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마당] "애국가 저작권이 스페인에 있다고? "

■ 마르고 닳도록/KOREA FANTASY

변화는 도전이자 모험이다. 수십년간 고수해 오던 자기만의 스타일을 버리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작업은 외롭고도 두려운 일이다.

1950년 창설돼 그간 서사극과 시대극 등 무겁고 장중한 연극을 고집해 온 국립국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의미있는 변화를 시도한다. 6월24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려지는 연극 ‘마르고 닳도록/KOREA FANTASY’은 국립극단 스스로 ‘극단 창단 이후 가장 파격적이며 가장 재미난 연극’이라고 자평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장민호 김동원 백성희 등 원로들이 이끄는 정통 리얼리즘을 고수해 왔던 기존 국립극단의 정형성에서 탈피, ‘영화나 TV 드라마 보다 재밌고 컴퓨터 게임보다 흥미로운 연극’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영화처럼 역동적인 속도감과 장면 전환, 전형적인 캐릭터의 인물을 내세우지 않고 스펙트럼처럼 연결된 대사와 장면을 통해서 인물을 만들어 가는 커리커처식 인물 묘사, 그리고 조명과 무대의 완벽한 일치 등 새로운 시도가 펼쳐진다.

작품 내용도 생각하고 고민하기 보다는 극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관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중성과의 타협을 시도한 것이다.

작품 내용은 애국가 저작권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가상의 현실을 다큐멘터리형식으로 다뤘다. 애국가의 작곡자인 고(故) 안익태 선생은 스페인의 마요르카 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임종할 당시 스페인 국적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법률적으로 따지면 애국가의 저작권은 스페인에 있다. 이런 약점을 알아챈 스페인 마피아들이 저작권료를 받으러 한국으로 몰려오면서 생기는 좌충우돌식 충돌을 다뤘다.

이번 국립극단의 일대 변화의 몸짓에 두명의 실력파들이 합류했다. 극작가 이갑백(53)과 연출가 이상우(49). 작가 이강백은 1998년 ‘이강백 연극제’가 개최됐을 정도로 국내 연극계의 주류를 이루는 대표적인 인물.

‘느낌 극락같은’‘뼈와 살’등에서 보여주듯 그간 우화적이면서도 지적이고 관념적인 작품 세계를 고집, 관객과의 소통보다는 평론가들에게 더욱 어필했던 작가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그는 실감나는 연극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또 연출가 이상우도 통일 인권 소외 등의 현실 문제를 통렬한 풍자로 보여주었던 기존의 방식에서 나와 쉽고 템포 빠른 연극을 시도한다. 신 숫자만 100개에 달하며 조명 큐도 일반 연극의 두배가 넘는 90개나 될 정도로 내용 전개가 빠르다.

이 작품에는 원로 배우 백성희씨가 안익태의 미망인으로 특별 출연하며 국립극단 중견인 이영호씨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까지 역대 5명의 대통령 역을 혼자 소화해 내 주목을 끌고 있다.

◈ 21세기 JAZZ SHOW

일본 전통 악기와 일반 재즈 악기가 함께 하는 흥겨운 무대가 선다. 재즈와 댄스, 연기, 다이내믹한 사운드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일본의 시부사시라주 오케스트라가 방한한다.

다양한 예술적 실험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시부사시라주 오케스트라는 현재 히로아키 카타야마, 타케사 사부야와 같이 일본 내에 잘 알려진 퍼포머들이 참여하고 있는 대형 멀티미디어 공연 그룹.

이들의 공연은 역동적인 재즈 선율에 일본 고유의 음색을 담아‘재즈를 통해 현대 일본 문화의 다양한 면을 가장 잘 표현한다’는 평을 듣는다. 또한 춤과 연기를 가미, 다채로운 형식으로 진행되어 관객을 열광케 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순수 일본 재즈곡들이 연주될 예정이며 샤미센, 사쿠하치,류데키 같은 일본 전통 악기가 선보인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이끄는 20인조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사운드와 중세로부터 현대까지 일본 음악의 변천 과정도 함께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02)3675-3884

6월20일 오후8시/세종대 대양홀

◈ 박수칠 때 떠나라

강남 최고급 호텔 707호실에서 아홉 군데나 칼에 찔린 시체가 발견된다. 피살자의 이름은 정유정. 사건 수사가 전개되자 방송은 수사 과정을 생중계하기로 한다. 프로그램 제목은 ‘특집 생방송 정유정 살해사건, 누가 그녀를 죽였는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누가 죽였는가’보다 최대한 시청률을 높이는 게 중요해진다.

취조 과정이 전국적으로 생방송되고 방송 해설자와 진행자는 형사와 용의자의 모습을 시시각각으로 보도하며 떠벌린다. 형사가 용의자들과 대화를 나누면 배우들은 그 진술에 맞춰 상황을 재연한다.

범인을 알아맞추는 ARS까지 동원되며 프로그램 담당 연출자는 시청률이 50%가 넘고 점유율이 89%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수사팀에게 이런저런 지시까지 한다. 프로그램 연출자는 예능국장. 살해 당시 정유정이 입었던 옷과 소지품들이 경매에 부쳐질 정도다. 시청자들이 정유정 쇼에 들떠 있는 동안 담당 형사는 진실과 시청률 사이에서 본질적인 회의감을 느낀다.

