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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터시] '테크노환각'통해 급속확산

인터넷· 첨단방법 동원, 대학가 중심으로 확산

빙산의 일각이 드러나는 것일까. 마약이라면 대부분 사람이 히로뽕을 떠올리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듣도보도 못한 신종 마약이 곳곳에서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최근 검찰과 경찰에 적발된 신종 마약류는 ‘테크노 환각’으로 유명한 엑스터시(일명 도리도리)를 비롯해 LSD, 정제형 히로뽕인 야바, 음료수에 타마시는 물뽕(GHB), 양상추 형태의 캐트(KAHT) 등이다.

이밖에 살빼는 약으로 알려진 중국산 펜플루라민, 안비납동편, 섬수 등과 태국산 디아제팜 등도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내린다. 검찰 관계자는 “종류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더이상 마약의 안전지대가 아니라 오히려 마약 전시장”이라고 단언했다.

정작 심각한 것은 발음하기도 힘든 이런 마약류가 신세대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가고 있다는데 있다. 지금까지 마약의 대표주자였던 히로뽕이 30~40대 남성을 타깃으로 한 것이라면 이런 신종 마약은 10~20대, 그것도 고학력 여성을 노리고 있다.


테크노바·호텔 전전, 환각파티

지난 4월16일 서울지검 강력부 마약반. 한눈에 봐도 귀티가 흐르는 20대 여성 6명이 줄줄이 포승줄에 엮어 들어왔다. 조서에 적힌 이들의 이력은 충격적이게도 서울 E, S여대를 비롯, 유수의 대학을 졸업했거나 다니고 있는 것으로 돼 있었다.

이들 외에 적발된 사람 중에는 고작 대학 1학년 여학생(불구속·치료조건부 기소유예)도 있었다.

이들의 혐의는 먹고나서 머리를 흔들고 춤을 추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서 일명 ‘도리도리’라 불리는 엑스터시와 LSD를 복용했다는 것.

엑스터시는 환각효과가 히로뽕의 3~4배에 이르며 과다투약시 사망에 이르는 암페타민계 유기화학물질이며, LSD는 먼지 1입자에 불과한 25㎍으로 12시간까지 환각상태가 지속되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환각물질로서 특히 여성에게는 유산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아무리 보아도 아쉬울 것 없어보이는 이들 재원(才媛)은 서울 신촌 일대 테크노바와 시내 호텔 등지를 전전하며 환각파티를 벌이다 스스로를 파멸의 늪에 빠뜨렸다.


신세대여성 노리는 마약

무엇이 이들을 마약의 늪에 빠뜨렸을까. 앞에서 언급된 대학 1학년 A양(19)의 검찰진술과 수사검사의 말을 토대로 복용실태를 재구성해본다.

상사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일찍부터 외국생활을 해온 A양이 처음 환각물질에 손을 댄 건 3년전인 17살때부터. 특별히 부족할 게 없는 환경이었지만 호기심에 해쉬쉬(대마의 수지를 가공한 암갈색 고체)를 접했다. A양은 외국생활의 지루함을 잊을 수 있고 구하기도 쉬웠던 탓에 귀국 전까지 해쉬쉬에 탐닉했다.

그러나 대학진학을 위해 귀국하고 나니 한국에서 해쉬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그러던 3월께 A양은 유학생과 재외동포를 비롯, 장안의 잘나간다는 젊은이가 모여드는 신촌의 한 테크노바를 알게 됐다. 그곳에선 외국서 맛보던 모든 것이 가능했다.

술과 춤과 영어를 자유롭게 쓰는 또래 아이들, 그리고 무엇보다 마약이 있었다. A양에게 접근한 재미동포 B(37·남·구속)씨는 “기분이 좋아지는 약”이라며 알약 형태의 엑스터시를 건넸고 A양은 마약임을 직감하면서도 이를 받아먹고 정신없이 머리를 흔들었다.

