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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업순례⑭] 알리안츠 그룹

보험업의 세계화를 추구한다

지금부터 불과 2년4개월전인 1998년 1월21일 오후. 미국 뉴욕의 씨티은행 본점 회의실에서는 한국 경제의 운명을 건 협상이 시작됐다.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난 한국의 은행들이 갚을 수 없게 되어버린 150억달러의 단기채무를 중·장기 채무로 연장하는 협상이 시작된 것이다.

이 협상에는 한국에 돈을 빌려준 미국, 일본, 유럽의 금융기관이 모두 참가했는데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협상 참가자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계 금융기관은 외채협상에 매우 비협조적이었다. 심지어 한국의 궁박한 상황을 이용, 돈을 챙기려는 태도까지 보였다.

이때 한국 협상대표를 도와준 쪽이 독일계 금융기관이었다. 독일계 금융기관은 시종일관 우호적 입장에서 한국측 제의를 검토, 외채협상을 가까스로 끝맺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독일이 한국에 도움을 준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외채협상이 막 끝난 1998년 2월17일에는 테오 바이겔 독일 재무장관이 이례적으로 한국을 방문, 독일의 지원을 약속했고 그해 3월에는 바이에리쉐 페어라인스방크가 한국 기업에 5억달러 규모의 금융지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독일계 금융자본

독일 금융자본의 한국에 대한 이같은 우호적 분위기는 마침내 한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이어졌는데 대표적인 회사가 알리안츠(Allianz) 그룹이다.

알리안츠는 1999년 5월 5,400억원을 들여 국내 생명보험시장의 4위 업체인 제일생명을 인수했으며 지난 3월에는 외환위기 이후 우량은행으로 떠오른 하나은행 지분을 대거 인수하는 등 한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일계 금융자본의 대표격인 알리안츠는 어떤 회사일까. 알리안츠는 1890년 베를린에서 설립된 대규모 보험사로 자회사와 합작투자·제휴사 형태로 120개의 관련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알리안츠는 또 전세계에 걸쳐 영업을 펼치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독일은 물론 런던, 파리, 취리히 등 세계 각국의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알리안츠의 재무제표는 알리안츠가 얼마나 큰 회사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99년말 현재 알리안츠의 자산은 3,840억유로(370조원)이며 수입 보험료는 60조원을 넘어선다. 또 원화로 환산했을 경우 알리안츠의 세전 수익은 5조3,000억원, 이익은 2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알리안츠는 1913년부터 해외로 진출, 보험업의 세계화를 추구하고 있다. 세계 70여개 국에서 11만4,200명의 직원이 생명보험, 손해보험, 기업·개인 보험, 자산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독일내 최대 보험사로 자리잡은 알리안츠는 1998년 S&P로부터 자본화능력 및 고수익을 높이 평가 받아 최고의 재무건전도를 의미하는 AAA 등급을 받았다.


보험·증권 중심으로 한국시장 공략

1998년 이후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알리안츠는 한국내 위상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까. 현재까지 밖으로 드러난 알리안츠의 움직임은 향후 알리안츠의 한국시장 공략이 보험과 증권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우선 주력업종인 생명보험 분야에서 알리안츠는 2005년까지 국내 시장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알리안츠는 2000년 1월부터 ‘제일생명’을 ‘알리안츠 제일생명’으로 이름을 바꾸는 한편 기존 제일생명의 조직과 문화를 완전히 독일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리안츠는 기존 제일생명 내부에 홍보조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외 홍보업무를 대행사에 맡길 정도로 제일생명의 관리시스템과 인력을 철저하게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안츠로 경영권이 넘어간뒤 알리안츠 제일생명은 자산과 수익성 측면 모두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1999년말 현재 알리안츠 제일생명의 자산은 4조550억원으로 1998년(3조8,400억원)에 비해 5.6%나 증가했으며 보유계약건수도 154만건에서 176만건으로 14% 증가한 상태이다.


“5년째 5대 투신운용사 만들겠다”

알리안츠의 증권업쪽 공략은 지난 3월 전략적 제휴를 맺은 하나은행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알리안츠는 2월25일 총 1,775억원을 투자해 하나은행 지분을 12.5% 인수했는데 알리안츠는 하나은행과의 제휴를 계기로 합작 투자신탁운용회사의 설립을 추진중이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관계자는 “새로 설립되는 투신운용회사의 이름은 ‘하나-알리안츠 투자신탁운용’으로 300억원의 자본금으로 8월께 설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하나은행과 알리안츠가 50대50의 비율로 설립하는 이 회사는 알리안츠 제일생명이 보유한 자산과 하나은행의 신탁자산 중 상당 부분을 직접 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뮤추얼 펀드 등 신상품도 개발해 판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알리안츠 그룹의 이사회 멤버인 마이클 디크만씨도 “하나은행과 알리안츠는 신설 투신운용사를 5년 이내에 한국의 5대 투신운용사로 키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 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입력시간 2000/05/3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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