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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의보감] 만성간염

“특별히 과로를 한 것도 아닌데 몸이 나른하고 쉽게 피로해지는 것은 물론 자고 있어도 나른하다. 몸이 무겁다 못해 젓가락을 들어올리는 것 조차 귀찮다. 식욕이 없고 구역질이 나며 기름기 많은 음식물을 보거나 냄새를 맡으면 구역질이 난다.”

하루이틀 무리하거나 수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너무 피곤하거나 힘들 때 식욕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특별한 활동을 하는 것이 없음에도 심한 피로를 느끼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풀리지 않으며 식욕이 저하되는 경우 몸의 어딘가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뚜렷한 이유없이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만성간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만성간염은 6개월 이상에 걸쳐 간장질환의 증상과 간기능 장애, 간장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급성간염이 급격한 증상 발현을 보이고 비교적 단기간에 치료되는데 반해 만성간염은 질병으로서의 자각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자칫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젊은 환자의 경우 체력이 왕성한 시기여서 웬만해서는 피곤을 잘 느끼지 못하는 만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만성간염이 진행되고 또 만성간염이라는 진단을 받아도 별다른 통증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사실 만성간염은 그 자체로 당장 생명의 위협적인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만성간염으로부터 간경변 또는 간암 등으로 이환되는 것에 있다. 일단 간경변이 발생하게 되면 간세포의 파괴가 두드러지고 완치가 어렵게 된다.

또 간경변이 되면 간암이 발생하는 확률이 높아진다. 만성간염이 위험하고 심각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따라서 뚜렷한 이유없이 피곤하거나 식욕부진, 소화이상, 구토 등 만성간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지속될 경우 검진과 함께 그에 따른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최악의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한의학적으로 간질환에 대한 인식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한의학 고서인 ‘황제내경’에 이미 간질환에 대한 치료법이 언급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와 조선시대에 저술된 ‘향약집성방’‘동의보감’ 등에 간질환에 따른 증상과 치료법에 대한 기록이 있다.

한방에서의 간염 치료는 기운을 회복시켜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키고 소변의 배출을 원활하게 해주어 체내의 습기나 열기를 몰아내며 소화력을 강화시켜주는데 원칙을 둔다. 약물과 침을 응용한 치료를 시행하는데 침치료는 오히려 환자의 기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많아 약물치료가 주를 이룬다.

간염의 치료를 위해 주로 처방되는 약물은 ‘보간해성환’을 비롯해 ‘인진오령산’‘생간건비탕’ 등이다. 갈화(칡꽃)를 비롯 인진, 오미자, 창출 등 간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약재들로 구성된 ‘보간해성환’은 간에 발생한 염증을 가라앉혀 손상된 간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간기능의 활성화와 알콜성 지방간의 해소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또 ‘인진오령산’과 ‘생간건비탕’ 등은 간장의 열을 내려주고 간장의 기운을 편안하게 유지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개개인의 병증과 체질, 병력 등에 따라 편차를 보이기는 하지만 이 약물을 꾸준히 복용할 경우 간염치료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간염 환자는 치료와 함께 식생활과 생활습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선 기름기가 많은 음식물 또는 자극적인 음식물, 과도한 음주 등을 피하는 것이 좋고 균형있는 식사를 하도록 한다.

또 생활에 있어서도 평소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내는 사람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기능 항진’을 유발, 간질환으로 인한 여러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는 만큼 마음의 여유를 갖는 평정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장

입력시간 2000/06/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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