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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박태준 이후 정국 해법은?

박태준 총리의 부동산 명의신탁 파문이 정가에 예기치 않은 변화를 초래했다. 자민련 이한동 총재의 신임 총리 기용은 박전총리 명의신탁파문 수습의 마지막 수순이나 정치적으로는 전혀 새로운 국면의 시작이다.

우선 4·13총선이후 형성된 여소야대 체제의 변화 가능성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후임총리 발탁 과정에서 ‘총리는 자민련 몫’이라는 양당 공조정신을 재부각한 것은 자민련과의 공조복원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물론 자민련 일각에서는 “자민련의 총리추천과 공조복원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한발 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얼마전 총선에서 공조파기를 선언해 놓고 공동 정권에 복귀한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당내 일부 반발과 외부의 따가운 시선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벽의 성격이 짙다.


총리 인사청문회 새쟁점으로

6월의 남북정상회담이후에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개각에서 자민련측 인사들이 입각한다면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는 완벽하게 복원되는 셈이다. 그에 앞서 양당은 국회의장 선출 등 원구성 과정에서도 힘을 합칠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같은 양당의 공조 복원 움직임에 대해 “총선 민의를 거스르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정국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DJP 공조회복이라는 정략적 계산에 따라 후임 총리를 지명한 것은 유감스러운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원창 총재특보도 “총선전에 선명 야당을 외쳤던 이한동 총재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공동여당에 복귀, 총리로 나서는 것은 총선 민의를 배반하는 것으로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몰아 붙였다.

한나라당의 반발은 16대 개원 국회에서 총리인준 동의 반대 등의 격렬한 저항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특히 16대 국회부터는 총리 등 국회 임명동의 대상 공직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도록 돼 있어 한나라당은 이를 활용해 공동여당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인사 청문회의 세부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 변수이긴 하다.

여당은 이를 빌미로 이번 총리에 대해서는 코앞에 닥친 남북정상회담 준비 등을 감안해 그냥 넘어가고 세부사항을 잘 만들어 다음부터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무슨 소리냐”고 반발하고 있다. 여당이 할 의지만 있다면 인사청문회 세부사항을 만드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되는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총리부터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총리에 대해서는 양당이 합의하는 테두리내에서 약식으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자는 절충안도 나오고 있다.

일반 여론도 박태준 전총리의 재산관리 물의 파문을 예로 들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사전 검증을 해야한다는 쪽이어서 여권이 마냥 인사청문회를 외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은 국회의장 자유경선 카드를 돌파구로 해서 6월5일 정상 개원의 물꼬를 잡아 가던 16대 개원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인사청문회 고비를 넘기면 임명동의안을 놓고 여야 표대결이 벌어진다. 민주당(115석)과 자민련(17석)이 합해도 한나라당의 133석에는 못미치지만 호남 무소속 4명이 민주당에 입당을 선언한 데다 한국신당의 김용환 집행위의장 및 민국당의 2석, 무소속의 정몽준의원 등이 최근 친여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여권에는 유리한 요인이다.

또 한나라당에서 떨어져 나온 이한동 총리서리는 한나라당내에 과거 자신의 계보 인사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여권은 임명동의안 표결처리 결과에 대해 별로 걱정을 안하는 눈치다.


차기 자민련총재는 누구?

또 하나의 정가 관심사는 자민련에서 이한동 총재의 빈자리를 누가 맡느냐이다. 제 1감은 JP의 컴백이나 자민련 안팎에서는 신한국당의 김용환집행위의장이 자민련에 복귀, 총재직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김의장은 얼마전 JP와 회동한 뒤 “JP와 인간적인 관계는 완전히 회복했다”고 말해 두 사람간의 갈등을 상당부분 해소했음을 내비쳤다. 자민련이 이같은 흐름속에서 최대의 염원인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지도 정가의 관심사다.

이한동 총재의 총리발탁은 김대중 대통령의 차기주자군 관리차원에서도 의미가 적지않다. 중부권에 기반을 갖고있는 이 총리서리는 여권의 차기주자로서 일정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여권입당이 유력시되는 무소속 정몽준의원까지 가세하고 고건 서울시장의 잠재성을 감안하면 김 대통령으로서는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인제 상임고문을 적절히 견제하면서 여권의 인재풀을 키우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같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0/05/2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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