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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그릇 역사기행(13)] 고흥(下)

운대리 분청사기 가마터

우리 역사상 슬픈 이야기를 가장 많이 간직한 채 새천년이 되어도 변함없이 웅휘로운 지리산을 유장하게 감돌아 남해 노량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하동 섬진강을 건너 기행자가 전라도 광양땅에 들어섰을 때는 백운산의 초록과 섬진강 물은 멋진 조화를 이루어 미당(未堂)의 싯귀처럼 진갈매빛을 연출하고 있다.

역사와 음식의 고을 순천을 지나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가 펼쳐진 벌교를 거쳐 한반도의 막내 고흥반도까지는 순천에서 자동차로 60Km였다.

가마터가 자리하고 있는 두원면 운대리는 고흥군 과역면 면소재지에서 고흥읍을 향해 약 7Km 지점. 운대초등학교 정문에서 길을 건너 곧게 트인 찻길을 따라 1Km를 채 못 가면 석촌(石村)마을이 있고 석촌을 중심으로 동남쪽 운곡과 서남쪽 상대 동쪽인 죽사마을이 나온다.

보성에서 득만양만을 깊숙이 두고 고흥반도 쪽으로 마주보는 쪽이 고흥군 두원면 해안이다. 운대리 가마터 지형은 남쪽의 운암산을 주산으로 하여 북쪽으로 향한 세 갈래 지맥 사이로 운대천과 두원천이 합류하여 바다로 흘러든다.

가마터는 분청사기 25호 가마터를 제외하고 두원천 부근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운대초등학교에서 두원천을 따라 올라오면서 석촌마을 동쪽으로 들어가는 골짜기를 점골이라 하는데 해남군 진산리의 변형된 해무리굽 청자찻그릇 가마터와 유사하다

이곳은 서기 9-10세기경의 해무리굽 찻그릇을 제작하던 청자 가마터가 2군데, 분청사기 가마터가 3군데 있다. 운대저수지쪽을 비롯하여 총 25군데 이상의 가마터가 현존하고 있는데 대부분 15-16세기에 분청사기를 구워 내던 가마터들이다.

지금 가마터들은 거의가 과수원과 전답으로 변해버려 원형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통칭 운대리 19호 가마터는 운대리 저수지 옆 기슭 과수원 속에 있으며 전남도 기념물 80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 가마터에서 찻그릇 전체를 희게 분장한 덩범분청 찻그릇 도편과 인화(印花) 박지(剝地) 귀얄 또는 덤벙분장 위에 철화문이 그려진 도편도 발견되고 있어 계룡산 가마터 이외의 지역에서도 철화분청사기가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상과 같이 고흥 운대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가마터는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분청사기 가마터로서는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대규모일 뿐 아니라 한 지역에서 시기를 달리하는 분청사기가 오랫동안 제작되었던 점으로 미루어보아 전남지방에서 제작된 분청사기의 특성 및 변천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가마터라 할 수 있다.

특히 이곳 가마터에서 16세기 일본 차회(茶會)에 총아로 등장한 보성 덤벙분청 찻그릇이 제작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도편이 무수하게 발견되고 있어 중세 한·일 도자기 교류사 연구차원에서도 이곳 가마터가 매우 귀중한 가치와 중요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곳 가마터가 한·일 도자학계 학자들 사이에 공동연구가 되어야 할 것이며 이 지역에 이처럼 대규모의 가마터가 자리할 수 있었던 사회·경제사적 배경은 무엇인지, 또한 수요계층에 대한 연구도 병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에 현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고비키 찻그릇은 오도미술관(五島美術館)에 소장되어 있으며 꽃병 접시 등은 일본의 권위 있는 차회(茶會)역사에 여러번 등장하고 있다. 일본 최고 찻그릇 도록인 대정명기감(大正名器鑑)에 의하면 ‘천하 명찻그릇 베스트 10’에 고비키 찻그릇을 포함시키고 있다.

고비키 찻그릇의 특징은 하얗게 덤벙분장된 찻그릇에 차를 오래 받아먹으면 찻그릇 전체가 다갈색으로 변하여 중세 일본 차인이 여름용 찻그릇으로 애지중지했다.

해질녘 운대리 가마터를 내려오면서 기행자는 이 가마터의 비극적인 운명을 왜장 고니시(小西)와 깊은 연관을 지어 생각해보았다. [현암 최정간 도예가]

입력시간 2000/06/2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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