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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로 주고 말로 받은 '마늘분쟁'

우리 정부가 중국산 마늘에 대해 긴급 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취한데 대해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에 대한 수입중단 조치를 단행, 양국간 무역마찰이 심화하고 있다.

중국이 철강, 화학섬유 등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내린 적은 몇차례 있지만 수입 중단은 처음 있는 일.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임박한 중국이 WTO 관행과 절차에 따르지 않고 초강수 보복조치를 취함으로써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중국이 보복 가능성을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수입제한 조치를 강행, ‘소탐대실(小貪大失)했다’는, 또는 ‘총선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민표 의식한 선거용 조치 아니었나?

‘마늘분쟁’은 지난해 9월 농협이 중국산 마늘에 대한 산업피해 조사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중국산 마늘 수입이 1997년 1만8,389톤에서 1998년 3만5,996톤, 1999년 2만8,330톤(1~9월) 등으로 급증, 1997년 6만톤에 불과했던 국내 농가의 마늘 재고량이 1999년 19만톤으로 늘어났고 가격도 폭락했다.

재정경제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18일 중국산 냉동 마늘과 초산조제 마늘의 관세율을 30%에서 315%로 올리는 잠정관세 부과 조치를 내렸다.

우리 나라는 잠정관세 부과 조치를 내린 뒤 WTO 절차에 의거, WTO와 중국에 부과 사실을 통보한데 이어 양국간 실무협상을 벌였다. 이와 별도로 무역위원회를 통해 피해조사를 벌여 지난 2월 농협의 피해구제 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양국은 지난 4월과 5월 실무협의를 가졌으나 피해보상을 둘러싼 이견차를 해소하지 못해 협상은 결렬됐다. 재경부는 이에 따라 지난 1일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공식 결정했고 중국은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에 대한 수입중단이라는 보복조치를 택한 것이다.

그러나 당초 작년 11월 내려진 잠정관세 부과 조치는 부과기간이 200일이었다. 정부가 ‘총선체제’로 움직이던 지난 3월 무역위원회에서 재정경제부에 긴급관세 부과를 건의하고 민주당과 정부간의 당정회의에서 사실상 긴급관세 부과가 결정됐다.

16대 총선을 열흘 앞둔 4월3일 민주당은 ‘수입마늘에 대한 긴급관세 부과’ 보도자료를 내고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창녕 의성 서산 무안 남해 해남 등 국내 마늘농가 40~50만 가구를 비롯한 ‘농민표’를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우리 당국자가 “WTO에 곧 가입할 중국이 국제적 관례를 무시하고 부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한 대목은 이같은 최악의 상황을 내다보지 못하고 ‘허술한’ 통상전략을 썼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역역조 해소위한 기선제압용 아닌가?

중국이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에 대해 전면 수입중단 조치를 내린 이유는 1993년 이후 7년째 계속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대한 무역적자 해소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겉으로는 자국산 마늘에 내린 긴급 수입제한 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것. 우리 나라는 대중국 교역에서 지난해 수출 136억8,500만달러, 수입 88억6,700만달러로 48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5월까지 대중국 무역흑자가 17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양국의 무역구조상 중국이 한국에 대량 수출할 수 있는 부문은 농산물 분야로 제한돼 있다. 중국이 만성적인 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입장인 셈이다.

따라서 중국의 이번 조치에는 “양국간 무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이 그까짓 마늘 갖고 이렇게 강하게 나올 수 있느냐”는 섭섭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WTO 가입 이후 생길지도 모를 한중 무역분쟁에 대비한 ‘기선제압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취한 조치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국이 긴급수입 제한 조치를 취한 중국산 마늘 수입액이 898만달러(1999년 기준)에 불과한데 비해 수입중단 조치가 취해진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의 대중국 수출액은 각각 4,140만달러, 4억7,130만달러로 총 5억1,300만달러에 달한다.

이번 조치로 우리는 약 57배의 손실을 보게 된다는 계산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를 두고 중국이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휘두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다. 수입중단 조치와 같은 고강도 처방을 할 때는 WTO 규정에 따른 요건이나 절차를 갖춰 사전협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관례. 중국은 그러나 아직 WTO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을 활용한 듯 한마디 상의없이 일방적인 조치를 취했다.

한국은 중국산 마늘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 WTO의 긴급수입제한 조치 발동 요건인 ▶수입증가 추세 ▶수입으로 인한 국내산업 피해 ▶수입과 국내산업 피해와의 인과관계 등을 따져 중국쪽과 2차례의 사전협의를 가졌다. 또 WTO 규정에 따라 중국에 적절한 보상을 제의했으나 중국측이 수락하지 않았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측의 노련한 통상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수입중단 조치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잠정조치’라는 토를 달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상마찰 확대 경계, 장기화 할 수도

양국이 연간 220억달러가 넘는 교역량을 가진 중요한 교역대상국인 만큼 이 문제가 양국의 통상마찰로 확대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양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에게 묘안(妙案)이 없다는 점.

적당한 협상카드가 없을 뿐 아니라 농산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마늘농가가 전체 농가의 3분의 1인데다 마늘 생산액은 1조원을 넘어 쌀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농산물이다. 마늘농가의 이익 뿐 아니라 농민의 ‘자존심’까지 맞물려 있는 것이다.

중국이 WTO 회원국이 아닌 만큼 무역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WTO 절차나 기준에 맞게 처리할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정식 회원국이 아니어서 WTO 규정에 따라야 할 의무도 없다. WTO 회원국인 우리 나라로선 중국에 대해 제재 수단이나 제소 방법을 강구하기가 쉽지 않아 자칫 이번 분쟁이 장기화될 소지도 있다.

결국에는 중국산 마늘로 인한 ‘별도의 피해 보상’문제와 관세부과 조치 완화 등 쟁점을 놓고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아야 할 형편이다. 우리측에서 한발 양보할 수 있다면 재경부 자문기구인 관세 심의위를 통해 10배 이상으로 올린 관세를 다소 내려주는 조치 등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의영 연합통신 경제부 기자 keykey@yonhapnews.co.kr

입력시간 2000/06/1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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