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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 서울 성북구 미아리(彌阿里) 고개

돈암동(敦巖洞)에서 정릉천(貞陵川: 안감내)을 지나 미아리 의정부쪽으로 이어지는 길에 가파른 고개(지금은 많이 낮아졌지만)가 하나 있다. 이 고개를 ‘미아리 고개’라 부른다.

미아리 고개의 본디 이름은 ‘되너미 고개’였다. 돈암동이란 땅이름도 실은 ‘되너미’에서 비롯된 것이다. ‘되너미 고개’가 있는 곳의 동네라는 뜻으로 ‘되너미 동네→되넘동→돈암동’으로 변해 이것을 한자로 소리빌림(音借)한 것이 오늘의 ‘돈암동’(敦巖洞)이다.

‘되너미 고개’라는 말은 병자호란(丙子胡亂)때 뒤(되)놈(‘뒤’, 즉 ‘북쪽 오랑캐’라는 뜻)이 이곳을 넘어 서울을 침범하였으므로 ‘뒤너미 고개→되너미 고개’, 또는 적유령(狄逾嶺), 호유현(胡踰峴), 호월치(胡越峙)라고 불러왔다.

또 돈암동에서 정릉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아리랑 고개’라 부르고 있다. 1935년경에 요식업자들이 정릉 골짜기의 그윽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이용하여 고급 요정(料亭)을 꾸미고 손님을 끌기 위하여 이 고개의 길을 닦고,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 애창되는 민요 아리랑의 이름을 따서 ‘아리랑 고개’란 푯말을 세우고 아리랑 고개 너머에 좋은 요정이 있음을 선전한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미아리 고개 일대에는 일제 때 조선인 전용 공동묘지 구역이었으므로 사람이 죽으면 상여가 이 고개를 넘어가게 되어 있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불귀의 객’(不歸之客)이 된다하여 ‘미아리 고개’라 붙여진 것이 오늘의 이름이다.

또 일설에는 미아 7동의 불당골에 예부터 미아사(彌阿寺)라는 절이 있었으므로 땅이름이 붙여졌다하나 확인할 길은 없다. 또 되너미 고개라는 땅이름은 옛 지도에 호유현(胡踰峴), 호월치(胡越峙) 그리고 적유현(狄逾峴)으로 표기되어 있어 오랑캐나 ‘되놈’이 넘어온 것이라는 사실과 일치하고 있다.

나라 안에 변란이 일어나면 땅이름이 새로 생기거나 바뀐 예는 얼마든지 있다. 이를테면 6·25 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생긴 땅이름을 보면 ‘김일성 고지’, ‘피의 능선’, ‘백마고지’, ‘저격능선’,‘펀치 볼’, ‘캬멜 고개’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서 변란과 전쟁은 땅이름을 없애기도, 새로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옛날 북과 남을 통하는 큰 길목의 고개라면 오랑캐나 왜적이 넘나든 고개가 대부분일 터이지만 이 미아리 고개는 특히 그러하다.

본래 일제 때 상여가 한번 넘어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뜻에서 미아리 고개라 하였다지만 6·25 전쟁 당시에는 되놈도 아닌 동족인 공산군이 소련제 탱크를 앞세우고 넘어온 고개가 바로 이 미아리 고개다.

그들이 후퇴할 때는 수많은 인사들이 이 고개를 넘어 북으로 끌려가서 다시 돌아올 수없는 고개가 됐다. 민족의 가슴에 한(恨)을 남긴 고개, 바로 그 ‘한 많은 미아리 고개’인 것이다.

[이홍환 한국땅이름학회 이사]

입력시간 2000/06/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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