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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눈으로 본 한국·한국인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1999년 한국 성인 남녀의 독서량은 한달 평균 0.8권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우리의 지적·문화적 풍토가 위험수위에 이를 정도로 경박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춰볼 때 ‘책세상’이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책세상문고·우리시대’ 시리즈는 바람직한 시도다. 책세상은 우리의 눈으로 우리 시대를 바라보자는 취지로 지난 5월25일 1차분으로 다섯 권을 출간했다.

‘한국의 정체성’을 시리즈 첫 권으로 내놓은 ‘책세상·우리시대’는 정치 사회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한국적’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한국인의 정체성은 어떻게 논의될 수 있는가를 예리하게 분석한 탁석산씨의 ‘한국의 정체성’은 이 문고시리즈의 지향점을 확실히 보여준다.

‘한국의 정체성’과 함께 시리즈 2권으로 출간된 ‘반동적 근대주의자 박정희’는 현재의 정치적 풍토의 근간이 되고 있는 근대성을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끌어온다. 또 사회 전반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박정희론에 대한 뭉뚱그려진 논의를 재해석하고, 신화화한 박정희 신드롬을 전면에서 다루고 있다.

시리즈 3권인 ‘악기로 본 삼국시대 음악문화’는 풍납토성 개발과 맞물려 전통의 발굴과 개선방향, 그것을 둘러싼 지역주민의 이해관계 등과 궤를 같이해 출간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중국 악기의 수용과 창조적 개량을 통해 독특한 음악문화를 형성했던 삼국시대의 문화적 생명력을 짚어주고 있다.

저자인 한흥섭 홍익대 강사에 따르면 지금 우리의 어법으로 음악이란 말은 통상 서양음악을 뜻한다. 당연히 전통음악은 점점 소외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전통음악의 창조적 계승과 외래음악의 주체적 수용’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전통음악 문화의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중국의 음악 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선인들이 보여준 독창성 또는 심미의식을 고구려, 백제, 신라의 악기를 통해 밝히고 있다.

저자는 “중국에서 칠현금을 받아들여 개량하고 새로운 악조를 만든 고구려의 왕산악을 우리나라 최초의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음악인으로, 거문고는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량된 악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리즈 4권인 ‘가족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우리 사회에서의 가족적 차이는 곧 계급적 차이를 나타낸다는 것을 박완서, 신경숙, 은희경, 배수아, 방현석 등의 문학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문학 작품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는 가족 이야기가 여성문학 주요 주제로 취급되는 현단계의 문학적 풍토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시리즈 5권인 ‘전자 민주주의가 오고 있다’는 정보화에 대한 성급한 낙관론이나 비관론을 모두 경계한다. 저자인 박동진씨는 이제 우리는 “정보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하고 확대시켜야 하는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제의한다. 그는 또 “전자 민주주의가 절차적 변화로만 국한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책세상에 따르면 이번에 첫 선을 보인 ‘책세상·우리시대’ 시리즈는 국내 소장학자들이 주축을 이뤄 집필과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학문을 대하는 입장에 있어서 권위나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유연하면서도 자기 주장이 뚜렷한 이들 소장학자의 문제제기는 그동안 관성에 젖어 대중과의 소통을 멀리했던 우리 학계에 적지않은 자극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조철환 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입력시간 2000/06/1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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