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발하는 꽃과 함께 가장 달콤하고 화려한 신혼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이 요즘이 아닌가 싶다. 사이언스 카페에 무슨 엉뚱한 신혼여행이냐고 반문하겠지만 과연 요즘 세상에서 신혼여행이라고 과학없이 가능할까? 달나라로 소풍가고 화성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우주여행 보편화의 시대’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세계 곳곳의 명소를 찾아 신혼여행을 떠나지만 밤하늘의 달과 무수한 별을 보면서 우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당찬 꿈을 제정신으로 꾸어본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솔직히 말해서 한국에 사는 우리에겐 전혀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다.

세계가 일일생활권이다 뭐다 하지만 아직 외국 한번 제대로 못가본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달이니, 화성이니, 속만 상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시대가 온다는 사실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2050년쯤이면 우주왕복선을 타고 달과 화성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일이 흥미롭긴 하지만 도대체 나와 우주개발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면서까지 우주선을 쏘고 또 쏘는 것일까? 사실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지만 우주개발은 결코 우리 일상과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화성에서 디지털 이미지를 전송하는데 성공한 것이 1965년인데 이 기술이 이제는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휴대폰도 우주와 통신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상업화한 것이다. 그 외에도 위성이 없다면 우리가 즐겨보는 지구 반대편의 축구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우주의 변화는 지구의 기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우주과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생활과 함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주는 새로운 도전의 장이며 여기에 뒤진 나라는 또다른 형태의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좀더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가 사고와 실패의 연속이다. 그러면서도 화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신혼여행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물론 아니다. 바로 ‘제2의 지구’를 염두에 둔 집념이다.

또한 물의 존재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사람 몸의 70%가 물인 것처럼 물은 생명의 기원이다. 뜨거운 용암이 솟아나는 바다 속의 깊은 곳에서도 남극의 얼음 속에서도 생명체가 발견된다. 물이 있다면 그곳에는 생명체가 있었거나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현재 과학자들은 화성의 극지 부근에 방대한 물이나 얼음층이 존재할 것으로 믿고 있다. 화성 표면의 큰 계곡을 물의 존재에 대한 증거로 보고 있다. 앞으로 10~20년 내에 화성 내부로 구멍을 뚫어서 물을 퍼올릴 계획도 세워놓고 있으며 호텔이나 영구 주거지의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환경의 파괴와 오염에도 모자라서 별나라까지 파괴하고 오염시키려는 의도만 아니라면 환영하지 못할 일도 아니지만 가속화하는 우주개발이 왠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그 와중에 성급한 미국의 우주여행업체들은 2002년을 겨냥하여 우주여행 티켓을 발매하고 있다. 이미 250여명이 예약을 마쳤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위성에 사람을 올리려면 몸무게 1㎏당 1,200만원, 그러니까 몸무게 60㎏인 사람은 7억원 정도가 있어야 우주선을 탈 수 있다.

보통사람은 가히 꿈도 못꿀 엄청난 비용이다. 하지만 2050년쯤이면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비용이 엄청나게 줄어들고 보편화할 것이라고 하니 두고볼 일이다.

이제 우주여행 보편화의 시대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깨어있는 시각으로 우주개발을 바라보는 ‘현실적 우주관’은 21세기의 문턱에서 우리가 다급히 가져야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입력시간 2000/05/1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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