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앤디 가르시아의 최종판결

낙태는 찬성과 반대, 그 어느 쪽에도 자신있게 손 들어주기 힘든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다. 데이비드 안스파흐 감독의 1999년작인 <앤디 가르시아의 최종판결:Swing Vote>(12세 이상 관람가, 콜럼비아 출시)은 팽팽하고 첨예한 이 논쟁을 법정에서 해결하려는 진지한 드라마다.

태아도 엄연한 생명이므로 신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카톨릭을 중심으로 한 낙태반대론을 들으면 엄숙하고 경건해진다.

반면 극중 흑인 여변호사의 호소대로 현실에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누가 출산을 포기하는가. 10대의 20%, 25세 미만의 53%, 백인의 60%, 학생의 30%, 근로자의 70%가 출산을 포기한다.

이들 중 3분의1이 빈곤층 이하의 사람들로서 부양능력도 없고 미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건 신세타령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다. 이들은 외롭고 두려워하며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혼자가 아닐 때 출산할 계획을 세우면 안되는가.”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73년 1월 22일 임신중절의 합법성에 대하여 미 연방대법원이 내린 최종판결 ‘로 대(對) 웨이드’(Roe vs Wade)사건을 알아야 한다.

임산부 제인 로와 텍사스주 달라스카운티의 지방검사 웨이드 사이에 벌어진 재판이다. 로는 산모의 생명을 구할 목적을 제외하고는 임신중절을 금지한 텍사스 법률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프라이버시는 산모의 임신중절 권리를 포함한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여 다른 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판결문은 ▲임신 후 첫 3개월간의 중절 여부는 산모와 담당 의사의 판단에 달려있고 ▲그 이후 6개월까지는 산모의 건강에 따라 주정부가 중절을 규제할 수 있으며 ▲태아가 체외 생존 능력을 갖는 7개월부터 출산 때까지는 산모의 생명 보호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정부가 중절을 규제 혹은 금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임신 6개월까지는 중절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이후 수차례의 법률적 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뒤집히지 않고 있다.

<-최종 판결>은 가까운 미래에 이 판례가 뒤집혀 50개 주정부가 낙태금지법을 취소시켰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시작된다.

특히 가장 보수적인 주로 유명한 알라바마주가 영화의 배경이어서 판결의 파장은 더욱 크다고 하겠다. 영화를 위해서는 ‘swing vote’의 뜻도 알아두어야 한다. 이는 결정의 순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패를 의미한다.

극중 연방판사로 새로 지명된 주인공이 행사할 한 표가 바로 스윙 보트가 되므로 솔로몬의 지혜와 같은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긴장상태가 계속된다.

알라바마주의 임산부 버지니아 맵스(리사 게이 하르덴)가 중절을 하여 1급 살인죄로 기소되어 종신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한 것을 계기로 하여 9명의 대법관이 비상회의를 소집한다. 중절에 대한 판결을 각 주의 자율에 맡긴 이래 수많은 법이 생겨났고 특히 알라바마주는 중절을 한 여성과 의사를 1급 살인죄로 사형에 처할 수 있게 함으로써 논란을 부채질해왔던 터.

4대4의 팽팽한 의견대립 속에 새로 대법관으로 임명된 조셉 커클랜드(앤디 가르시아)의 한 표는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영화로서의 내용, 형식미보다는 낙태에 대한 의견개진을 위한 계몽영화 같은 성격이 아쉽지만 교재용으로 볼만한 영화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0/05/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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