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의 기술적 발전을 더듬다 보면 인간이 등장하는 실사 영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된다.

종이에 한장 한장 그리는 고전적 애니메이션에서 찰흙 인형이 움직이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관절 마디마디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목각 인형 애니메이션, 중국의 수묵화 애니메이션 등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애니메이션의 나라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컴퓨터 기술까지 더해지고 보니 표현 불가능한 영역은 완전히 사라진 느낌이다.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자로 <개미> <토이 스토리>의 주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형편이니 머잖아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남우주연상이나 여우주연상을 받는 날이 올 거라는 예측도 허황하게 들리지 않는다.

<호스맨:Night of the Headless Horseman>(12세 관람가, 폭스)은 3D 애니메이션이다. <바이오헤저드> <사일런트 힐> 같은 게임으로 실감나는 영상을 과시한 바 있듯이 입체감이 빼어나고 카메라의 각도도 다양해서 컴퓨터의 위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영화 말미에 다섯 달에 걸친 제작 과정이 수록되어 있어 이 놀라운 마술의 비결을 엿볼 수 있다. 판토마임 배우에게 몸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검은 라이크라 옷을 입힌 뒤 주요 관절 부분에 반사점을 달아 움직임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 3D 작업의 키포인트로 보인다.

이 반사점을 컴퓨터로 재생시키며 원래의 밑그림과 합성하는 기술은 2-3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다고 제작진 스스로가 밝히고 있다.

쉐인 윌리암스가 감독한 <호스맨>은 최초의 미국 문학가로 꼽히는 워싱턴 어빙이 1819년에 발표한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팀 버튼 감독이 발표한 <슬리피 할로우>나 디즈니사가 1958년에 발표한 애니메이션, TV극 등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은 미국인에게는 아주 친숙한 괴담이라고 한다.

팀 버튼이나 <호스맨>의 제작진은 한결같이 어릴 때 읽거나 들은, 목 없는 기사 이야기에 대한 추억 때문에 영화 만들기에 참여했다고 밝히고 있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남다른 팀 버튼은 원작을 자기 식대로 각색했지만 <호스맨>은 원작에 충실한 애니매이션으로 평가받는다.

1819년 슬리피 할로우 마을에 교사로 부임하게된 이카보드 크랜(윌리엄 H 메이시의 목소리)은 마을을 떠도는 각종 유령 이야기를 듣게 된다.

특히 독립전쟁시 영국군에 고용되었던 독일 용병의 이야기는 간담을 서늘케 한다. 무자비했던 독일 용병은 대포에 머리가 날아가 신원 확인이 안되어 무덤에 이름을 새길 수 없었다.

안식을 못 찾은 영혼은 오늘도 자신의 머리를 찾아 보름달이 뜬 숲속을 헤매다 아쉬운대로 인간의 머리까지 노린다는 것이다.

마을의 부호 반테슬의 아름다운 딸 카타리나(티아 카레라)에게 반한 이카보드는 거구의 대장장이 브롬 본(루크 페리)과 연적이 되고, 마침내 할로윈 데이에 브롬 본의 계략에 빠지게되는데. 음산한 분위기의 그림과 음악에다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까지 잘 어우러져 한편의 괴담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지만 초등학생 이전 아이들은 꿈자리가 뒤숭숭할듯. 애니메이션 발달에 관심 많은 이들이라면 필히 감상하고 수집해두어야 할 작품이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0/05/1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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