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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해하기 어려운 황소걸음 전법

제2,4국에서 구사한 전법을 다시 들고 나오자 네웨이핑은 찜찜한 생각이 들었든지 슬쩍 방향을 튼다. 만일 그도 똑같은 포진을 들고 나왔다면 피차 기세의 대결이라고 하겠지만 네웨이핑은 자기류를 고집하지 않은 것은 자기류가 탐탁치 않았거나 조훈현류가 막강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터다.

네웨이핑이 꼬리를 내리자 어느새 바둑은 실리 대 세력의 형태로 흘러간다. 조훈현이 실리다. 일단은 편하다.

오전 대국까지 조훈현은 1시간30분을 소비했는데 네웨이핑은 고작 30분이다. 조훈현이 많은 것이 아니고 네웨이핑이 적은 것이다. 30분이면 속기로 일관했다는 얘긴데 아마 네웨이핑은 후반을 승부처로 삼고 있는 듯했다.

오전내내 네웨이핑의 착수에 약간 의문이 드는 것도 있었지만 그것으로 조훈현이 많이 앞섰다고는 할 수 없다. 멀리 따돌렸다 싶으면 여전히 끈끈하게 따라붙는 중국류의 특징이 그 한판에도 잘 나타나 있었다.

어느 듯 바둑은 극단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조훈현이 줄잡아 40집에 해당하는 실리를 챙겨 놓았고 네웨이핑은 우주류처럼 허허벌판을 경영하고 있다. 물론 조훈현은 용감무쌍하게 뛰어들었고 네웨이핑은 그 ‘당돌한’ 침입수를 여하히 다스리는가가 골칫거리였다. 네웨이핑의 중앙 경영은 원조 다케미야 마사키에 비하면 턱없이 서툰 것이었다.

‘후려칠 것인가 좀 더 기다려볼 것인가’ 네웨이핑은 애꿎은 담배 ‘북경’만 한없이 재떨이로 몰아낸다. 이에 맞서는 조훈현의 담배 ‘장미’도 포연 마냥 피어오른다. 총칼없는 전쟁, 그러면 이들이 내뿜는 담배연기도 포연에 다름 아니다.

네웨이핑은 좀 더 기다리기로 한다. 순발력이 강하고 임기응변에 능숙한 조훈현은 민첩한 파괴와 능란한 수습에 그 누구보다도 탁월한 제능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네웨이핑이 마련한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를 짓겠다고 뛰어든 수는 그의 능기를 발휘한 한 수가 된다.

네웨이핑은 묵묵히 연결하는 수를 택한다. 조금도 능동적 취향을 따르지 않고 뚜벅뚜벅 황소걸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덤도 여유가 있겠다, 후반으로 갈수록 시간이 넘쳐 나겠다, 뒷일은 자신있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일류기사가 저런 무책한 수를 두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예사 인내심이 아니다. 그러나 좀 소극적이지 않을까.”

같은 시각 팩스로 날아든 기보를 한국기원에서 접하던 서봉수는 매몰차지 못한 네웨이핑의 화평책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뭔가 힌트임이 틀림없었다. 같은 고수가 볼때 이해가 빨리 되지 않는다는 건 필시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서봉수는 네웨이핑의 ‘만만디’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외곽을 둘러친 건 이상하다. 뭔가 우회적으로 포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유창혁도 서봉수의 적극론에 동참하고 있었다. 훗날 제2,3회 응씨배를 차지하게 되는 한국바둑의 결정판들이 내린 결론은 조훈현의 우위였다. 뭔가 되어가는 느낌이 한국에서는 감지되고 있었다. 결승에 임한 네웨이핑이 엄청난 중압감으로 몸이 굳어져 있던 탓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인 집으로 따진다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조훈현의 자유로운 변신은 곡예사의 공중곡예처럼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고 네웨이핑의 기다림은 태산에다 강태공을 합친 것보다도 우직했다. 끈질기게 자신의 영역을 침입한 흑말을 노려보지만 이제나 저제나 흘기기만 할 뿐 덤비지는 않는 네웨이핑. 아니, 저러고도 이길 수 있단 말인가. <계속>


<뉴스와 화제>

· 부부와 형제가 맞붙는다

루이, 장주주-이상훈, 이세돌간의 페어바둑 대결

부부의 금실이냐 형제의 우애냐. 최강부부 루이, 장주주와 최강형제 이상훈, 이세돌간의 대결이 이벤트로 치러진다. 5월31일 채널46 바둑TV에서는 우승상금 300만원을 걸고 최근 인기 절정의 두 쌍을 초청해 관심있는 대국을 펼친다.

루이는 올해초 조훈현 이창호를 연파하고 국수에 올라 화제를 일으키는 중이고 이세돌은 최근 32연승 행진을 하며 바둑가의 최고 관심 인물로 부상했다. 이세돌의 형 이상훈은 5월중순 신인왕전을 차지해 생애 첫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 조선진, 서울찬가

본인방 제1국에서 대만 욍밍완을 가볍게 제압

금의환향한 본인방 조선진이 자신의 첫 방어전 제1국을 간단히 끝내 2년 연속 우승의 청신호를 밝혔다.

5월24일 롯데호텔에서 벌어진 본인방전 도전7번기 제1국에서 조선진은 대만의 도전자 욍밍완을 맞아 고작 59수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선승했다. 외국 주최의 도전기가 국내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3번째로 앞선 두 번은 조치훈이 주인공이었다.

이로써 서울서 열린 일본 도전기는 모조리 한국기사가 이겼다.

진재호 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0/05/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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