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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독도 방어군' 출범, 크래커와의 전쟁 선포

의장대 사열도 군악대의 우렁찬 팡파르도 없었다. 하지만 6월2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해커스랩에선 조선조 숙종대의 안용복, 해방 후 민간 독도 수호대의 맥을 잇는 독도 수호의 꿋꿋한 기백과 거센 함성이 솟아 올랐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일본의 망언에 시달려 온 독도와 마찬가지로 일본인 등 크래커(Cracker·악의적 해커)들의 잦은 외침을 받아 온 웹사이트 독도를 방어하기 위한 ‘사이버 독도 방어군’이 출범한 것이다.

그동안 개인 차원에서 독도 방어 움직임은 있었지만, 국내의 독도 관련 대표적 민간단체인 ‘민족자주와 독도주권 수호를 위한 연대회의’(독도연대)와 ‘독도사랑동호회(독도수호대)’의 위임을 받아 ‘정규군’형태의 방어군이 건설된 것은 처음이다.


철통 보안망 구성, 크래킹 사전 차단

사이버 독도방어군의 장비는 ㈜해커스랩에서 기증한 전용 웹서버 1대와 ㈜리눅스시큐리티가 제공한 방화벽(firewall). 병력은 ㈜해커스랩에서 양성한 수 백명의 해커 고수들.

지난해 ‘사이버 10만 양병설’을 주창해 화제를 모았던 ㈜해커스랩 이정남(46) 대표는 6월21일 조인식에서 “동아시아 최강의 축성 능력을 자랑했던 조상들처럼 2중 3중의 철통같은 보안망을 구축해 어떠한 크래킹 시도도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이버 독도방어군은 지난 3월 38개 독도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한데 뭉쳐 출범한 독도연대의 웹사이트인 ‘www.tokdo.com’, 그리고 1998년 PC통신 동호회에서 출발한 독도사랑동호회의 ‘www.tokdo.co.kr’ 2개 웹사이트에 주둔할 예정.

독도연대 집행위원장 김윤배(30)씨는 “이 사이트들은 ‘tokdo(독도)’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어 대내외적으로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며 “때문에 크래커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 왔고 5월 일본 외무성의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망언 이후 일본인들의 침략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tokdo’가 독도의 일본명인 ‘takeshima(다케시마)’로 뒤바뀌기는 일이 일어나기라도 하면 큰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사이버 공간에서 독도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크래커들의 끊임없는 침략에 시달려 왔다. ‘말싸움’수준의 현실 세계와 달리 사이버 공간에서는 ‘주먹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공격형태도 지난 2월 야후와 아마존 등 미국의 대표적인 웹사이트를 마비시킨 ‘서비스 거부(Denial of Service, DoS)’의 변형 프로그램, 일종의 덫을 놓는 ‘무한링크(無限 Link)’, 바이러스 공격 등 현존하는 모든 크래킹 수법이 동원됐다.


일본인 추정 크래커들 끊임없는 침략

게시판이나 방명록에 순식간에 수십~수백건의 글을 동시에 올려 사이트 자체를 마비시키고, 결국 이용자들의 접속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서비스 거부’ 공격은 지난해 12월부터 3차례나 가해졌다.

사이트를 항상 ‘통화 중’ 상태로 만드는 셈이어서 손쉬우면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매우 위력적인 크랙킹 방법이다. 당시 독도사랑동호회의 의뢰를 받아 IP추적으로 크래커의 뒤를 쫓은 한 해커는 “일본 도쿄 외곽에 있는 컴퓨터에서 바이러스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며 “구체적인 신원을 알 수는 없지만 공격의 대부분이 반한감정을 가진 일본 우익단체 소속 젊은이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크래커가 게시판이나 방명록에 부비트랩 작용을 하는 링크(다른 홈페이지나 웹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를 걸어놓는 방법도 사용됐다. 이 링크를 클릭한 개인 이용자의 PC에는 수백개의 홈페이지창이 연속적으로 뜨게 되고, PC를 꺼버리기 전에는 도저히 복구할 방법이 없도록 하는 수법이다.

지난 5월에는 독도연대에 당시 전세계를 강타한 ‘러브바이러스’ 공격이 가해져 수년간 쌓아 놓은 귀중한 독도관련 자료들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기까지 했다.

독도연대측은 일본 시마네현에서 온 E-메일에 치명적인 러브바이러스가 숨어있었던 것으로 추정하지만, 감염된 E-메일을 자동전송하는 ‘러브바이러스’의 특성상 섣불리 일본인의 공격으로 단언하기는 꺼리고 있는 형편.

사이버 독도에 대한 ‘육·해·공’ 입체적 공격이 가해지는 것도 모자라 6월에는 게시판에 ‘불타는 태극기’가 꽂힌,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독도수호대 사무국장 김점구(35)씨는 “바로 삭제를 해버렸지만 한국인 전체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방어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불법공략 지양, 공식절차 밟아 대응

사이버독도방어군은 앞으로 적발한 크래커의 신원을 인터폴에 자료와 함께 통보하고, 인터폴이 해당 국가에 국내법에 의한 처벌을 의뢰하도록 하는 공식적인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보복공격 등 어떠한 형태의 불법적인 공격도 지양한다는 것이다. 섣부른 사이버 분쟁은 보복공격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독도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엄연한 한국영토인 독도를 분쟁영역으로 몰고 가려는 현실세계에서의 일본의 의도에 사이버공간에서까지 말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잇따르고 있는 보복공격 및 선제공격 움직임은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6월초 인터넷과 PC통신에 일본과의 전쟁을 다룬 유명 만화의 이름을 딴 ‘남벌(南伐) 프로젝트’명의로 일본 우익단체와 다케시마 관련 웹사이트를 공격할 해커를 모집하는 격문이 오른데 이어, 한 웹사이트에서는 사이버의병까지 모집하고 있다.

부대가 꾸려지면 사이버 독도 공격에 대한 방어 및 응징, 나아가 적극적인 선제공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국내 해커는 일본의 다케시마 관련 사이트를 크래킹해 다나카(田中)로 알려진 일본인 운영자의 개인 신상을 빼내와 독도연대측에 제공하고, 공격을 공언하기도 하는 등 심상치 않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해커스랩의 이대표는 2월 ‘인터넷 원자탄 중국소년’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 일본 정부기관과 언론사 등의 30여개 웹사이트를 무차별 공격한 ‘중국 극우반일동맹’사건을 예로 들며 “사이버 공간에서 한·일간의 공격과 반격이 반복되면 세계 네티즌들에게 독도가 양국간의 영토분쟁지역처럼 비칠 우려가 크다”며 “순간의 감정을 참지못해 엄연한 우리 땅인 독도를 국제법정으로 끌고 가려는 일본에 동조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사이버공간에서도 섣부른 보복공격보다는 “해외공항에의 독도 책자 배포, 외국인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선전전 등 다른 차원에서의 공격이 필요”(독도연대 김윤배 집행위원장)한 것이다.

안준현사회부 기자 dejavu@hk.co.kr

입력시간 2000/06/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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