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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종윤락 화상채팅… PC방은 원조교제의 온상

“우리 만나서 드라이브 할까?”

“그냥은 안돼. 아저씨 돈 많아?”

“얼굴은 별로인 것 같은데 얼마 줘야 되니.”

“호호, 아저씨 프로인가봐. 그건 글쿠(그렇고) 한 장(10만원)이면 돼. 난 번섹(번개섹스) 경험 별로 없어.”

“한 장? 싸네. 너 외박할 수 있니?”

“오늘은 외박 안돼. 새벽까지는 집에 들어가야 돼. 생각있으면 핸드폰 번호 011-2**5-*3*6이야. 빨리 전화해.”

지난 5월21일 저녁 7시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 PC방. 약간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40여대의 컴퓨터가 뿜어내는 각종 음향으로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20여명의 게임마니아 사이사이에 교복 차림의 여학생 3명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키보드 옆의 재떨이에는 이들이 피운다만 듯한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삐리릭….’ 김모(15)양이 얼른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김양은 화상에 뜬 20대 후반의 남성을 바라보며 모니터 상단에 설치된 카메라를 향해 전화를 받았다는 듯 손짓을 했다.

“아저씨 차종이 뭐야?”

“알아서 뭐하게, 고물이면 안만나려고?”

“빨리 말해줘. 지난번에 다른 아저씨는 알고보니 ‘유모차’더라고.”

“하하하. 현대 스포츠카다, 왜.”

“그럼 됐어. 우리 어디서 만날까. 아저씨가 정해.”

“8시에 수유역 모 은행 앞으로 나와. 내 차는 빨간 색이고 끝자리가 78이야.”

“알았어, 아저씨. 외박은 절대 안돼, 알았지.”

통화를 끝낸 김양은 “야, 나 한 건 물었다. 스포츠카래”라며 옆자리에 있는 친구들에게 뻐겻다. 김양은 친구들의 부러운 눈길을 뒤로 한 채 사복이 든 쇼핑백을 들고 PC방을 나섰다.


게임천국에서 윤락천국으로 변질

언제부터인가 PC방이 원조교제의 온상으로 변질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PC방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바둑 등 ‘게임천국’이었지만 올해초 화상채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윤락천국’으로 변했다.

원조교제의 대표적 창구였던 전화방이 잇따른 단속으로 주춤한 사이 PC방을 이용한 청소년 탈선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룸살롱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로부터 일터를 잃어버린 10대들도 돈을 벌기 위해 PC방으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에는 10대만이 아니라 30, 40대 아줌마 아저씨들까지 PC방에서 유흥과 윤락의 대상을 찾아나선다. 타자속도가 느린 아줌마 아저씨들은 목소리 대화가 가능한 음성화상 채팅을 선호한다.

지난 5월12일 밤 10시께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두 여자가 서울 영등포구 모 PC방을 찾았다. 음성화상 채팅용 컴퓨터 앞에 앉은 두 아줌마는 ‘XX사랑’이라는 채팅프로그램을 열었다. 방 제목을 죽 훑어보던 한 아줌마가 ‘아랫도리 심심한 설녀(서울여자)만 오세요’라는 대화방을 클릭했다.

ID ‘돈마나’라는 남성이 개설한 이 방은 8~10명까지 동시 채팅이 가능하지만 정원을 2명으로 제한했다.

대화방에 들어가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의 얼굴이 모니터 상단에 나타났다. ‘안녕’, ‘하이’라며 간단한 문자인사를 주고받은 남녀는 타자가 느린 탓인지 곧 마이크를 이용했다.

“몇 살이세요”, “어디 사세요” 등 간단한 ‘호구조사’를 마친 여자는 무전기 전송방식의 화상채팅용 마이크가 답답한 듯 핸드폰번호를 가르쳐주며 전화를 요청했다. 상대방과 5분여간의 통화를 마친 여자는 20여분뒤 자리를 일어서며 동행했던 여자에게 “먼저 간다. 너희 집에서 잔다고 할께”라고 말했다.


10대부터 아줌마· 아저씨까지 다양

PC방을 나선 여자는 200여㎙를 걸어 영등포 로터리에서 멈췄다. 5분후 경기 7*가 1*2* 검은색 스타렉스 승합차에서 내린, 모니터에서 본 듯한 30대 초반의 남자가 여자에게로 다가왔다.

남녀는 어색해하는 것도 잠시. 긴장했던 여자는 이내 팔짱을 끼고 오래된 연인처럼 차에 올랐다. 남자는 차창을 통해 취재진을 비롯해 주변사람을 유심히 살펴본 뒤 차를 움직였다.

PC방 주인 김모(36)씨는 “무슨 짓을 하는지 뻔히 알지만 채팅 고객이 없으면 장사가 안된다”면서 “요새는 아줌마 아저씨 고객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친구나 애인을 구해보려는 순진파도 있지만 요즘은 30, 40대 아줌마까지 상대방에게 돈을 요구한다”고 귀띔했다.

종로의 한 PC방에서 만난 박모(17)양은 “요즘 전화방을 통해서 원조하는 애들은 드물다”며 “돈 많아 보이는 남자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화상채팅이 훨씬 인기”라고 말했다.


정보화 첨병에서 윤락의 온상으로

최근에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채팅용 카메라가 상반신만을 찍는다는 점을 이용, 옷차림 등 기묘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14일 오후 신촌의 모 PC방에서 화상채팅을 하는 김모(20)군의 복장이 특이했다. 빳빳하게 다려진 청색 와이셔츠와 캐주얼 정장 차림의 상의와는 달리 하의는 후줄근한 추리닝과 슬리퍼 행색이었던 것.

늦잠을 잔 후 하숙집에서 막 나왔다는 김군은 “카메라는 가슴 윗부분만 촬영한다”며 “상대여성에게 잘 보이려고 특별히 ‘위’에만 신경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다른 PC방에서는 조모(17)양이 카메라가 설치된 모니터 앞에서 한껏 폼을 잡고 두세 차례 회전을 했다. 조양은 “상대방이 몸매가 어떠냐고 물어봐 직접 보여줬다”면서 “가끔 짓궂은 아저씨들이 가슴을 보여달라고 해 ‘윗부분’만 살짝 보여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옆자리에 앉은 김모(17)양은 왠일인지 카메라를 꺼놓은 상태였다. 김양은 “채팅 시작 무렵 친구 조양을 ‘대리출전’시켜 일단 상대방을 ‘안심’시킨 후 고장이라는 핑계로 카메라를 꺼놓고 자신이 대화중”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스타크래프트족 등 게임마니아들은 화상채팅족에 불만이 많다. 강모(19)군은 “채팅족의 대화내용은 대부분 야하거나 윤락과 관련되어 있어 신경이 쓰여 게임에 집중이 안된다”면서 “정작 본인은 큰 소리로 웃어가며 채팅과 핸드폰 통화를 할 정도로 뻔뻔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또다른 스타크래프트족 이모(17)군도“화상채팅족의 몸짓과 옷차림이 눈에 거슬린다”며 “작전수립에 상당한 차질을 빚어 가능하면 멀리 떨어져 앉는다”고 투덜댔다.

“정보강국을 만들기위해 설립을 적극 권장했던 PC방이 정보화 첨병이라는 제 구실은 못하고 못하고 윤락의 온상이 되다니요. 답답합니다.” e-메일을 띄우러 PC방을 찾은 신모(32)씨의 말이다.

강 훈 사회부 기자 hoony@hk.co.kr

입력시간 2000/05/2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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