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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백기냐? 작전이냐?

“반드시 창업자의 2세가 경영권을 이어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능력있는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누가 한 말일까. 대부분의 독자들은 지난 5월31일을 정주영 일가 3부자의 동반퇴진을 선언한 현대그룹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한 이 말은 1997년 6월4일 대림그룹 이준용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며 발표했던 내용이다. 1996년 ‘전직 대통령 비자금사건’에 연루, 곤욕을 치뤘던 이 회장은 김병진 부회장에게 회장자리를 떠맡기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불과 9개월 뒤인 1998년 3월. 이 회장은 “책임경영을 하겠다”며 대림그룹 회장으로 복귀했다.

오너 회장이 필요에 따라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는 일은 이미 이전에도 다반사였다. 1991년 4월24일에는 두산그룹 박용곤 회장이 페놀사건의 책임을 지고 그룹회장에서 사임했다. 그룹 관계자는 “사실상 은퇴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3년 2월16일 박 회장 역시 ‘오너경영에 의한 그룹사업 추진력 강화’를 명분으로 회장직에 복귀했다. 한국 경제를 IMF의 수렁으로 이끌었던 한보그룹도 정태수 회장이 수서사건으로 연루되자 1991년 8월 박승규 회장이 소위 ‘얼굴 마담’으로 회장자리를 지켰다.

현대사태 이후 “우리는 현대와 다르다”고 자랑하는 삼성그룹도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고 이병철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경험을 갖고 있다. 물론 이 회장은 1968년 ‘전자산업 진출’을 명분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 경영에 복귀했다.

국민 대부분이 현대그룹 정씨 3부자의 퇴진선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많이 속아온, 바로 이같은 과거 때문이다.

조철환 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입력시간 2000/06/0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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