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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시계획, 왜 표류하나

용적·건폐율 축소 조례안, 뜨거운 찬반 논란 눈치만…

서울시가 야심만만하게 발표한 도시계획 조례가 갈팡질팡 표류하고 있다. 용적률과 건폐율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도시계획 조례안은 발표되자마자 ‘뜨거운 감자’로 변했다.

먼저 서울의 25개 자치구청장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데다 건설업계도 생존권을 걸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학계에선 오히려 “도시계획 조례안은 알맹이가 없는 조치”라며 강력한 시행을 주문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금 사면초가 상태에서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서울시에 대해 “소신없는 정책 추진으로 혼란만 가져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관리를 위해 도시계획 사상 처음으로 제정되는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안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도시계획 조례안을 둘러싼 각계의 입장차이를 살펴 도시계획 조례의 운명을 가늠해보기로 한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도시계획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뒤 시의회 의결을 거쳐 오는 7월1일부터 이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례안의 핵심은 현재 대부분 용적률 300%가 적용되고 있는 일반 주거지역을 1, 2, 3종으로 세분, 제1종 지역은 150%, 제2종 지역은 200%, 제3종 지역에선 300%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시는 건물 높이도 제1종 지역은 4층 이하, 제2종 지역은 10층 이하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또 상업지역 내의 주상복합건물에 대해서도 주거 및 비주거용 면적에 따라 용적률을 달리 적용하는 ‘용도용적제’를 도입,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의 난립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도시계획 조례안은 기존의 개발 위주 도시계획에서 환경친화적인 도시계획으로의 일대 전환을 의미한다. 더이상의 과밀과 난개발을 방치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도시계획 조례안이 발표되자마자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구청장, 건설업계 극력 반대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것은 다름 아닌 25개 자치구 구청장이었다. 먼저 김충환 구청장협의회장(강동구청장)은 17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25개 자치구청장은 도시계획 조례의 제정에 반대한다는 데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며 “도시계획 조례는 시민의 재산권과 경제생활권을 심각하게 제한할 뿐 아니라 결국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도시계획 조례로 더이상의 재개발·재건축이 어렵게 됨에 따라 이미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재산권을 행사한 사람만 이익을 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구청장들이 시청 기자실을 찾아 시의 정책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이에 앞서 고 건 서울시장을 면담, 이러한 의견을 전달했고 19일에도 시·구정 정책협의회 자리에서 이러한 주장을 고 시장에게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가장 큰 반발은 건설업계에서 불거졌다. 17일 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도시계획 조례 간담회는 업계측의 성토장이었다.

이날 대한주택건설사업협회 정기태 이사는 “도시계획 조례가 시행되고 재건축과 재개발이 힘들어지면 주택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도시계획 조례대로 라면 앞으로 재건축을 할 경우 평수가 줄어들거나 세대수가 감소하는 일도 생길텐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서울시 건축사회 우남용 회장도 “도시계획 조례의 취지에는 동감하나 아직 IMF체제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기상조”라며 “경기 부양 및 토지이용 극대화를 위해서는 용적률을 줄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김원정 이사도 “주상복합건물을 억제하면 미개발지로 남아 오히려 국가적 낭비가 되거나 변형된 주거공간이 양산될 가능서이 크다”고 지적했다.


학계·시민단체 “알맹이 없다” 질타

그러나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서울시가 당초 계획보다 대폭 후퇴, 알맹이가 없는 도시계획 조례를 발표했다”며 서울시를 질타하고 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임강원 교수는 “서울시의 도시계획 조례안이 개혁적이라고 하는데 막상 살펴보면 무엇이 개혁적인지 모르겠다”며 “용적률은 더욱 낮춰져야 하며 경과규정 등도 3, 4년씩 여유를 주면 큰일나는 만큼 7월1일부터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김병수 부장도 “애초 도시계획 조례의 취지가 개발업자의 논리에 무산됐다”며 “주택가격 인상 등을 문제삼고 있는데 주택공급과 도시계획은 서로 다른 개념이며 사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이익은 서민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포럼 김진애 대표도 “사실상 일반주거지역에 대해 용적률 300%를 적용해온 서울시가 도시계획 조례에서 이를 명문화한 것 밖에 달라진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반주거지역 세분화도 어정쩡

사면초가에 빠진 서울시는 현재 눈치만 보고 있다. 이때문에 도시계획 조례에서 가장 중요한 일반주거지역의 세분화 시기가 아직도 분명하지 않다.

서울시는 당초 7월1일부터 도시계획 조례가 시행되면 곧바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 올해안에 서울시의 일반주거지역을 1, 2, 3종으로 모두 나눈다는 방침이었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일반주거지역 세분화의 입안권이 자치구청장에게 있었던 것이다. 도시계획 조례의 제정에 반대하고 있는 자치구청장은 적어도 자신의 임기동안만은 현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이때문에 자치구청장들이 일반주거지역의 세분화를 서둘러 입안한다는 것은 사실상 물건너간 얘기이다.

물론 마냥 연기할 순 없다. 법적으로 2003년 6월까지 세분화하도록 강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서울은 더이상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 모른다는 것이 도시 및 환경전문가의 지적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자치구청장이 일반주거지역 세분화를 입안하지 않더라도 시장 직권으로 이를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서울시가 자치구청장과 업계의 반발을 감내하고 이를 강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도시계획 조례에 대한 서울시의 의지는 이제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박일근 사회부 기자 ikpark@hk.co.kr

입력시간 2000/05/3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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