 사장은 벤처업계에도 먹고 먹히는 ‘정글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서로 공존이 가능할 만큼 먹을 것(자금)이 풍부했기 때문에 영역다툼이 없었으나 먹이가 떨어져가니 약육강식의 싸움판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벤처업계도 발전 흐름으로 보면 진화해가는 생태계나 다름없어요. 생존기반이 허약한 기업은 다른 기업의 먹이가 될 수 밖에요. 하지만 투자자로서는 그게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하지만 우리 정서에는 M&A가 썩 좋아보이지 않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그런 인식이 문제지요. 경제발전 과정에서 M&A는 절대 나쁜 게 아닙니다. 가만히 두면 부도가 나 사장될 인적·물적 자원을 재활용하니 얼마나 바람직한 것입니까. M&A를 적극 활용하면 국민경제에 보탬이 되죠.”


"기업은 살아남아야 한다"

이인규 사장의 M&A 철학은 확고하다. 기업주는 망하더라도 기업은 M&A를 통해 살아 남아야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래서 무한기술투자는 앞으로 닥쳐올 M&A 시대를 대비해 전문가 양성과 기업가치 분석 등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

“앞으로 우리의 할 일이 많아질 겁니다. 기껏 투자를 해 키워놓은 회사가 수익창출에 문제가 있다면 M&A를 통해 비즈니스를 보전하고 수익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테헤란 밸리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이 사장의 능력은 탁월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M&A를 통해 벤처업계를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도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가물가물해가는 인터넷·벤처혁명의 불씨를 되살리면서 과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예리한 그의 판단력 때문에 예상치 않던 대박을 터뜨린 일화 한가지. S전자에서 호출기 개발에 참여했던 한 친구가 1997년 초 W텔레콤을 세웠다. 주력제품은 호출기. 당시 국내의 호출기 시장은 포화상태였다.

W텔레콤 사장이 투자처를 찾아다니며 자금을 요청했으나 모두들 ‘호출기는 이미 한물 간 사업’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때 이인규 사장은 선뜻 5억을 내놓았다. 이유는 해외진출 메리트였다. 기술이 앞선 분야는 해외로 진출해야 성공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예상대로 W텔레콤은 동남아시장 등에서 선풍을 일으키며 첫해 매출 140억원을 기록하더니 매년 20% 이상 고속성장했다. 해외시장에서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 친구가 1년6개월간 실업자 생활을 하면서도 끝까지 매달린 고집을 높이 샀어요. 그런 친구는 기회만 주어지면 반드시 일을 저지르거든요.”


벤처캐피탈 개척한 사람

이 사장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W텔레콤 같은 젊은이를 아끼고 좋아한다.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탓으로 어렵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 사장이다.

KAIST의 이광형 교수는 “이 사장은 인간승리의 표본이다. 어려운 시절을 거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벤처, 벤처캐피털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도전정신으로 가치를 창조한다’는 경영철학에서도 그의 인간됨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사장의 강력한 M&A론에는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냉혹한 ‘자본의 논리’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위기에 빠진 기업을 되살리려고 경영자는 밤낮으로 뛰고 있는데 누군가가 투자이익을 위한다면서 M&A를 추진한다면? 얼마나 기가 막힐 노릇 아닐까.

최근 잘 나가던 벤처기업인 I사에 경영권 분쟁이 생겼다. 공동대표로 들어온 모 사장과 알력을 겪던 창업자가 그만 두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 근본적으로는 대주주인 모 벤처캐피털측의 경영간섭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캐피털측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투자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이쯤 되면 전문투자회사가 기업가치를 올린다면서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이인규 사장은 “무한에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110개 안팎의 벤처캐피털 회사가 있다. 개중에는 사채업자가 만든 회사도 있다고 한다. 벤처캐피털이라고 다 같은것은 아닌 셈이다.

무한기술투자는 도덕적으로나 자본 및 투자 건전도면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든다. 1997년2월 한국 생산성본부로부터 투자건전도 1위 창투사로 선정됐고 중소기업청으로부터 투자실적 우수 창투사로 뽑혔다.

또 1999년9월 실리콘 밸리 뱅크와 지분참여 및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2000년 3월에는 SK그룹 및 현대중공업 등과 전문 벤처펀드를 설립했다. 투자수익면에서는 벤처캐피털 가운데 선두주자다. 작년 한해 순이익은 116억원. 직원이 30명이니까 한사람당 4억원씩 벌어들였다는 계산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만들겠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거둬들여야 할 알짜 투자가 많이 남아있어요.”이인규 사장의 말처럼 무한기술투자는 1997년4월에 무한 메디칼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한 것을 비롯해 무한 벤처투자조합1호(1998년7월), 무한 코스닥 벤처투자조합(1999년7월), 무한 연구실 벤처투자조합(1999년7월)을 만들어 장기투자해놓고 있다.

최근에는 무한 인터넷 투자조합(1999년8월), 무한 SVI 벤처투자조합, 무한 메디칼 벤처투자조합2호(1999년12월), 무한 영상 벤처투자조합(1999년12월)를 결성중이고 생명과학벤처, 무한 엔터테인먼드 투자조합 등으로 투자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벤처 캐피털업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게 이 사장의 포부다. 5월8일 코엑스에서 설명회를 가진 랩벤처(실험실 벤처) 21 프로젝트,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려주는 전문평가회사인 벤처소스 설립 등이 그 일환이다. 무한기술투자는 투자 노하우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남보다 앞서가는 느낌이다.


KAIST 이광형교수가 본 이인규 사장

이인규 사장은 벤처업계에서 꽃과 같은 존재다. 그를 볼 때마다 마치 아름다운 꽃을 보는 기분이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름다운 색깔보다 그 생명체가 최선을 다해 토해낸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마치 꽃을 피우듯 꾸준히 노력하고 정진하는 이 사장을 대하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지금은 벤처스타의 이름에 오를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성장 과정을 들어보면 ‘설마 그랬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런데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어려움을 딛고 일으선 인간승리의 표본이다.

원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어렵게 공부했다. 고등학교(동대문상고)를 다니며 학비를 스스로 벌어야했다. 그러면서도 동생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고 동생을 위해 그는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대학을 마쳤다.

그런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여 컴퓨터 및 정보통신의 가능성에 일찍 눈을 뜨고 벤처, 벤처캐피털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냈다. 보통사람으로는 하나라도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하이테크에 대한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지금은 하이테크 산업의 동향을 가장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읽어내고 있다.

그는 가정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다. 일요일이면 어린 아들과 함께 등산을 한다. 가정에 충실한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을 보지 못했다. 가장 소중한 것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매사에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다. 이인규 사장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05/18 18:26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