그후 A양은 1주일에 2번, 특히 황금시간대인 토요일 새벽 1~2시때는 어김없이 테크노바를 찾았고 바 안에서 마치 두통약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술과 함께 엑스터시 한 알을 삼킨 뒤 밀려오는 환각에 몸을 내맡겼다. 환각이 깨는 새벽 6시께 집에 들어가 하루종일 잠을 잤지만 부모들은 “피곤해서 그러려니”하며 의심하지 않았다.


싼값, 강한 환각효과

A양의 사례에서 보듯 이제 마약은 무시무시한 조직폭력배가 으슥한 곳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건네는 단계를 지나섰다.

검찰도 ‘테크노 환각’ 단속이 검찰 마약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 이유로 기존의 마약에 비교해볼 때 신종 마약이 가지는 탁월한 가격 대비 성능을 들고 있다.

다시 말해 신종 마약은 값이 싸면서도 몇배 더 강력한 환각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된 엑스터시나 LSD의 가격은 놀랍게도 기존 마약의 대표주자였던 히로뽕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엑스타시 한 알의 가격은 4~6만원, LSD 한 회 복용분은 2~3만원에 불과하다. 소위 잘나간다는 젊은이가 즐겨찾는 강남의 호텔나이트에서 맥주 한잔 마시는 비용밖에 안된다.

이에 비해 히로뽕 1회 투약분인 0.03g의 최근 소매가는 10~12만원(이것도 IMF이후 수요가 줄면서 하락한 것이다)이나 된다. 하지만 이렇게 비싼 히로뽕이 환각효과면에선 3~4배 떨어진다고 알려져있다.

신종 마약은 더욱이 히로뽕처럼 주사기로 찔러대는 귀찮은 투약방법이 필요없다. 정제 타입의 엑스터시의 경우 외관상으론 소화제나 진통제와 구분이 잘 안된다. 장소에 관계없이 한알 삼키기만 하면 끝이다.

종이에 유효성분을 흡착한 형태로 혀에 놓고 빨아먹는 LSD는 엑스터시보단 다소 투약방법이 복잡하지만 먹는 재미는 더 낫다는 게 투약자의 말이다.


인터넷등 첨단방법 동원한 거래

수요자와 공급자은 항상 서로를 애타게 찾는 법이다. 신종 마약이 가격과 편의성, 성능이라는 흥행의 3박자를 고루 갖추었다는 점에서 공급책이 군침을 흘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러난 신종 마약의 공급책은 다소 특이하다. 국내 거주중인 외국인과 재외동포가 주된 공급책인데 이들의 직업은 유명대 외국어 학당과 사설 영어학원 강사에 집중돼 있다. 초기단계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들이 접하는 주대상이 대학생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검찰은 실제로 신종 마약이 대학생의 집결지인 서울 신촌과 강남 일대의 테크노바, 호텔나이트 등과 외국인이 자주 찾는 이태원 일대를 거점으로 급격한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반입방법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최첨단 주문이 등장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지난 4월 캐나다 국적의 영어강사(29·여)와 함께 구속기소된 미국인 밀러(27)씨는 인터넷 이메일을 통해 엑스터시 500알과 LSD 190조각을 주문했다.

주문된 마약은 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국제우편을 통해 네덜란드에서 무사히 밀러씨의 손으로 들어왔다. 다른 사례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4월20일 국제 마약전문사이트를 통해 네덜란드 회사에 구매주문을 내고 대마씨앗을 공급받은 대학생 이모(21)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마약주문의 경우 상선-하선으로 연결되는 기존의 점조직성 공급루트와는 다른 게릴라 형식을 취하고 있어 요주의 대상”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급변하는 마약수사환경에 대해 검찰의 의지는 결연하다.

서울지검 강력부 박성진검사는 “최근 공급책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공공연하게 엑스터시 등 신종 마약을 판매하는 등 잠재적 수요자로 대학생을 지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신종 마약이 확산되고 있어 검찰은 전면전을 각오하고 마약사범 척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손석민 사회부기자 hermes@hk.co.kr

입력시간 2000/05/2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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