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지망생에서 사이버 애널리스트로 변신

필명 ‘홍길동닷컴’으로 통하는 남기홍(34)씨는 수줍음 많은 사이버 애널리스트다. 날카롭지만 위트 섞인 재기발랄한 시황 분석으로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에게는 증권과 관련된 아픈 기억이 있다.

충북대 독문과 86학번인 남씨는 모 전자부품회사 구미사업소 소장으로 3년여 재직하다 건강이 나빠져 1995년 퇴사했다.

그리고 장래 희망이던 소설가의 길에 접어 들고자 출판사를 전전했다. 그러던중 우연찮게 퇴직금 1,000만원을 가지고 주식을 시작하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하락장이었던 당시 남씨는 아버지나 친척에게 돈을 빌려 물타기를 거듭, 1년만에 1억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전세금도 빼내 아내와 함께 사글세로 옮겼고 수입이 전혀 없어 옆집에 가서 쌀을 꿔올 정도로 극빈 생활을 했다. “그때는 몸도 좋지 않아서 정말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의 나날이었습니다. 단지 죽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어머님이 식당일을 하면 한푼두푼 모은 400만원을 “쌀값이라도 하며 먹고 살아라”하고 주시는 것을 받아들고 죽기를 결심하고 재기에 나섰다. “당시 저 같은 초보자가 그토록 공격적으로 했던가 하는 반성을 했지요. 그때부터 신중하고 보수적인 투자를 했습니다.”

남씨는 그때부터 그래프를 연구하고 투자지침서를 탐독하며 자신만의 투자기법을 만들어 투자에 임했다.

그것이 결실을 맺어 그간의 빚을 모두 청산하고 집도 옮기는 등 다시 생활기반을 마련했다. 이런 투자 기법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지금 남씨는 인터넷 금융 사이트인 싱크풀로부터 전담 칼럼리스트를 맡아줄 것을 의뢰받고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6/28 15:11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