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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황금분할 어떻게 되나

‘x/1 = 1/x-1’

다소 복잡해 보이는 이 방정식은 소위 ‘황금분할’(黃金分割)을 의미하는 방정식이다. 황금분할이란 어떤 직사각형이, 그 직사각형에서 짧은 변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을 만들어 제거할때 생긴 나머지 직사각형과 ‘닮은 꼴’일 때를 뜻한다.

x는 직사각형의 세로 변과 가로 변의 비율인데 방정식을 ‘x2-x-1 = 0’이라는 이차방정식으로 바꿔 계산하면 x의 값은 (1+ 5)/2, 즉 약 1.6180이라는 값을 갖게 된다.

‘황금분할’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자연에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대부분의 사물은 황금분할로 이뤄졌다. 정오각형의 경우 한 변과 대각선의 길이의 비율은 황금분할을 이루며, 솔방울이나 파인애플 열매의 껍질이나 국화꽃 등의 배열도 황금분할로 이뤄졌다.

미적 감각이 뛰어났던 고대 그리스인은 건축물, 미술·공예품을 만들 때 항상 황금분할을 따랐는데 파르테논 신전은 그 대표적 작품이다.

또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과학자이자 미술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그의 작품에 황금분할을 이용했는데 그의 역작 ‘수태고지’도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1.6180이다.


로열패밀리들의 보유지분 변동

한편 ‘황금분할’이라는 표현을 국내 재벌그룹에 사용한다면 그 주인공은 누가 될까. 우리나라 재벌 역사에 정통한 전문가라면 대부분 LG그룹을 ‘황금분할’의 주인공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인회 창업자가 1946년 부산에서 조선흥업사를 설립할때 사돈(허만정씨)으로부터 자본참여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 구씨 가문과 허씨 가문의 동업은 50년 넘게 경영권의 절묘한 ‘황금분할’을 통해 아무런 잡음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허씨 두 가문의 결합체인 LG그룹은 정씨, 혹은 이씨의 단일 가문인 현대, 삼성그룹과 비교할 때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는 ‘구인회→구자경→구본무’ 등으로 이어지는 LG그룹 경영권의 승계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969년 12월말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급작스럽게 작고한 뒤 6일만에 구씨 가문과 허씨 가문의 문중회의를 통해 42세의 구자경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간 것이나 1995년 3대 회장인 구본무 회장으로 경영권이 순조롭게 이양된 사례는 삼성, 현대와는 사뭇 다르다.

그런데 50년 동안 유지된 LG의 황금분할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걸까. 올 들어 구씨와 허씨 등 LG그룹 로열 패밀리들이 보유지분을 대량으로 매각해 LG전자의 지분을 급격히 늘리는 등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구본무 LG회장은 지난해 말까지 LG전자 주식(보통주)을 0.31% 보유했으나 이후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4월말 현재의 지분율은 1.86%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허씨 가문의 수장인 허창수 LG전선 회장도 지분율을 0.41%에서 1.21%로 늘려놓았다.

이에 따라 LG그룹의 로열 패밀리가 개인 주주 자격으로 보유하고 있는 LG전자 지분은 12.5%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최대주주였던 LG화학의 지분율(7.7%)을 크게 앞지르는 것이다.


LG전자 지분확보경쟁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인 대주주의 LG전자 주식매입은 비상장 계열사인 LG유통과 LG칼텍스정유 주식을 LG화학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지난 4월4일 LG화학은 구본무 회장 등 LG그룹의 로열 패밀리 25명으로부터 LG유통의 주식 164만여주를 2,467억원에, 구자경 명예회장 등 27명으로부터 LG칼텍스정유 주식 118만주를 1,289억원에 매입했다.

결국 올들어 구씨 가문은 LG정유와 LG유통의 지분을 포기하면서 LG전자 지분을 꾸준히 늘려온 셈이다.

그렇다면 LG그룹 내부의 이같은 지분변동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와 관련해 LG그룹 주변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일부에서는 “50년동안 이어진 황금분할 구도가 흔들리면서 구씨 가문과 허씨 가문 사이에 LG전자를 둘러싼 지분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올들어 구본무 회장이 보유한 LG전자 지분이 허창수 회장보다 많아진 것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반대로 또다른 쪽에서는 “구씨 가문과 허씨 가문의 ‘황금분할’은 변하지 않은 채 두 가문이 LG전자를 LG그룹의 지주회사로 키우기로 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개인 대주주들의 LG전자 지분 매집은 LG그룹의 지주회사 노릇을 해왔던 LG화학 대신에 LG전자를 지주회사로 키우고 나아가 LG전자를 중심으로 LG그룹을 정보통신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G전자는 LG그룹 전략사업인 정보통신 부문 계열사의 지분을 한손에 넣고 있는 핵심 회사이다. LG전자는 휴대폰 등 장비 생산업체인 LG정보통신의 지분을 27.1% 소유하고 있으며 무선이동통신 사업자인 LG텔레콤(지분율24.4%)의 1대 주주며 한국통신과 어깨를 겨루는 데이콤의 최대 주주다.


약해진 유대관계, 분리작업 관측도

그러나 재계의 일반적 관측은 사돈으로 맺어졌던 구·허씨 가문의 유대관계가 세대를 이어 내려오면서 약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두 가문이 자연스럽게 분리작업에 들어갔다는 쪽으로 요약된다.

LG그룹은 현재 LG화학 등 화학·에너지 부문, LG전자 등 전자·정보통신 부문, LG투자증권 등 금융부문, LG상사 등 서비스 부문으로 이뤄져 있는데 구·허씨 가문이 필요에 따라 이들 계열사를 자연스럽게 나눠갖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LG그룹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미 LG그룹의 계열분리 작업이 시작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으로 LG그룹 발전에 큰 역할을 했던 구철회 전 락희화학사장의 아들인 자원·자훈 형제가 지난해 LG화재로 독립했으며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들 역시 희성그룹의 경영권을 맡으며 본가에서 떨어져 나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구씨 가문이 정보통신과 금융 계열사 등을, 허씨 가문이 화학·에너지, 유통 계열사 등을 중심으로 독립 경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50년 넘게 이어진 구·허씨 두 가문의 ‘황금분할’이 새천년에도 변함없이 계속될지 아니면 자연스런 ‘핵분열’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입력시간 2000/05/2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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