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해시대] 부담없는 체육교류… 남북이 '환영'

“실무자 간담회에서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으로부터 ‘정상이 합의하면 (남북 체육교류) 실천에는 문제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김운용 대한체육회장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공통으로 밝힌 남북 체육교류의 전망은 한마디로 ‘매우 밝다’는 것이다.

스포츠에서의 남북 교류는 정치적 부담이 가장 적고 그동안 탁구와 축구에서의 단일팀 등 교류경험이 있기때문에 어느 분야보다 활발해질 것이 분명하다.

또 스포츠는 남북의 동질성과 신뢰회복에 효과가 클 뿐더러 올림픽 동시입장과 단일팀 구성은 전세계에 한 민족, 한 국가로 내세울수 있다는 상징성과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킬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매우 크다.

김대중 대통령이 6월16일 임시국무회의에서 “환경, 방역, 스포츠교류 문제에 대해서는 문서로 전달했다”고 밝힌 것은 이미 남북 체육교류가 상당 부분 합의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남북 교류가 모든 분야에 걸쳐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진행되겠지만 체육은 어느 분야보다 엄청난 뉴스를 속속 쏟아낼 것이 틀림없다.


세계적 이목 집중시킬 수 있는 이벤트

현재 체육교류의 현안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시드니올림픽 동시입장과 축구·탁구의 단일팀 구성, 2002년 월드컵 분산개최, 경평(京平)축구 부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 등이다.

이중 남북이 가장 빨리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은 시드니올림픽 동시입장이다. 올림픽단일팀 구성은 시기상 이미 늦었지만 개·폐회식 동시입장은 절차와 기술상 아무 문제가 없어 개막 며칠 전에만 합의되더라도 가능하다.

특히 북한이 1972년 뮌헨올림픽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고 상징성도 크다. 올림픽 동시입장은 앞으로 있을 남북 체육교류의 시발점이 되는 사안으로 나머지 현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남북이 곧 재개될 실무접촉에서 우선적으로 논의할 것이 분명하며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미루어 볼 때 100% 합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경평축구(또는 통일축구)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남북 체육문제 전문가들은 김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문서 속에 올림픽 동시입장과 함께 경평축구의 구체적인 시기도 명시됐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을 정도.

이미 정상회담전에 회담 준비기획단이 8월15일 잠실주경기장서 경평축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능성은 더욱 크다. 1990년 통일축구와 1991년 세계축구선수권 단일팀 구성때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경기가 열린 바 있어 노하우도 충분하다.

정몽준 회장이 귀국하자마자 오완건 축구협회 부회장에게 북측과 실무접촉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을 보더라도 예상보다 빠른 시간내에 결과가 나올수 있다. 경평축구(통일축구)의 시기가 8월로 예상되는 것은 10월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의 단일팀 구성문제때문이다. 어차피 단일팀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평가전을 가져야하고 9월 시드니올림픽 일정을 감안하면 시간적으로는 8월이 적기다.


축구·탁구 등서 단일팀 구성에 적극적

10월 아시아선수권 단일팀구성의 가장 큰 문제는 남에 비해 북한의 축구실력이 낮다는 점이다. 1990년대 초반 북한축구대표팀 단장을 지내다 지난해 귀순한 윤명찬씨에 따르면 한국대표팀에 뽑힐 만한 선수는 박경철(GK) 조인철(DF) 이창화(MF) 주성일(FW) 등 4명밖에 없다.

그나마 우리 팀의 교체멤버 수준이다. 따라서 2002년 월드컵서 16강 진출을 지상과제로 정한 우리 축구계의 입장을 생각하면 단일팀 구성엔 많은 피해가 따른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민족화합의 차원에서, 또 내년의 세계청소년선수권과 2002년 월드컵 등 미래발전적 측면에서,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이번 아시아선수권 단일팀구성은 꼭 성사시킨다는 각오여서 전망은 밝다.

축구와는 달리 남북의 실력이 엇비슷한 탁구의 경우 내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단일팀 구성이 상호 이견없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고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서 현정화(남) 이분희(북) 등이 단일팀으로 감동적인 우승을 연출한 바 있어 전망은 아주 밝은 편이다.

주요 현안중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2002년 월드컵의 분산개최다. 한국 월드컵조직위는 분산개최가 이뤄질 경우 서울서 열리는 두 경기를 북측에 넘겨준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월드컵 지역예선 조추첨때 신청을 하지 않아 공식적으로 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다.

그러나 세계평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길 원하는 FIFA의 블래터 회장은 “분산개최의 문은 늘 열려 있다”고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 북한이 의지만 보인다면 성사될 수 있는 배경은 갖춰져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우선 경기장 규모는 충분하다 하더라도 FIFA 요건에 맞춰 대대적인 개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경기장 실사 및 설계, 개보수기간, 비용 등 현실적인 난제가 한두 개가 아니다. 또 성사되더라도 숙박시설, 관광객의 입국, 대회운영 등도 쉽지않은 과제다. 이런만큼 현재로선 정치적인 결단이 분산개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엄청난 시너지 효과 기대

우리 측이 북에 제안한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 구성과 백두산에서 성화채화, 축구 탁구 등 일부 종목의 분산개최 등의 문제는 시드니올림픽 등 앞으로 진전상황을 보아가며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이들 현안 외에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엄삼탁 민속씨름협회장이 “8월15일이나 추석때 북한에서 남북 통일씨름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히는 등 현재 모든 체육단체들은 여러가지 체육교류사업을 제안했거나 계획중이다. 이들 중 현실성있는 사안은 상당부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종목에서 단일팀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일팀 구성은 실력이 엇비슷한 종목에서 이뤄져온 것이 상례이지만 북한이 우위에 있는 남자농구, 복싱, 아이스하키, 여자축구 등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남에서는 북한이 부족한 물품과 스포츠과학 데이타를 지원하고 북과 합동훈련을 할 경우 양측에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04년 올림픽에서의 단일팀이 이뤄질 경우 한민족의 통일전망을 상징적으로 암시하는 것이어서 기대가 크다. 참고으로 동서독은 1956년 멜버른 올림픽서 처음 단일팀을 구성한지 34년만에 통일을 이뤘다.

유승근 체육부 기자

입력시간 2000/06/20 23:37


유승근 체육부 us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