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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인생… 결국 자살했을것

■ 박정희 정신분석, 신화는 없다/뜨인돌 펴냄/신용구 지음

1961년 5월16일 쿠데타로 집권한 뒤 20여년 가까이 한국 사회에 정치적 암흑기를 강요했던 박정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많은 사람에게 숭배의 대상으로 우러름을 받고 있다.

유신의 악령이 떠오른다고 머리를 흔들어대는 이도 있지만 박정희를 향한 향수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박정희 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그에 대한 열띤 찬반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추악한 독재자와 구국의 지도자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는 박정희는 어떤 사람일까.

이 책은 박정희에 대한 기존의 정치적 역사적 평가들과는 달리 인간 박정희의 내면을 정신분석학적 도구로 분석하고 평가한 책이다.

안양중앙병원 정신과 과장 신용구 박사는 대담하면서도 소심했고, 공격적인 동시에 한없이 유약했던 두 얼굴의 독재자 박정희의 정신세계를 밝혀내고 있다.

신박사에 따르면 박정희는 태아 때부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음에 틀림없다. 마흔을 훌쩍 넘긴 산모에게서 태어난 박정희는 어머니 백남의의 끝없는 유산 시도로 뱃속에서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 출생 후에도 가족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을뿐 아니라 어머니로부터 “널 떼려고 무진 애를 썼다”는 말을 자주 들음으로써 기본적 신뢰감이 허약해졌으며 무의식적 유기(遺棄) 불안과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게 되었다. 성장한 뒤에 그가 보여준 신경증적 불안과 강박, 억압, 의심 등은 모두 유년시절의 이같은 상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신용구 박사는 박정희의 아내 육영수를 박정희의 충동적인 면을 조절해준 강력한 초자아(양심)로 해석한다. 육영수는 박정희의 구강기적 욕구를 안정적으로 채워주는 온화하고 은근한 어머니의 역할을 했다.

따라서 육영수의 죽음은 박정희가 무의식 속에 가지고 있었던 유기불안이나 죽음의 공포를 증폭시킴으로써 그에 대한 반작용적인 자기애적 환상을 더욱 절박해지도록 만들었다.

또 육영수라는 유연한 초자아가 사라짐으로써 사고가 경직된 박정희는 자신의 충동성을 조절하고 현실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과 융통성의 원천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결국 육영수의 죽음 이후 박정희는 끊임없이 독단과 독선을 강화할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박정희의 여자관계에 대해서도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박정희는 육영수를 만난 이후에도 다른 여성과 비교적 지속적 관계를 맺었으나 그녀의 사후에는 한번 자리를 같이했던 여성과는 절대로 다시 만나는 일이 없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육영수 사후에 박정희가 여성과 단지 일회적 관계에 그쳤던 이유는 또다시 버림을 받느니 차라리 상대를 버림으로써 극도로 증폭됐던 유기불안을 극복하고자 했던 노력이자 자기를 버린 과거의 여성들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또 프롤로그에서 만약 10·26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 것인가에 대해 쓰고 있다. 10·26이 없었다면 박정희는 국민의 정당한 요구에 강경진압으로 맞선다.

국민을 향해 발포명령을 내리면서까지 자기의 메시아적 환상을 성취하려 했던 박정희는 엄청난 유혈사태를 불러일으킨 뒤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의 극단적 공격성은 결국 자기에게로 향하게 되어 청와대 집무실에서 자살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내용이 다소 황당할 수도 있지만 ‘절대 권력자’라는 강력한 이미지때문에 보통 사람이 확인할 수 없었던 박정희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조철환 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입력시간 2000/05/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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