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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들여다보기] 투명한 사회

미국 정부의 공문서를 보면 하단이나 상단에 조그마한 글씨로 예상 작성 시간이 적혀있다. 간단하게 공란을 채우는 정도의 문서는 길이에 따라 0.25시간에서 1시간 정도로 책정되는 등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의 시간이 적혀있다.

아울러 민원 사항인 경우에는 처리기간이 대체적으로 적혀 있다. 짧게는 1-2일부터 수백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업무분석을 거쳐 민원의 수요와 난이도에 따라서 적정 기간을 산출해 놓은 것이다. 민원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민원이 언제쯤 처리될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보다 급하게 민원을 처리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express service가 있다. 물론 돈을 더 낸다. 이런 express service는 일반 민간 기업에서 독점적으로 대행해주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의 보급에 따라 모든 것이 각 관공서의 웹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각 관공서마다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규칙도 인터넷을 통해서 볼 수 있다.

이 규칙들은 제정과정에서 여러 번의 공청회를 거쳐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수십 내지 수백 건의 의견이 미국 전역의 이해당사자로부터 개진된다.

물론 뜻있는 개인이 개진하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 이러한 의견들은 ‘ㅇㅇ조합’이나 ‘ㅇㅇ협회’라는 이름의 이익단체에서 나온다.

공청회 의사록과 개진된 의견서는 공개되어 필요한 경우에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물론 서류를 대신 찾아주는 사업자도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원한다면 언제나 약간의 비용으로 모든 관공서의 규칙이나 그 제정과정에 관한 정보,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결정이나 명령, 허가사항들을 언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행정부를 상대로 일을 하면 예측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는 해당 공무원의 업무수행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매뉴얼도 구입해서 참조할 수 있다. 행정 서비스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편리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십여 년 전의 옛날 서울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당시 경제기획원의 내규 하나를 구하려고 이리저리 수소문하며 몇달을 보냈으나 구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마침 경제기획원에 다니는 대학 후배가 있기에 부탁했더니 바로 다음날 내규 전문을 구할 수 있었다.

미국과 통상마찰이 있을 때마다 미국측에서 투명한 절차를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행정부 뿐 아니다.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미국법 체계에서야 판례가 워낙 중요하니까 이미 판례검색은 상업화돼 있다. 나아가 연방법원 사건인 경우에는 실비만 내면 소송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관심있는 사건의 진행 상황에 대해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 수 있다.

언제 소장을 접수했는지, 송달은 되었는지, 증인신문 기일은 잡혔는지, 담당 변호사는 누구인지 등등에 대하여 소상히 알 수 있다.

반면에 미국은 이처럼 투명한 사회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하여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먼저 그 많은 변호사의 수를 보자. 워싱턴 DC에 있는 변호사의 반 이상은 바로 정부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전화회사를 위해서는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 Commission), 독점 금지법은 법무성이나 연방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항공사를 위해서는 연방항공국(Federal Aviation Agency), 다른 나라와 통상 마찰이 생긴 경우는 상무성이나 국제거래위원회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등을 상대로 일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뿐만 아니라 50개의 주에서도 주정부를 상대로 하여 이와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부도 절차와 규정을 제정하는데 엄청난 노력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법률산업만을 놓고 보더라도 절차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미국은 엄청난 사회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투명하고 개방적인 사회가 보다 바람직한 발전 방향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비용을 무릅쓰고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만을 내세우기에는 냉철한 비용 효과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미국이 ‘예측할 수 없는 집단’이라고 묘사한 우리의 북녘 동포들과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 나가자고 하는 이즈음 과연 어느 정도의 투명성 제고가 우리에게 최적인가를 다시한번 심도 있게 검토하여야 할 과제일 것이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parkh@howrey.com

입력시간 2000/06/2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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