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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풍향계] 여야 상생정치 구도 마련

올 여름 여당에는 ‘정치 방학’이 없을 것 같다. 민주당이 8월말 전당대회의 개최를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이다.

원래 민주당에서는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조기개최론과 연기론이 엇갈렸으나 김대중 대통령이 6월21일 당지도부의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조기론으로 최종 가닥을 잡으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는 어차피 경쟁이므로 조기과열에 신경쓰지 말고 (8월 전당대회) 준비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조기과열을 우려해 전당대회 시기를 늦추거나 전당대회 날짜 결정만이라도 가능한 늦추자는 의견을 일축하면서 한 얘기다.

여기에는 최고위원 경선주자들간의 과열경쟁도 어느 수준까지는 용인하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이같은 뜻을 내비친 김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지만 최고위원 경선주자들은 몸과 마음이 후끈 달아오르게 됐다.

당장 이번 주간부터 대부분의 주자들이 발벗고 지구당 위원장과 대의원 표심잡기에 나섰으며 당 안팎에서는 경선 주자들간 합종연횡 구도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열기 속으로

민주당의 최고위원 경선결과는 김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여권내 역학구도에 직결될 뿐 아니라 차기 대선구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4·13 총선에서 차기 대권도전 기반을 보강한 이회창 총재와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최고위원 경선 주자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장막 뒤의 이런 기류와는 별도로 민주당과 한나라당 관계는 김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의 6월24일의 전격적 영수회담을 계기로 ‘밀월’에 가까운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 영수회담은 이 총재의 이니셔티브로 성사돼 7월 임시국회에서 약사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함으로써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사상 초유의 의료대란 수습의 돌파구를 열었다.

이 총재로서는 여당의 발목만 잡는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하고 민생현안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는 정치적 역량을 과시한 셈이 됐다. 한나라당은 영수회담후 논평을 통해 “김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김 대통령을 지원하고 나섰으며 이 총재도 “의약분업을 실행해 가는 데 있어 정부를 우선 배려하라”고 지시하는 등 정부·여당과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김 대통령과 여당도 이번 ‘원 포인트 영수회담’을 통해 파국으로 치닫던 의료대란을 막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토대로 후속조치들을 서둘러야 하는 김 대통령과 여당으로서는 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여권 내에서는 의료대란으로 인한 사회적 에너지 낭비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가 희석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여야간에 모처럼 윈-윈 게임의 상생정치 구도가 마련된 셈이다. 한나라당과 정부·여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을 완료할 때까지 일종의 공동운명체로 묶이게 됐다.

의사대란에 이어 약사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하지 못하면 영수회담에서 약사법 조기개정에 합의한 김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가 똑같이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교섭단체 요건, 어떻게 되나

물론 변수는 있다. 자민련이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원내교섭단체 요건 완화법안 처리와 한나라당의 관심사인 선거사범 편파처리 논란이다.

자민련은 이번 임시국회 후반이나 늦어도 7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과 힘을 합쳐 교섭단체요건을 낮추기 위한 국회법 개정을 끝내자는 입장이다. 자민련은 민주당이 여기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여-여 공조유지를 심각히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민주당은 이 문제에 관한 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자민련과의 공조유지를 위해서는 자민련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나 법안처리를 강행할 경우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의 강력한 저항이 불보듯 하고 여론도 우호적일 리 만무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선주자간의 과열경쟁을 견뎌내야 하고 밖으로는 자민련의 교섭단체 멍에를 원만히 벗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어 매우 뜨거운 여름을 보내야할 것 같다.

또한 4·13 총선 선거사범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일부 의원의 당선무효가 확정될 경우 여야간 치열한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0/06/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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