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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칸영화제가 열광한 두 감독

칸영화제는 감독 영화제이다. 어찌보면 운명이기도 하다. 영화의 오락성과 산업성을 내세우는 할리우드가 배우들의 잔치로 화려한 쇼맨십을 보인다면, 그것에 저항해 예술성을 고집하는 칸영화제는 당연히 작가주의를 고집하는 감독에게 열광한다.

그래서 해마다 칸은 거장을 추앙하고, 세계 각국 스타감독에 집중한다. 이따금 수상결과가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정치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예상을 뒤엎을지라도 참가작품만은 감독중심이다.

예외는 없다. 올해에는 영국의 제임스 아이보리와 켄 로치, 미국의 코엔, 일본의 오시마 나기사, 스웨덴의 리브 울만, 덴마크의 라스폰 트리에, 홍콩의 왕자웨이, 대만의 에드워드양의 영화를 본선에 올렸다.

임권택 감독이 한국으로는 처음 본선에 진출한 것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처음이란 이유로 감독주간에 나간 것도 거장을 대접하는 칸영화제의 당연한 선택인지 모른다.

올해 칸은 라스 폰 트리에와 홍콩의 왕자웨이 감독에 열광했다. 트리에는 1996년 ‘브레이킹 더 웨이브’로 심사위원 대상, 왕자웨이는 1997년 ‘해피투게더’로 감독상을 받았던 칸영화제의 자존심이다.

새 영화에서 둘 다 이전의 자기 스타일을 많이 깼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들의 영화‘어둠속의 댄서’와 ‘화양연화’ 시사회에는 자리가 없었고, 기자회견장은 북새통이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어둠속의 댄서’는 라스 폰 트리에가 선언한 ‘도그마 95’의 10가지 원칙중 현장사운드, 폭력금지, 세트 배제 원칙을 무너뜨렸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는 “왜”라는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그는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컴퓨터로 6개월동안 색깔작업을 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비디오 톤의 영상에 매혹돼 있다. 비전문가용 소형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도그마 선언의 부분적 포기는 ‘어둠속의 댄서’가 뮤지컬 형식이기 때문. 할리우드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공장에서 일하는, 시력을 상실한 여자 셀마(비욜크)가 환상속에 펼치는 뮤지컬의 음악 완성도를 위해 어쩔수 없이 정교한 녹음이 필요했고, 그 환상의 시각적 효과를 위해 색깔을 손질했다.

칸을 더욱 열광시킨 것은 출연한 배우가 지난해 ‘올해의 가수’로 뽑힌 아이슬랜드 출신의 비욜크, 프랑스의 자존심 카트린 드뉘브란 점도 작용했다. 함께 등장한 드뉘브와 감독은 모자처럼 정다웠고, 노 여배우는 처음 함께 작업을 해본 감독의 스타성을 더욱 부추겼다.

“모험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완벽히 파악해 이런 단점들을 없애고 흔들림이 없는 독특한 우주를 그려냈다.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다.”


왕자웨이 감독

아시아에서는 왕자웨이(王家衛)였다.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상영과 기자회견장 역시 아시아 감독으로는 드물게 엄청난 박수와 취재진들로 요란했다.

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아내와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바로 이웃한 두 남녀의 한없이 쓸쓸하고, 서로의 연민으로 가득한 사랑을, 왕자웨이 감독은 현란한 영상테크닉 보다는 짧게 끊어가는 서술, 슬로모션을 섞은 깔끔한 영상, 음악과 의상과 장만옥의 매력적 연기로 60년대 센티멘탈한 분위기와 멋을 냈다.

영화는 끝내 둘의 사랑을 애잔하게 남겨둔다. 관객들의 상상을 위해서라고 했다. 왕자웨이 감독은 인간관계를 다룬 영화들이 많지만 사랑을 잃어버린 배우자들은 어떤지 알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

함께 기자회견에 나온 장만옥. 10년만에 감독과 함께 60년대 홍콩으로 돌아가 60년대 헤어스타일과 옷으로 12년전 감독의 데뷔작인 ‘열혈남아’에서의 쓸쓸한 기억을 되살린 그 역시 당연히 최고의 배우가 됐다. 중국 장이모 감독과 콤비를 이뤘던 공리가 그랬던 것처럼.

프랑스 칸=이대현 문화부 차장 leedh@hk.co.kr

입력시간 2000/05/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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