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영혼을 녹이는 재즈·흑인문화 진수 맛보기

■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

음악은 한 시대의 정서와 한(恨)을 반영한다. 신라의 향가, 고려 속요, 조선의 시조, 해방후 대중가요가 우리 선조들의 정서를 담아냈듯 재즈(Jazz)는 미국 흑인 빈민가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노래하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7월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지는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는 흑인 문화의 그윽한 재즈 선율과 진한 원초적 살내음을 흠뻑 느낄 수 있는 대형 뮤지컬이다.

본래 이 작품은 17세부터 부두 노동자로 일했던 듀보스 헤이워드가 신문 기사에 실린 한 흑인 불구자의 살인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쓴 ‘포기’라는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경제 공황기였던 1930년대 미국 남부 흑인 빈민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을 읽은 재즈 작곡가인 조지 거쉬인은 곧바로 오페라로 만들 것을 제안했고 이것이 성사돼 큰 인기를 모았다.

1935년 시어터 길드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나 백인 우월주의 사회에서 흑인 사회를 그렸다는 이유로 토니상을 수상하지 못하는 비운을 맛보기도 했다.

이 작품은 뮤지컬 뿐만아니라 오페라, 영화, 음반으로도 제작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앉은뱅이 흑인인 포기는 어느 날 마약 상습자이자 살인자인 크라운의 정부인 베스를 도와주면서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날 로빈을 죽이고 달아났던 크라운이 나타나 베스를 괴롭힌다. 포기는 베스를 보호하기 위해 크라운을 죽이고 달아난다.

마을 사람들은 포기를 보호하려 하지만 결국 포기는 경찰에 잡혀간다. 그 사이 베스는 아편의 유혹에 빠져 버리는데….

‘흑인 토속 음악인 재즈를 교향적 재즈로 발전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는 조지 거쉬인이 이 작품의 작곡을 맡아 ‘Summer Time’‘Bess’‘You are my Woman’등과 같은 불멸의 명곡을 탄생시켰다. 거쉬인은 이 작품을 만든 후 “재즈는 바하의 화음을 사용하고 있다 … 재즈는 미국이 저장한 에너지의 결과로 그것은 영속적인 가치를 지닌 진지한 심포니의 기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덥지근한 장마철, 끈끈한 살냄새 나는 ‘Summer Time’의 재즈 허밍에 빠져 보고 싶은 팬들이라면 한번쯤 찾아 볼 만하다.


박수칠 때 떠나라

최근 가장 ‘현대적인 연출가’로 평가받고 있는 연출가 장진과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배우’ 최민식이 함께 만든 연극.

강남 고급 호텔 707호실에서 아홉 군데나 난자당한 시체가 발견된다. 피살자는 미모의 여성 정유정. 이 사건의 취조 과정이 전국에 생방송되면서 범인 알아 맞추기 ARS가 벌어지고 정유정이 피살 당시 입었던 옷과 소지품이 경매에 붙여지는 등 전국이 온통 ‘정유정 쇼’에 휩싸여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는데….

도입 부분 샤막을 많이 사용해 평면적이라는 연극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따라서 비주얼한 영화적 요소가 물씬 풍긴다. ‘간첩 리철진’으로 영화 감독 겸 연출가로 주목 받고 있는 연출자 장진은 스토리 보다는 적절한 공간 배치와 재치 있는 대사를 통한 다양한 상상력으로 극을 이끌어 가고 있다.

‘쉬리’‘해피 앤드’로 국내 최고 연기파 배우로 떠오른 최민식은 자신만의 독특한 카리스마로 장장 2시간반 동안 계속되는 연극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 6월30일까지 오후 8시(토 3시·7시,일 2시·6시)/LG아트센터


[영화]

· 키스드(kissed)

‘죽은 자와의 섹스’라는 파격적인 소재 때문에 관심을 끌었던 영화. 일반 남자와의 섹스에서는 공허함을 느끼지만 시체와는 격정적인 엑스터시를 느끼는 한 여성의 내면 심리를 그렸다.

캐나다 출신의 주목받는 여자 감독인 린 스톱케비치의 데뷔작으로 절제된 대사와 감성적인 나레이션으로 여성의 내면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산드라 역을 연기한 몰리 파커의 열정적인 연기와 사라 맥라클란의 음악이 조화를 이룬다. / 7월1일 개봉 시네코아 외

· 식스티 세컨즈(Sixty Seconds)

아카데니 남우 주연상에 빛나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액션 블록버스터. 미국 최고의 스포츠카 대도인 멤피스가 하나뿐인 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24시간내에 람보르기니 페라리 포르쉐 BMW 무스탕과 같은 고급 스포츠카 50대를 훔치면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액션을 다뤘다.

CF감독 출신인 도미닉 세나 감독은 오프닝 추격전과 마지막 10분 동안의 짜리산 도심 추격 액션을 선보이고 있다. 이 영화는 2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미션 임파서블2’를 밀어내고 전미 흥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7월1일 개봉


[연극]

· 빨간 트럭

‘돈’이라는 물신(物神)에 사로잡혀 있는 군상들을 다룬 연극. 돈과 배경만을 보고 정략 결혼해 23년째 살고 있는 부부. 23년간 지옥 같은 결혼 생활을 통해서 독버섯처럼 자라는 추잡한 것만 잉태하고 있는 이들 부부의 갈등과 심리를 묘사했다. ‘홍어’‘꿈 꾸지마!?’의 송미숙이 연출을 맡았다.

