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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초반부터 샅바싸움, 시험대에 오른 민주당 정치력

“남북 정상회담때문에 그런대로 쉽게 굴러가지만 그 이후에는 모르겠다.”

16대 국회가 개원된 뒤 이한동 총리서리의 인사청문회와 상임위원장 배분 등 두가지 쟁점사안을 둘러싸고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이 옥신각신한 끝에 6월8일 일괄타결됐다.

15대 국회가 개원 초기부터 김종필 총리서리와 한승원 감사원장 서리에 대한 인준여부로 파행으로 치달았던 점을 감안하면 무난한 출발이었지만 여·야 관계자들의 표정이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16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분명한 상황에서 개원초부터 마냥 싸움을 벌이기에는 여야가 모두 부담이 있는데다 무엇보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점때문에 서둘러 모양을 갖춘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측이 개원초 탐색전을 벌인 결과 만만치 않다는 점을 절실히 느낀 표정이었다.


태도 바꾼 민주당

사실 두 사안은 민주당의 ‘시비걸기’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당시절인 1996년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청문회는 공개한다’는 규정을 두었던 민주당이 첫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태도를 바꿨고 핵심 상임위원장도 모두 집권당이 가져야 한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균환 원내총무는 7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인사청문회는 일반 청문회와 다르며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운을 띄었고 천정배 수석부총무도 “국가기밀 및 안보, 개인의 사생활이나 기업비밀 관련 사항, 수사나 재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 등에 대해선 비공개로 하자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비공개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사안에 대해선 비공개 원칙을 확고히 세우면서도 사생활 부분 등은 야당측과 절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비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 것이다.

또 실질적인 청문회 기간도 야당의 ‘최소 3일’안에 맞서 ‘하루’안을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여론의 향방에 신경이 쓰이는 모습이었으나 그냥 밀고 나갔다. 민주당은 또 상임위원장 배분에 있어서도 핵심 상임위는 모두 가져가겠다고 ‘억지’를 부렸다.

결국 인사청문회 방법이나 상임위 배분결과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절충이 이뤄져 민주당의 당초 주장이 일종의 협상전략이었음이 드러났지만 큰 소득도 없이 당의 이미지만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국회의장 경선에서 내부단속은 물론 자민련 및 일부 무소속의 공조가 확인되자 너무 의기양양해져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오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협상력에 의구심

그러나 민주당이 과연 앞으로 각종 개혁법안과 금융구조조정 등 산적한 현안을 야당과 협상을 통해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총선패배의 상처를 겨우 추스린 민주당은 8일 전국단위로 치러진 지방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7개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은 인천 중구청장만 건졌을 뿐 서울 용산, 송파, 부산 수영구청장과 경북 청송군수는 한나라당이 가져갔다. 대전 유성구와 충북 괴산군은 자민련이 승리했다.

특히 서울 송파와 용산, 인천 중구, 대전 유성 등 4곳은 1998년 6·4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가 차지했던 곳임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완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역의원도 32개 선거구중 21곳은 한나라당이 가져갔고 민주당은 8곳, 무소속 후보가 3곳에서 당선됐다.

민주당측은 그나마 전 당원이 경선에 참여해 관심을 모았던 서울 도봉4선거구와 서울 금천1선거구 광역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점과 충청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양당 공조를 재확인했다는 점을 위안삼고 있다.

민주당은 상향식 공천 등 정치실험의 실패와 저조한 투표율 등을 패인으로 꼽고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해진 셈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를 타개하고 실업자도 크게 줄어드는 등 뚜렷하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선거결과는 항상 좋지가 않다”며 “답답할 따름”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당정에서 크고 작은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원장이 이헌재 재경부장관 등 경제관료들을 질타했다가 오히려 여론으로부터 “정치권이 경제관료를 질책할 자격이 있느냐”는 역풍에 시달렸고 중국과 무역마찰도 민주당이 농민표를 의식해 중국의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늘에 대한 긴급관세 조치를 밀어부쳤다가 보복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여당에게 불리한 부분만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집권당 일각에서는 ‘음모론’이 다시 돌고 있을 정도다. 일부 기득권 보수세력과 언론이 4·13 총선을 앞뒤로 노골적으로 반DJ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집권 후반기 정국 가늠자

정부·여당의 고위층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이후에도 정국 분위기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 고강도 사정(司正)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고 이어 자민련 및 무소속 4인방과 공조를 강화해 안정적으로 정국 주도권을 잡는 방안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정을 통한 정국주도권 유지라는 전통적인 방법이 약효를 그대로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이회창 총재체제를 굳힌 거대 야당 한나라당이 무기력하게 끌려다니지만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야간 극한 대립이 장기화하면 야당보다는 집권당에 더욱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도 민주당이 사정카드를 쉽게 채택하기 힘든 이유다.

향후 정국의 최대 변수는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라는데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 일치한다. 평양회담이 잘 풀려 이산가족 상봉이 추진되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는 등 남북 화해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정국의 흐름은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풀려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향방에 관계없이 금융구조조정과 정치개혁입법 등 실타래처럼 얽힌 국내 정치과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비록 분단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지만 4·13 총선에서 원내 과반수 장악에 실패한 민주당으로서는 거대야당을 상대로 집권후반기 정국을 힘겹게 끌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민주당이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정권재창출 여부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입력시간 2000/06/1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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