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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화해시대] 6· 15 공동선언과 북한의 의지

과거와 다른 '합의', 실천가능성 높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남과 북은 그야말로 이제 55년 분단사의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서고 있다. 6·15 남북 공동선언이 문자 그대로 평화롭게 실천에 옮겨진다면 통일과정은 사실상 이미 시작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 된다.

그만큼 6·15 선언은 매우 포괄적으로 향후 남북한 관계가 나가야 할 방향과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 선언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할 것 같으면 ▲남과 북은 통일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고 ▲남측의 연합제 통일방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의 공통성을 인정하며 ▲이산가족 상봉과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협력 등 다방면 교류 협력을 실시하며 ▲당국자 대화들 재개한다는 것이다.

과거 7·4 공동성명(1972년 7월4일)이나 남북 기본합의서(1991년 12월13일)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번의 경우는 양쪽 정상이 극적인 회담을 통해 대내외에 천명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서 과거와 무엇이 다르고 또 무엇이 같은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비교분석해보도록 하자.



  6.15 공동선언  남북기본합의서 7.4공동성명 



 자주통일, 통일  화해, 불가침  자주, 평화 

 기본 원칙 방안 공통성 인정, 교류, 협력  민족 대단결 

 이산가족 상봉,   

 다방면 교류   



 실천방안  당국자간 대화 ,  분과위원회,  남북조절위원회 

  협상  공동위원회설치 설치 



 합의형식  정상회담  총리급회담  특사교환 



표에서 보듯이 남북이 합의한 3가지 문안 모두 자주와 평화 그리고 화해, 협력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자세히 분석해 보면 각기 합의문이 해당 시대의 급변하는 국제정세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용어와 개념이라도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고 정책 우선순위도 그 시대정신이나 리더십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주’라는 개념은 무엇인가?

우선 7·4 공동성명은 미국과 중국이 냉전을 극복하고 최초의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동북아 정세가 급류를 타던 시기에 남북한이 밀사교환을 통해 극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즉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이 화해하는 상황에서 ‘위기’를 느낀 남북한 리더십이 나름대로 위기관리 방책으로 비밀합의를 한 것이었다. ‘자주’라는 개념은 우리 측은 당사자 대화로 이해했으나 북측은 외세개입 배제라는 명분으로 중국을 비난하고 미국의 한반도 문제 개입 배제를 주장하게 되었다.

따라서 만약 6·15 선언의 ‘자주’라는 개념이 7·4 공동성명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면 이는 앞으로 주한미군 철수의 주장으로 연계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남북 기본합의서상의 ‘화해와 불가침’이라는 표현도 후속조치와 신뢰구축 조치 실시가 보장되지 않은 정치적 용어들이었기 때문에 ‘자주’라는 용어와 함께 모두 주한미군 철수와 군축 및 평화주의 주장과 같은 것으로 취급되는 모순을 낳았었다.

남북 기본합의서도 시대적으로 독일 통일과 소련의 붕괴 그리고 냉전체제 해체라는 극적인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서 내용상으로는 7·4 공동성명을 보다 구체화한, 일종의 ‘통일장전’이었다.

즉 7·4 공동성명이 통일원칙에 관한 의지의 천명이었다면 남북 기본합의서는 그것의 실천강령을 담은 것이었다. 독일이 통일되고 동서 냉전체제가 해체된 마당에 한반도만 무작정 무풍지대로 남을 수 없었던 것이다.

북한은 체제위기를 느꼈고 우리는 통일의 기회를 엿보았다. 남북 기본합의서는 남북한이 최초로 상호 실체를 인정하고 상호관계를 통일로 가는 ‘특수관계’로 규정함으로서 사실상의 통일과정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하는 흥분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북한이 국제정세 격변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위기관리책으로 합의에 임했기 때문에 실천의지는 처음부터 없었다. 오히려 북한은 체제보호를 위해 핵카드를 들고 나옴으로써 기본합의서가 나온 이후 한반도 긴장은 더 고조되는 역설적 상황이 조성되기도 했다.


남북합의 실천가능성은?

이번 6·15 공동선언은 이 점에 있어서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배경적 측면에서 북한은 식량난 등 내부위기를 어느 정도 넘겼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김정일 후계체제가 완전히 정착되면서 대미, 대일 등 서방과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면서 체제유지에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점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즉, 남북관계를 정상화 시키는 것이 북한 체제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 자신있게 임한 것이다. 따라서 6·15 공동선언은 과거의 7·4 공동성명이나 남북 기본합의서 보다 실천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합의서가 정상에 의해 위임받는 형식이었다면 이번 것은 양 정상이 직접, 그리고 최초로 역사적인 담판을 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남북 기본합의서 이행을 보장하는 효과를 발휘한 셈이 됐다.

세계가 주목하고 남북한의 모든 우방국이 격려·지원한, 문자 그대로 세기의 회담이었기 때문에 이번 6·15 공동선언은 그만큼 국제정치적 구속력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여준 가히 파격적인 환대태도와 개방적이고 자신만만한 회담자세는 한마디로 6·15 공동선언이 단순한 정치적 레토릭만이 아님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아직 앞날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앞서 지적한 대로 합의문 해석상의 이견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천과정에 있어서도 상호주의 적용문제나 정책 우선순위의 선정에 있어 얼마든지 각종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서상에 나타난 김정일 위원장의 의지가 과연 실체로 구현될 것인지, 구현된다면 그것이 곧 냉전구도의 청산으로 이어질 것인지, 나아가 우리의 도움으로 ‘강해진’ 북한 체제가 과연 우리의 소원인 민주평화 통일에 무엇을 의미할 것인지 등 아직 불확실한 점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오직 차분하고 냉철한 자세로 앞날을 지켜볼 뿐이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

입력시간 2000/06/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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