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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T-2000大戰] 정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꿈의 청사진'에 차질, 과열·과당경쟁

‘황금알을 낳는 거위’, 지금까지 정부가 통신사업자를 선정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오르내린 말이다. 다시 말하면 통신사업의 경우 그 종류나 사업 환경에 상관없이 모두 이처럼 평가됐다. 기업마다 통신사업에 기를 쓰고 달려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관성 속에서 또하나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달려오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 즉 IMT-2000이다. IMT-2000은 ‘21세기 꿈의 이동전화’, ‘동영상 이동전화’, ‘통신의 블랙홀’ 등 온갖 수식어를 동반하며 ‘마지막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칭송받고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경우 이런 기대와 희망이 얼마나 현실화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전문가들이 적잖다. 우선 1996년에 대거 선정된 통신사업자의 현황을 살펴보자.


“또 다른 밑빠진 독 될라”

당시 선정된 대표적 통신사업자는 3개의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다. 한통프리텔, LG텔레콤, 한솔엠닷컴 등이다. 이들 또한 기존의 이동전화(셀룰러폰)에 맞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들은 3년이 훌쩍 지난 아직까지 완전한 흑자경영의 기조를 만들지 못했다. 황금알을 낳기는 커녕 끊임없이 ‘생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밑 빠진 독’의 꼴이다. 이들 업체는 특히 IMT-2000이 상용화할 경우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동전화 때문에 ‘삐삐 사업자’가 존폐의 기로에 놓인 것처럼.

제2의 시내전화 사업자인 하나로통신도 마찬가지다. 설립 초기에 한국통신의 강력한 경쟁 사업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미 조 단위 이상의 자본이 투여됐고 공격적 경영을 위해 아직도 2조원대의 투자금이 필요하지만 대주주마저 증자를 꺼려하는 상황만 보더라도 하나로통신의 위상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무선 데이터 등 1996년에 선정된 다른 신규사업자의 상황은 더 취약하다.

이미 수차례 부도위험에 직면했었고 지금도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이제 문제는 다시 IMT-2000이다. IMT-2000은 과연 황금알을 낳을 수 있을까. 결과가 어떻게 될지의 여부를 떠나서 IMT-2000을 향한 국민적 관심사는 정말 대단하다.

우선 SK텔레콤을 비롯해 한국통신, LG그룹, 그리고 하나로-온세통신과 함께 중소정보통신기업들로 구성된 ‘한국IMT-2000’ 등은 ‘연말 대권’을 위해 그야말로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일반 기업만이 아니다. 공정하고 객관적 위치에서 사업자 선정절차를 지켜봐야 할 언론사 조차 IMT-2000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가적 중대사인 만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겠지만 문제는 그 이면에 숨겨진 사심이다. 정보통신업계에서는 몇몇 중앙일간지가 이 IMT-2000 사업자 유력 후보기업에게 온갖 구애작전을 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 뿐이 아니다. 증권시장에선 ‘IMT-2000 수혜주’라는 수식어가 어느덧 상한가를 향한 골든벨처럼 자리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긋나는 꿈의 통신망

하지만 현실을 조금만 냉철하게 살펴보면 이런 기대가 일부나마 ‘꿈’에 지나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차세대 꿈의 통신망으로서의 청사진은 시작도 하기 전에 빛이 바랬으며 그 안에 숨겨진 20세기의 소망 역시 21세기의 먼 후일에나 실현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이동전화’(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 이름 그대로 세계 어디서나 하나의 단말기로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로밍(Global Roaming)은 세계 공통주파수 사용과 기술표준의 단일화 합의가 무산되면서 일단 차질을 빚고 있다.

지구촌은 단일주파수를 통해 세계 이동전화가 구현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는 지난 1996년 미국이 PCS 경매를 통해 IMT-2000 주파수 대역의 일부를 미리 사용하면서 물건너갔다.

또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방식)와 유럽의 GSM(지구이동통신체계)진영을 중심으로 동기식과 비동기식으로 갈려져 있는 기술표준은 지난해 ‘두 표준을 모두 인정하되 상호 협의 하에 로밍하자’는 방향으로 결론나 반쪽의 합의만을 이끌어내는데 그쳤다.

이처럼 국가와 지역, 사업자별로 주파수 대역이 다르게 설정돼 있는 상황에서는 장비제조회사와 서비스사업자 모두에게 이중투자비의 부담을 안겨준다. 소비자 역시 이런 상황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이 작아진 만큼 단말기와 서비스 모두 저가를 기대하기 어렵게된 것. 애초 기대보다 높아진 서비스 가격은 모두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요즘처럼 사업자가 보조금을 많이 쓰면서 초기 가입부담을 낮출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수익구조 악화는 곧 사업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해법이 어떻게 됐건 누군가는 꼭 피해자가 되며 IMT-2000은 ‘황금알’이 아니라 그냥 ‘달걀’일 수도 있다.


능력 벗어난 ‘투기’ 조짐도

IMT-2000을 둘러싸고 이처럼 이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투기조짐이다. 일부 사업후보자 기업군에서는 실제 사업수행능력과 막대한 투자비 조달 가능성도 없으면서 ‘우리도 IMT-2000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다’는 기치를 내걸고 도박판을 키우고 있이다.

한국통신을 비롯해 대기업은 모두 IMT-2000사업 참여를 일찌감치 선언해놓고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선정경쟁에서는 재벌간 중복·과잉투자 지양, 핵심역량 위주로 사업재편, 차입경영의 지양과 같은 재벌개혁 과제가 발붙일 틈이 없다.

중견그룹이나 중소기업 중에서도 일단 지분참여를 해서 나중에 본격적인 IMT-2000 서비스경쟁이 벌어질 때 이쪽저쪽 사업자한테 기웃거리며 한몫 챙기자는 속셈으로 참여하는 데도 적지 않다. 한 대기업의 IMT-2000 사업추진단 관계자는 “마치 IMT-2000을 못따면 죽을 듯한 분위기가 주류’라며 “정부가 어떤 기준을 마련해도 과열·과당 경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업권 신청과정에서 정부에 제시할 출연금 액수 및 천문학적 시장 예측치 등으로 경쟁과정에서 유발되는 거품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IMT-2000이 21세기를 사는 사람에게 분명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은 분명하나 그 자체가 투기의 대상이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이동전화를 이용한 초고속 데이터통신과 움직이는 영상통신은, 노력하는 기업과 건전한 생각 안에서만 의미가 있는 일이며 일확천금의 꿈을 갖고 덤벼들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안겨줄 수 있다.

이균성 아이뉴스24 기자 jslee@inews24.com

입력시간 2000/05/3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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