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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본] 신토(神道)②

신토의 사원인 ‘진자’(神社) 입구에는 절의 일주문격인 ‘도리이’(鳥居)가 서 있다. 빨간 색으로 칠해진 예가 많고 ‘∏’모양이 능묘 앞의 홍살문과 비슷하다. 이 도리이가 우리의 솟대에서 나왔을 것이란 추측은 상당한 근거가 있다.

신토의 뿌리는 농경 의례다. 일본에 쌀농사 중심의 농경사회가 정착된 야요이(彌生)시대(BC 3세기~AD 3세기)의 주인공인 도래인은 지리적으로 한반도 동남부를 거쳤을 것이다. 도리이라는 이름은 ‘새 사는 곳’, 즉 ‘새집’이란 뜻이며 모양도 홰를 연상시킨다.

소도(蘇塗)의 솟대 꼭대기에도 짧은 홰에 앉은 새가 조각돼 있었다. 다만 솟대가 고(古)아시아족 보편의 천신숭배 사상과, 그 갈래인 숭조(崇鳥)신앙의 흔적일 뿐 결코 한국에 고유한 것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된다.

중국의 화표(華表)에서 나온 능묘 앞의 홍살문도 금기·성역을 나타내기는 마찬가지다. 홍살문의 안정된 형태를 빌리고 종교적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 솟대를 확대한 결과가 도리이라고 볼 수 있다.

빨간 색으로 칠해진 도리이도 드물지 않으며 이는 잡스런 것을 막는 색깔의 기능까지 홍살문에서 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던 서낭당의 금줄을 빼다 박은 도리이의 금줄을 보면 그런 추측은 더욱 강해진다.

일제가 신사 참배를 강요한 생생한 역사 때문에 신도나 신사에 대해 우리가 평상심을 갖기는 어렵다. 그러나 천황주의의 요소를 빼면 신도나 신사에는 우리 잠재의식을 일깨우는 친숙한 요소가 많다.

신사 건물 앞에 놓인 한 쌍의 ‘고마이누’가 좋은 예다. 묘한 모습이 광화문 앞에 놓인 해태와 많이 닮았다. 고구려나 고려를 뜻하는 ‘고마’(高麗)와 개를 가리키는 ‘이누’를 합친 말이니 ‘고구려개’나 ‘고려개’라는 뜻이다.

해태가 관악산의 강한 불기운을 눌러 경복궁의 화재를 막는 물기운의 상징이라면 고마이누는 잡귀의 범접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음양오행 사상과 무속 신앙이라는 바탕은 다르지만 액을 막는 기능은 같다.

신사가 도리이와 고마이누의 이중 방어막을 갖춘 것조차 형식과 절차를 무겁게 여겼던 우리의 전통의식과 단절돼 있지 않다. 참배객은 이중의 방어막을 거치고도 또한번 정화의식을 치러야 한다. 신사 한켠 기둥 위에 지붕만 얹은 오두막같은 ‘데미즈야’(手水舍)가 있다.

나무나 대나무 국자로 물통에 담긴 물을 떠서 손을 닦고 입을 가시고 나서야 예배소인 ‘하이덴’(拜殿) 앞에 선다. 헌금함에 돈을 던져넣고 커다란 방울이 달린 줄을 당겨 소리를 낸다. 손을 모은 채 저마다의 기도를 곁들여 2배를 한다. 박수를 두번 치고는 다시 1배를 하고 물러난다.

참배를 마친 사람은 경내 기념품점에서 ‘오후다’(御札)나 ‘오마모리’(御守)로 불리는 부적을 산다. ‘입시 합격’, ‘교통 안전’, ‘부부 원만’ 등 직접적 내용이 담겨 있다. 절에서 파는 부적도 같아 일본인의 현세적 종교관을 확인시킨다. ‘오미쿠지’(御籤)도 산다.

길흉을 알리는 점괘가 닥종이에 씌어져 있으며 좋은 점괘가 나올 때까지 계속 사기도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오미쿠지는 나뭇가지에 묶어두고 가기 때문에 참배객이 많은 신사의 나무에는 늘 하얀 종이꽃이 피어있다.

신사에도 등급이 있다. ‘이세진구’(伊勢神宮)나 ‘메이지진구’(明治神宮)와 같은 신궁은 천황가나 그 조상신을 모신 신사다. 이 신궁을 흉내낸 것이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모신 닛코(日光)의 ‘도쇼구’(東照宮)와 같은 궁이다.

일본 전국을 완전 통일, 에도(江戶·도쿄)에 바쿠후(幕府)를 열고 대대로 세습했으니 천황에 못지않다는 뜻이다.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와 같은 대사는 과거 대·중·소로 등급이 나뉘었을 때 받은 대사 등급을 자랑삼아 남긴 신사다. 나머지는 그냥 신사다.

일본인은 평생을 신사와 더불어 산다. 새해 첫날의 ‘하쓰모우데’(初詣), 아기가 태어나 한달쯤 지난 후의 ‘오미야마이리’(御宮參), 3세(남녀)·5세(남)·7세(여)때의 11월15일의 ‘시치고산’(七五三) 등의 신사참배는 누구나 빠뜨리지 않는다.

교회나 성당,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고도 꼭 신사에서의 폐백의식을 거친다. 종교로서의 내용은 끝없이 희석되고 있지만 신도의 껍질만은 생활습관으로 단단하게 굳어지고 있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입력시간 2000/06/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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