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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 함상토론회] "경항모 대양함대 건설해야 한다"

주간한국은 해군이 주최한 ‘함상토론회’ 기회를 빌어 광개토대왕함 함상에서 해양문제 전문가들과 한국의 해양안보에 관한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강정현 해군대학 교수, 최재수 해양대학 교수, 최영달 국방대학 교수(현역 해군대령)가 참석했다.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와 대비되는 21세기 해양시대의 특징은.

강정현=19세기 이후 해양시대는 제국주의에 기초한 영토확장과 패권주의로 상징된다. 이같은 경향은 20세기 말로 접어들면서 경제적 실리추구로 패턴이 바뀌었다. 미국의 개입(engagement), 확대(enlargement)정책은 사실상 ‘포장된 실리추구 정책’이다.

동북아 지역 해양정세도 실리위주로 가고 있다.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어업협정, 각국의 해양환경오염 대책 등이 해양영토 실리추구의 대표적인 예다.

최영달=1994년 채택된 유엔 신해양법 조약은 ‘대륙붕과 심해를 포함한 모든 바다에 주인이 있다’는 개념에서 출발하고 있다. 주인이 해당해역에 관할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바다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한일, 한중 어업협정에서도 국민적 관심부족으로 협상력이 떨어졌다고 본다.

최재수=20세기 후반 바다의 경향은 해양자유가 해양분할로 변화하고, 해양이용이 단순이용에서 복잡이용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자유는 사실상 자유를 빙자한 강자의 논리이자 제국주의 논리였다. 21세기 해양분할 시대로 접어들면서 각국이 관할해야 하는 바다면적이 넓어졌다. 19세기 바다이용은 항로와 어로 두가지였지만 20세기 중반 이후로는 이들 뿐 아니라 석유와 심해저 광물 채굴 등으로 다각화했다.

해양이 경제터전으로 변하면서 영해가 영토개념과 같아지고 있다.


-해양주권 방어를 위해서는 우방과 국제기구 뿐 아니라 해군력도 중요한데.

최재수=우리는 한국전과 월남전 등 두차례의 전쟁경험을 갖고 있지만 모두 육군중심으로 전쟁을 치렀다. 제공권, 제해권, 병참은 미국에 맡기고 지상군 병력만 운용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미군에 계속 의존할 수 있을 지가 문제다. 이런 점에서 국방개념을 다시 세워야 한다. 북한을 가상 적으로 둔다하더라도 해역방어와 해상병참선 통제를 위한 해군력, 제공권을 위한 공군력을 독자화해야 한다.

강정현=한국군 전력을 대북한 군사력과 대주변국 군사력으로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대북한 작전에서 한국군은 지상군과 연안해군에 특화할 수 있지만 대주변국 작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과도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한·일 분쟁에서 한국은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중 문제도 미국에 의존하기는 어렵다. 중·일 양국과는 EEZ 문제 등에서 갈등의 소지가 많다. 독자적인 대처능력이 있어야 한다.

최영달=한국 대외교역물자의 99.8%가 바다를 통하고 있다. 대북한 지상군 위주로 편성된 전력체계를 바꿔 주변국과 경제이익 수호에도 비중을 둬야 한다. 남북평화공존과 통일을 상정할 때 육군력의 필요성은 줄고 해상교통로 보호 요구가 대두될 것이다.


-해군과 학계 일각에서 대양해군 육성론이 대두되고 있는데.

최영달=해양권익을 적극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항공모함과 순양함 등을 갖춰야 한다. 주변국을 봐도 중국과 일본은 항모 보유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재원이 문제긴 하지만 해군이 구상하는 대양해군을 지원해야 한다.

강정현=현재 한국해군은 연안작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래는 연안방어만으로 해양국익을 지킬 수 없다. 엄격한 의미에서 대양해군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뿐이다. 우리는 이를 축소해 ‘원해작전이 가능한 기동함대’를 보유해야 한다.

원해작전을 위한 기동함대는 대해상전, 대공전, 대잠전 등 입체작전능력을 필수적으로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2만~4만톤급 경항모와 함대보호용 이지스 전투함, 잠수함, 보급함을 세트로 갖춰야 한다.


-대양해군을 육성할 경우 재원도 문제지만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최재현=우리가 중·일을 능가하는 해군을 가지면 주변국이 긴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이런 수준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세계 역사상 군축문제는 ‘현상유지’에 초점을 두었다.

지금 대양해군을 육성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군축회담이 진행될 경우 한국은 연안해군에 계속 머물 수 밖에 없다. 주변국을 고려하더라도 일단 대양해군을 육성해야 한다.

강정현=경제규모와 (조선능력을 포함한)해양력, 해군력 3자를 비교했을 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해군력이 상대적 약체에 있다. 한국이 경항모를 보유한다해서 주변국을 긴장시킨다거나 군비경쟁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국가의 의지가 문제다.


-대양해군 건설 이외에 해군력을 강화시킬 방법은.

최영달=미국처럼 선박과 선원인력을 동원예비체제로 유지할 법적,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일반 민간선박은 구조상 전시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미국은 특정 민간선박을 전시에 활용하기 위해 건조단계부터 정부가 개입한다. 해군이 요구하는 기능을 선박에 추가하되 추가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는 형식이다. 우리도 이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재현=전쟁에서 보급은 매우 중요하다. 인력과 선박자원을 평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국방부가 선원인력을 사실상 양성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선원인력 양성은 해양대학 등에서 벌써부터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처우 등의 문제로 선원을 기피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 비상시 필요인력 확보가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한국선주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선박국적을 (세금이 적은)외국에 올리는 ‘편의취적선’이 급증한 것도 심각한 고민거리다.

외국국적으로 돼있는 이들 선박은 전시에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국적선에 세금을 감면하면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는데도 정부에서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해운을 국방과 연계시키고 있는 미국은 미국국적의 상선을 유지하는데 힘쓰고 있다. 우리도 해운을 국방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중국이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강정현=국력에 걸맞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봐야 한다. 양국은 단시일내에 해군력을 키울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의 잠재 핵능력, 준항모 보유도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일본은 동북아에서 국부에 대등한 군사활동 야심을 갖고 있으며, 유엔평화유지활동(PKO) 등을 통해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장차 지역패권과 지역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05/2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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