작가는 1974년 대학 졸업후 10년간 30여개 직장을 전전하다 여성의류회사를 차린 후 경영권을 사원들에게 주고 연극계로 뛰어든 윤승중(53)이 담당했다. (02)745-8833

6월30일~7월30일 오후 7시30분(토·일 4시·7시)/알과 핵 소극장

· 용띠 위에 개띠

52년생 용띠의 꼼꼼한 만화가 나용두. 58년 개띠로 덜렁대는 잡지가 여기자 지견숙. 어느날 지견숙은 나용두를 취재하러 갔다 한 야구선수의 출신지를 놓고 다투다 내기를 걸게되는데….

‘불좀 꺼주세요’로 알려진 작가 이만희가 처음 쓴 코미디 작품. 평범한 한 가정의 부부를 통해 해체 상태에 놓여 있는 현대 가정의 위기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불좀 꺼주세요’에서 1인 다역을 했던 이도경이 연출자겸 배우로 나선다.(02)766-1717

8월31일까지 오후 7시30분/이랑씨어터


[미술]

· 심심해서 그랬어

세밀 화가 이태수(39)의 원화 전시회. 최근에 완간한 우리땅의 사계절을 담아낸 ‘도토리 계절 그림책’ 발간을 기념해 마련한 자리다. 이외에도 아름다운 식물과 동물 세밀화도 함께 전시된다.

작가와 화가 편집자 평론가가 함께 만나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어린이들을 위해 인형극 소모임인 ‘함께 크는 우리’의 인형극 공연도 열린다.(0344)916-9387

6월27일~7월2일/신촌 현대아트갤러리


[콘서트]

· 푸리/창작 타악 그룹

창작 타악 그룹인 ‘푸리’가 테헤란 벤처 밸리 한가운데인 포스코센터에서 펼쳐지는 문화 예술. 한국의 장단 가락을 세계 민속 리듬으로 승화시킬 것을 표방하는 ‘푸리’는 원일(피리 태평소) 민영치(대금) 장재효(아쟁) 김웅식(정가)으로 구성된 타악기 그룹.

1993년 결성돼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 리듬의 해체와 변형, 그리고 새로운 접목을 통해 기존 형식을 깨뜨리는 음악적 시도를 시도해 왔다.

7월1일 오후 2시/포스코센터 아트리움 특설무대

· 플라워 ‘地Ral발광’라이브

남성 3인조 그룹 플라워가 2집 앨범 ‘Bloom’을 발표를 기념해 갖는 라이브 콘서트. 고유진(보컬) 고성진(기타) 김우디(베이스)로 구성된 플라워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연일 매진 사례를 빚은 라이브 전문 그룹.

오페라록으로 시작해 힙합 네오펑크 하드코어 얼터너티브록 록앤롤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인다.

6월22일~25일오후 7시30분(주말 6시)/연강홀


[음반]

· 동물원의 김창기

‘거리에서’‘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널 사랑하겠어’ 같은 서정성 짙은 노래를 불러왔던 ‘동물원’의 김창기가 낸 첫 독집 앨범.

조동익 특유의 편곡과 김창기의 맑은 음색, 여기에 가미된 피아노와 통기타의 선율은 한편의 서정시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故) 김광석을 그리며 만든 그의 노래는 결코 화려하지 않고 세련되지 않지만 듣는 이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위안을 선사한다. 모닝 힐(02-326-1275) 발매.

· RIAA 4.5

인도풍의 음악으로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리아(23)가 그간의 공백을 깨고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자 내놓는 앨범.

지난해 11월 발표한 4집 앨범이 제대로 팬들에게 선보이지도 못한 채 잊혀진 것이 아쉬워 좀더 웅장한 사운드로 이번 4.5집을 내놓게 됐다. 이중‘추신’과 ‘슬픈 눈의 챔프’는 리아, 송재준이 작사·작곡한 신곡. 이번 음반에서는 로커로 변신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트선제센터가 6월23일부터 한달간 아트홀에서 ‘이아라 리(Iara Lee) 영화주간’행사를 연다. 이아라 리는 이질적인 예술 형태인 영화 음악 건축이 어떻게 서로 만나고 서로를 완성시켜 주는가를 실험해 온 영화감독.

이 축제에서는 현대의 인공적 삶에 대한 감각적 보고서인 ‘Synthetic Pleasures’와 무한 반복되는 전자 음악의 연대기인 ‘Modulations’ 두 영화를 선보인다.

■음악 영재 아카데미 교수 음악회가 6월26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음악회에는 아카데미에서 강의하고 있는 현직 교수들로 피아노 29명, 바이올린 17명, 첼로 6명, 플루트 6명, 시창·청음 2명 등 총 60명이다. 대부분 국내외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친 실력파들이다.

■예술의전당이 올 가을 열리는 ‘서울오페라페스티벌 2000’(9월16일~10월22일)에 참가할 합창단원을 모집한다. 희망자는 7월12일(수)까지 방문 또는 우편, e-메일로 신청, 접수하면 된다. 1차 서류심사후 7월14일 오디션을 실시하며 최종 합격자는 오페라 페스티벌의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게 된다.(02)580-1135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0/06/21 13:58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