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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세상읽기] 의사소통과 한국영화

“나에게 영화는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의 문제다.”

‘접속’, ‘텔 미 썸딩’의 장윤현 감독도,‘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도 이렇게 말한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김태용·민규동 감독도 이 문제에 고민한 흔적이 보이고, 고민 끝에 두번째 영화‘비밀’을 내놓은 ‘여고괴담’의 감독 박기형도 비슷하다.

이들은 386세대이거나 그 이후 세대다. 장윤현과 정지우는 1990년대초 독립영화집단 ‘장산곶매’에서 영화를 시작했다. 그들은 크게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부조리와 모순이, 작게는 인간관계의 단절이나 소외가 권력집단과 민중, 가정과 개인, 개인과 개인의 의사소통 부재나 단절, 불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장윤현은“서로 솔직히 마음을 열고 소통한다면, 타협도 용서도 이해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소통의 단절은 집단은 물론 가족이나 부부, 친구관계에까지 엄청난 비극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정지우 감독의 말.

이런 절망이나 체념은 386세대 작가에게서도 나타난다. 소설가 함정임은 신작 소설집 ‘당신의 물고기’을 내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랑, 이해 또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글을 쓴다”고 했다.

그들에게 영화나 소설은 바로 의사소통 수단이다. 대중(관객)을 향해 그들은 영상이나 글로 대화를 끝없이 시도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커뮤니케이션의 소중함과 그것이 상실됐을 때의 비극을 이야기한다.

PC통신, 인터넷이란 ‘1인이 만인에게, 만인이 1인에게’란 첨단 커뮤니케이션의 존재가 고대 광장보다 더 진실하고 원할한 소통수단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것이 가져올 진정한 소통의 부재가 인간을 더욱 고립화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

그래서 장윤현은‘접속’을 만들었다. PC통신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마음의 통로를 찾아야 하나. ‘접속’은 낙관적이다.

인간 모두의 소통문제는 여전히 우울하고 절망적이지만 주인공 남·녀의 익명적인 PC통신을 통해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랑으로 연결시켜 본다. ‘접속’이 의사소통에 대한 장윤현의 ‘희망’이라면 ‘텔 미 썸딩’은 그것이 차단된 인간이 가져올 비극을 이야기했다.

소통단절은 끔찍한 상처와 폭력을 낳고 그 끔찍한 기억에 의해 여주인공은 연쇄살인마가 되고, 누구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이런 비극적 상황은 이미 우리 사회 모든 집단이나 개인에게 퍼져있다. 그것을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여고생과 학교라는 인물, 공간 속에서 펼쳐보였다. 고정관념과 가치관에 의해 진정한 소통이 차단될 때 주인공들은 자살하고 소리를 듣지 않는다.

동성간의 진정한 우정과 사랑이 금기가 아니라 진정한 인간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비밀’은 신비한 초능력(텔레파시, 원격투시, 염력)을 동원해서라도 순수한 인간의 교감을 이루고자 한다. 아내와 이별하고 타인과의 교류를 차단한 남자와의 순수한 사랑이 흔들리자 소녀의 초능력은 무서운 폭력성으로 변한다.

소통단절은 타인과의 끝없는 교류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를 확인하는 인간에게는 비극이다.

그 비극을 한국의 젊은 감독들은 공포와 판타지, 스릴러 양식을 빌어 이야기한다. 여전히 마음을 열지 않고 술을 빙자해 최소한의 진실조차 부정하는 사람, 폭력과 강요만을 일삼는 부보와 그것에 더 끔찍한 폭력으로 저항라는 사람, 거짓으로 타인에게 상처만 남기는 사람이 이 사회에 존재하는 한 그들의 영화는 점점 공포스러워질지도 모른다.

초능력을 통해서라도 인간의 진정한 교감을 시도하려는 영화 ‘비밀’.

이대현 문화부 차장 leedh@hk.co.kr

입력시간 2000/06/0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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