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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화해시대] 대북 경협, 정부가 직접 나선다

민간주도서 정부주도로 중심축 이동

“북한에 줄 구체적인 투자 프로젝트와 보따리를 이제 풀어놓으시죠.” “보따리를 풀기 전에 투자보장 협정과 이중과세방지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시오.” 남북 정상회담기간중 남북한 경제인이 만나 회담을 벌일 때 나눈 얘기다.

즉, 북한은 무작정 우리 기업인에게 엄청난 투자를 기대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은 마음은 있더라도 북한의 국가 리스크(위험도)가 너무 높고 ‘과실’을 얻기가 어려웠다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투자가 주춤거릴 수 밖에 없었다.


남북 철도사업등 정부가 시행

북한과의 교역이 상당부분 진척이 있었던 1990년 전반기 이후 우리 기업은 개별적으로 북한에 대해 접촉을 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이득을 본 것은 거의 없다. 금강산 사업이 대표적이다. 접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는 결국에는 심한 적자를 내거나 손비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 차원의 북한접촉에서 한계를 느낀 기업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북한 접촉 창구를 마련해줄 것을 요청해왔고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민간 주도에서 정부 주도로 대북 경제협력사업의 중심축이 이동할 가능성이 많다. 정부는 상당기간 기업을 위해 투자보장 협정이나 이중과세방지 등의 협정을 맺는 등 기업 북한투자의 기반을 충실히 다져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에 대한 철도 도로 등 SOC(사회간접시설) 투자의 경우 정부 혹은 철도청, 한국토지공사 등 정부 투자기관의 주도로 각 기업이나 외국 기업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형식이 가장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줄일 뿐 아니라 외국 기업도 한국 정부의 보증 아래 안심하고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가 시작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문이 남북한 철도 연결사업이다. 기업들은 현재 김대중 대통령이 귀국연설에서 ‘철의 실크로드’를 강조한 것에서도 시사하는 바 있다. 이 사업은 정부 혹은 철도청이 복구건설을 주도하고 현대건설 등 관련 기업들이 참여하는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


걸림돌 제거, 재계 ‘북한특수’기대

재계는 회담 이후 남북한 경제협력에 대한 커다란 기대감을 갖게 됐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한 경제협력의 각종 걸림돌이 상당부분 제거될 경우 주춤거리던 대북 사업이 활력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민간 경제연구소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 본격화할 남북경협 특수가 향후 10년간 2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치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남북한 교역량이 3억3,000만 달러에 불과한 것에 비추어 볼 때 향후 10년간 60배 이상의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현대가 주도해오던 대북사업에 삼성, LG, SK 등이 가세하고 일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등도 진출할 채비를 차리는 등 재계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선두주자격인 현대는 금강산 종합개발과 서해안공단 조성 등 굵직한 대북사업을 추진해왔다.

현대는 총 2,000만평 규모의 서해안공단 중 우선 1단계로 100만평 규모의 시범단지 조성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또 금강산 개발사업 중에는 호텔과 해수욕장 골프장 스키장 각종 오락시설을 갖추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남북한 경협에 관한 계약을 맺고 전자제품 임가공사업 등을 추진하고있다. 컬러 TV와 전화기 등은 이미 양산체제에 들어갔고 스피커와 모니터 등도 올해중 본격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08년까지 10억 달러를 투자, 해주와 남포 등지에 50만평 규모의 전자복합단지를 조성, 전자부품과 가전, 정보통신기기 등을 조립생산한다는 방침. 1992년부터 북한에서 의류 임가공사업을 펼쳐온 제일모직은 지난해까지 연간 1,000만~1,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LG역시 북한과 합작으로 450만 달러를 투자, 컬러 TV 대량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LG는 1996년 북한 대동강 TV수상기 공장에 부품을 공급, 조립생산한 20인치 컬러 TV 2만여대를 국내에 반입해 팔았다.

LG는 앞으로 중소기업과 협력을 통해 봉제, 전지제품 및 부품 등 경공업 분야에 시범투자 사업을 벌이고 2단계로 공단개발과 자원개발사업을, 3단계로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까지 진출한다는 장기계획을 마련해놓았다.


현실성 높은일부터 추진

기업의 북한 진출을 위해서는 역시 사회간접자본(SOC)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어야한다. 물류비용이 너무 커서 기업이 선뜻 나서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철도 도로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구축이 긴요하다.

이는 일개 기업이 단독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해야할 몫이기도 하다. 철도와 도로망이 부실하면 투자의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전력이 부족하면 공장을 돌릴 수 없다.

우선 가장 현실성이 높은 것으로 남북한 철도복원작업이다. 정부는 이미 화물을 대량 수송하는 철도망 연결을 추진해왔다. 문제는 교통체계 이질성을 해소하기 위해 북한 철도의 개량과 복선화를 서둘러야할 입장이다.

현재 단절되어 있는 경의선(서울~신의주)의 일부 구간 가운데 남측의 문산~장단(12㎞)과 북측의 장단~봉동(8㎞), 경원선(서울~원산)은 남측의 신탄리~군사분계선(16.2㎞)구간과 북측의 군사분계선~평강(14.8㎞)구간을 연결할 계획이다.

또 금강산선(서울~금강산)중 남측의 철원~군사분계선(24.5㎞), 북측의 군사분계선~기성(50.8㎞)을 잇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X자 형태의 한반도 종단 고속철도망 형성을 위해 부산~서울~평양~신의주, 목포~서울~원산~청진~나진을 연결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도로망 연결사업도 추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도 1호선 단절구간인 판문점~개성간을 연결하기위해 공동경비구역까지 4차로, 판문점까지 2차로 포장을 완료했다.

또 철원과 평강을 잇는 국도 3호선 단절구간 연결을 위해 월정리까지 2차로, 연천까지 4차로 확장을 완료했다. 국도 5호선은 화천~평강간 연결을 위해 생창까지 2차로를 설계중이며 금곡까지 2차로 포장을 마쳤다.


창구 단일화로 투자효율 높여야

전력부문의 경우 난점이 많은 편이다. 1998년을 기준으로 북한의 전력소비량은 남한 전체의 6% 수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지만 경협 활성화를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

따라서 북한에 무연탄을 공급하거나 발전소·송배전시설 설비를 개보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또 남한 전기를 북한으로 송전하는 방식도 검토되나 기술적인 난점이 많다.

문제는 민간 차원의 남북경협 공동창구를 만들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각종 노하우를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간 과당경쟁과 과잉·중복투자를 자율 조절하는 기구와 창구를 만들고 공동으로 경협 프로젝트를 추진해 투자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우 경제부 기자 josus62@hk.co.kr

입력시간 2000/06/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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