‘간첩 리철진’을 만든 이 시대의 유쾌한 코미디 감독 장진이 연출을 맡고‘쉬리’‘해피엔드’를 거쳐 한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 대열에 올라선 최민식이 주연을 맡았다.(02)2005-0114

6월16일~30일 오후8시, 토3시·7시, 일2시·6시/LG아트센터


[영화]

· 정

한 노파가 회상하는 지나온 세월이 잔잔한 강물처럼 그려지는 영화. 요즘 유행하는 현란한 테크닉을 배제하고 색소와 향을 뺀 한국적인 정서를 그렸다.

프랑스 베노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과 최우수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이탈리아 우디네이 영화제에서 최우수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 배창호 감독이 메가폰은 잡았고 김명곤, 윤유선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했다.

6월17일 개봉/시네코아 메가박스 NMC


[콘서트]

· 이선희 로맨틱 live concert

앳된 모습으로‘J에게’를 부르며 가요계에 혜성같이 나타나 이제는 명실공히 국민가수로 자리잡은 이선희가 새천년 첫 지방 공연을 가진다. ‘사랑’을 주제로 한 이번 공연에서 이선희는 ‘아 옛날이여’, ‘아름다운 거리’등 수많은 히트곡과 12집에 실릴 신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로맨틱 콘서트인 만큼 커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6월17일 오후6시/KBS창원홀(052)282-2280, 6월24일 오후6시/MBC 마산홀(0551)262-0224

· 김태영 라이브 콘서트 ‘SOLO’

라이브형 여가수로 평가 받아온 김태영이 1집을 내고 첫 콘서트를 연다. 이 번 콘서트는 김태영이 10년을 별러온 공연. 신기에 가까운 그녀의 노래 실력과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댄스 실력도 보여줄 계획이다. 김태영의 첫 단독 콘서트를 축하하기 위해 박미경 클론 최재훈 박기영 박효신 등 많은 스타들이 게스트로 참여한다는 점도 콘서트의 또 다른 볼거리.(02)573-0038

6월20~25일 오후 7시30분, 토 4시·7시30분, 일 3시·6시30분/대학로 라이브극장

· 김광민 콘서트

국내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건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 깔끔하고 감성적인 멜로디로 재즈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김광민의 2집 음반 ‘달그림자’재발매 기념 콘서트.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의 벽을 허물어 한국 크로스 오버의 전형으로 꼽히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재즈음악의 진수인 즉흥 연주도 펼쳐 보일 예정.(02)580-1300

6월21일 오후 7시30분/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김건모 쇼/사바나로 간 건모 전국투어

자기만의 자유스럽고 이상적인 음악 세계를 ‘사바나’라는 미지의 세계로 표현함으로써 김건모의 독창적인 음악성과 넘치는 끼를 보여 주고자 하는 무대. 지금까지 방송에서 소개됐던 김건모의 익살스러움과는 조금은 다른 진지한 아티스트의 모습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김건모표 음악’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열광적인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02)573-9388 6월24일 오후6시,9시30분/울산KBS홀


[음반]

· 김현철 베스트 앨범

1989년 앨범‘오랜만에’로 가수의 길에 들어선지 벌써 12년, 하지만 언제나 젊고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김현철이 베스트 앨범을 내놓았다. 그동안의 음악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한다는 의미. ‘그대안의 블루’ ‘춘천가는 기차’ ‘총각파티’ 등 1집부터 7집‘연애’까지 수많은 히트곡들과 신곡 3곡을 새로이 편곡하고 재녹음하는 성의가 돋보인다. 19일 발매 예정.


[연극]

· 하늘빛 테너를 부르는 남자

기독교에 비판적이던 한 중년남자가 하느님을 믿게 되는 과정과 그 안에서의 깨달음을 다룬 연극. 종교라는 매개를 통하여 이 땅의 중년 남성들의 심리상태와 일탈, 허무주의를 염세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순수를 잃어버린 요즘 세상에 ‘진정한 자아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던진다. 3인(人) 3색(色)의 모노드라마로 하나의 이야기와 한 인물을 3막으로 나누어 송재호 이영후 임동진 등 세명의 중견배우가 각각의 색깔로 한막씩 연기하는 것이 특색. (02)736-7600 6월21일 오후4시30,7시30분/제일화재 세실극장

· 단막극 festival 그 세번째

상반기 동안 상설 공연되었던 단막극 festival를 마무리하는 기념으로 유시어터가 내놓는 무료 공연. ‘보석과 여인’, ‘memories’ 등 단막극 4편이 상연된다. 학생들의 실습기회로 치부되던 단막극의 고정 관념을 탈피, 간결함 속에 들어있는 단막극의 묘미를 느끼고 젊은 작가들과 연출가들의 튀는 역량을 맛볼 수 있는 연극 무대다.(02)3444-0651/4

6월16일~25일 오후7시30분 토·일 6시/유시어터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0/06/1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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