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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본] 신토(神道)①

‘신토’(神道)는 일본의 대표적인 종교다. 불교·유교의 전래 이전 일본 열도에 뿌리내린 토착의 ‘가미’(神) 개념과 그에 따른 종교적 실천, 생활 습관 등을 포괄하고 있다. 체계적인 교의(敎義)를 갖추지 못한데다 생활습관의 특성이 너무 강해 선뜻 종교로 인식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본인이 가미의 존재를 의식, 나름대로의 정교한 의례를 개발해 이어왔다는 점에서는 종교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자연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 고(古)아시아족 공통의 샤머니즘(무속 신앙)의 전통을 고스란히 잇고 있는 신토는 기본적으로 범신론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세계 종교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의례도 자연신과 조상신 위주여서 현대적 종교 감각과는 구별된다. 신도라는 한자말은 주역의 ‘하늘의 신도(神道)를 살피면 언제고 어긋남이 없다. 성인이 신도로써 가르침을 베푸니 천하가 그에 따랐다’는 구절에서 따왔다는 것이 통설이다. 인간의 지혜로는 감히 헤아리기 어려운 천지의 움직임과 우주의 섭리를 뜻하는 말이다.

일본 기록은 ‘니혼쇼키’(日本書紀·720년)가 ‘천황은 불법을 믿었으나 신도도 존중했다’(天皇信佛法尊神道), 또는 ‘불법을 존중하고 신도를 가벼이 여겼다’(尊不法輕神道)는 등으로 기록한 것이 처음이다. 6세기 이후 불교 전래가 활발해지자 토착 신앙을 구별하기 위해 빌려 쓴 말인 셈이다.

그러나 당시 일본 문헌의 ‘본교’(本敎), ‘신습’(神習), ‘신교’(神敎), ‘덕교’(德敎), ‘대도’(大道), ‘고도’(古道) 등이 모두 신도와 마찬가지로 가미라고 읽혔듯 처음부터 특정의 신앙체계를 가리키는 말은 아니었다.

신토의 종교적 자각은 가마쿠라(鎌倉) 시대(1192~1333년)에 불교·유교를 본딴 경전 창작 이후의 일이었다. 신토라는 이름도 당시 이론가들이 유성음, 즉 탁한 소리를 불길하게 여겨 신도 대신 신토로 발음으로 정한 데서 비롯했다. 이후 신토는 일본식으로 변용한 불교와의 동거·별거를 반복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신토의 대명사로 등장한 ‘국가 신도’는 다양한 변용체의 하나다. 모든 신사를 국가가 관리하고 국가원수인 천황이 나라의 제사를 주관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해묵은 천황의 현인신 개념을 부활시키고 교육을 통해 이를 국민의 뇌리에 심었다.

패전후 연합군사령부(GHQ)는 국가 신도를 초국가주의의 원흉으로 보고 폐절시켰고 히로히토(裕仁) 천황의 인간 선언과 평화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완전히 설 자리를 잃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의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의 나라”라는 발언이 역대 정치인의 어떤 망언보다도 많은 반발과 비판을 부른 것은 국가 신도의 핵심을 그대로 드러낸 때문이다. ‘천황을 중심으로 한’은 ‘신’에 걸리는 말일 수도, ‘나라’를 꾸미는 말일 수도 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강조했던 것이 바로 국가 신도였다. 6월25일의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급락하는 사태를 맞아 해명 회견에 나선 그는 “하늘과 땅, 산과 바다, 나무와 풀에까지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고 인간의 지혜를 초월한 이런 존재에 대해 외경심을 느끼는 전통 문화”라고했다.

일본인의 잠재의식을 구속하고 있는 신토의 원초적 인식 틀을 정확히 짚은 말이다.

신토의 가미는 창조주를 뜻하는 기독교의 신이나 삼라만상 창생·운용의 궁극적 원리의 담지자인 유교의 신과도 다르다. 우리 말로는 존재에 깃들어 있다가 육체를 떠난 혼령, 또는 애초에 영혼을 갖지 않은 존재에 내재해 있는 정령에 가깝다.

숲이나 나무, 부엌이나 화장실, 심지어 도마나 식칼에도 가미가 있다. 죽은 사람의 혼령이 가미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사람에서 비롯한 가미의 영능(靈能)이 생전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위계가 매겨질 뿐만 아니라 생전의 특기까지도 그대로 간직한다는 의식은 흥미롭다. 과거의 뛰어난 무사나 학자, 장인의 혼령을 가미로 모시는 신사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고 전후의 총리를 가미로 모신 신사도 있다.

씨족신 ‘우지가미’(氏神), 마을의 수호신 ‘우부스나가미’(産土神)는 실체가 불분명하지만 생전의 유력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러니 굳이 국가 신도가 아니더라도 천황가의 조상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御神)를 최고 지위의 가미로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엔료’(怨靈) 신앙이 신토의 중요한 토대라는 점에서 가미에 대한 존숭(尊崇)의 바탕에는 뒤탈·해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다. 제사를 통해 가미를 달래고 그 대가로 복락(福樂)을 침해받지 않으려는, 극히 현실적 종교 관념이 신토다. 신토의 현세적 성격은 신사마다 가미가 달라 관계자들의 생계가 보장되는 데서도 살펴볼 수 있다. <계속>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입력시간 2000/06/1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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