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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당선자. 현실정치 벽 넘을까

개혁의지에 "뭘 안다고" 기성정치권서 견제

“공천을 따내기 위해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던 386들이 당선되니까 ‘개혁’을 온통 독차지하려 하고 있다.”

거의 비아냥처럼 들리는 이 말은 여권 고위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386세대’소장파 당선자들의 영입 및 공천과 무관치 않았던 고위 인사의 이같은 발언은 총선후 조성된 정치환경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국민이 보여준 ‘변화 욕구’의 상징이었던 386세대 당선자들과 기성 정치권 사이의 긴장관계로 요약된다.

또 이런 긴장관계는 총선과정에서 단연 돋보였던 386세대 소장파 당선자들의 정치적 장래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들은 일단 소속 당에 구애받지 않고 여야 각 진영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면서 나름대로 개혁의 중심에 서려는 자세를 뜨러트리지 않고 있다.

이들의 개혁성을 북돋우려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여전히 건재한 편이다. 그러나 이들도 알게 모르게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을 제도권안으로 들여보낸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의외일 수밖에 없다.


개혁적 목소리에 정치선배들 긴장

외부에서 이들의 개혁적 목소리를 압박하는 것은 기성 정치권의 경계어린 시선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또는 공식적으로는 가급적 말을 아끼고 있으나 여야 각 당의 지도부나 중진들, 즉 ‘정치 선배’들은 386 소장파들의 이런저런 주장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5월31일 전당대회에서 총재·부총재 경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 경선에 관련된 당내 민주화 요구 등 소장파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도 있는 상황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내 초·재선 원내외 위원장들의 모임인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는 후보 검증기회 확대를 명분으로 권역별 정견발표회 실시를 요구했으나 정작 당 지도부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이 “총선승리이후 이회창 총재의 절대적인 리더십이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장파들의 당내 민주화 요구는 찻잔속 태풍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 데에서 한나라당의 내부 기류가 여실히 드러난다.

민주당의 사정도 오십보 백보다. 3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초선 당선자 7인의 모임인 ‘창조적 개혁연대(개혁연대)’의 움직임은 일단 그 실질적 내용에 관계없이 당 중진들의 견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개혁연대는 최근 원내총무 경선과정에서 경선후보들을 개별적으로 초빙, 정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 각 후보들은 물론 상당수 당선자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없이 뒷말이 따랐다.

민주당의 한 중진은 “뭔가 튀는 행동을 통해 ‘언론 플레이’를 해야만 개혁을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새로운 시도로 주위의 이목을 끌기 보다는 내실을 다져 개혁의 중심을 세우는 일에 더 정진할 것”을 주문했다.

민주당내 386세대 등 소장파들이 주장하는 당내 민주화 요구도 당 중진들이 허심탄회한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 표결에서의 ‘크로스보팅(자유투표)’확대, 상향식 공천 제도화, 의원총회 활성화, 국회의장 후보 당내 경선 주장 등이 현실정치의 벽을 넘을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6월5일 16대 국회 법정개원을 앞두고 시급한 현안인 당내 의장후보 결정의 문제에 있어 당 지도부가 보이는 반응은 냉담할 정도다.

국회의장의 경우는 선수를 쌓으면서 얻은 정치 경륜을 무시할 수 없으며 야당의 지지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인기’보다는 치밀한 ‘당선 가능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당 지도부의 논리다.


‘큰일’위해 개혁 유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성 정치권이 386 소장파들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물론 기성 정치권이 소장파들보다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개혁’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개혁’자체에 대해서는 수긍하면서도 ‘개혁의 실행’이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와관련, “당내 민주화 등 소장파들의 개혁요구가 시류를 타고 정치권 전반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등장하면 기존 정당의 지도및 조직체제를 뒤흔들게 될 것”이라면서 “이같은 상황은 정권을 관리해야 할 입장인 여당으로선 상당히 혼란스럽고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기성 정치권의 입장에서 예측과 조정이 가능한 정치를 하기 위해선 386세대 등 소장파들의 개혁 에너지를 제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가능성을 바탕으로 2002년 대선을 향한 줄기찬 발걸음을 시작해야 하는 마당에 이회창총재의 대권주자 이미지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개혁 주장’은 사양하고 싶은 것이다.

주로 민주당측 386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여야 소장파간 연대 움직임에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가 지속적인 경계의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는 여야의 소장파들이 개혁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때로 공동보조를 취할 경우 결정적인 시기에 야당의 행동통일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개혁 독점욕심 버려야

이런 상황에서 386세대 등 소장파들이 긴장관계를 극복하고 정치권의 개혁을 가져올 수 있을까.

정치권엔 항상 기득권 유지에 보다 관심이 있는 ‘정치 선배’들이 존재해 왔기 때문에 개혁의 성공여부는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새 피’들이 과연 특별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16대 총선에서 당선된 ‘초선’들은 과연 이전의 ‘초선’들과 다를까. 다르면 또 얼마나 다를까. 여기에 대한 평가는 일단 유보해야 하겠지만 386 등 소장파들이 정치권에 들어와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벌써부터 개혁의 성공을 위해선 개혁의 목소리를 조절해야 한다는 논리로 ‘굴신’의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개혁성을 독점하려는 욕심을 부리기도 하고 또 때로는 내부의 주도권 선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고태성 정치부기자 tsgo@hk.co.kr

입력시간 2000/05/2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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