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흡혈귀의 지고 지순한 사랑?


뮤지컬 드라큐라

예로부터 ‘호기심’과 ‘공포’는 문학에 있어 가장 보편적 소재중 하나였다. 무엇인가 탐구하고자 하는 인간 심리는 그 대상에 대한 관심도와 집중력을 높여주고, 공포로 야기되는 극도의 긴장감은 이후에 다가올 극적인 카타르시스의 토대를 마련해준다.

이런 점에서 7월7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드라큘라’(DRACULA)는 가장 고전적인 소재를, 가장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걸작 뮤지컬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소재인 흡혈귀를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흡혈귀는 괴테의 ‘코린트의 신부’에서처럼 죽은 소녀의 망령이 무덤에서 나와 애인을 이승을 데려가기 위해 심장의 피를 빠는 식이 아니다. 그렇다고 죽음도 불사하면서 성애의 쾌락을 노래하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 나오는 흡혈귀도 아니다.

비록 신의 저주로 영원히 죽지 않는 흡혈귀가 됐지만 몇백년 동안 아내에 대한 순수한 사랑의 절규를 외치는 한 고독한 남자의 숭고한 영혼을 그렸다.

이 작품은 1995년 체코 프라하의 콩그레스 선테에서 초연돼 지금까지 절찬리에 세계 투어 공연을 하고 있는 인기 뮤지컬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 작품이 영국의 뮤지컬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가 만든 걸작 ‘레미제라블’의 작품성을 뛰어넘는 금세기 최고 뮤지컬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지금도 한해 200만명이 넘는 관객이 볼 정도다.

이번 국내 공연은 브로드웨이식의 상업적이고 오락적인 뮤지컬과는 차별화하기 위해 독특한 무대 연출 기법과 특수 효과, 현란한 안무와 의상,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연기자 등 각 방면에서 공을 들여 제작했다.

세계적 안무가 리하르드 헤스가 지휘하는 안무는 격정의 호흡을 멈추지 않게 하며 ‘아마데우스’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빠시체가 디자인한 의상은 그 시대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중세 유럽식의 고풍스러우면서도 웅장한 세트와 소품은 ‘보는 뮤지컬’의 진수를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음악이다. 전편에 흐르는 웅대하면서도 감미로운 선율 위에, 전통 클래식과 팝이 조화된 강렬한 비트의 테마 음악이 더해져 멋진 조화를 이룬다.

록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의 변신을 꿰하고 있는 신성우와 한국창작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성기가 드라큘라 역에 더블 캐스팅돼 연기 대결을 펼치는 것도 흥밋거리다.

■올해로 4회째가 되는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가 7월13일부터 21일까지 부천시민회관 복사골 문화센터 등에서 열린다.

‘오! 수정’에서 열렬한 호응을 받은 여배우 이은주와 홍은철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열릴 13일 개막식에서는 초청가수 축하공연, 사물놀이와 오케스트라의 협주곡 외에 영화제 출품작이 소개된다. 개막작은 미국 상류층의 비정상적 살인행각을 다룬 ‘아메리칸 사이코’(미국)로 결정됐다.

공식경쟁 부분(장단편 각 10편씩), 월드 판타스틱시네마 부분 20여편 등 총 140편이 소개된다. 국내 작품 30편, 외국 작품 110편이다. 특히 제한구역 부분에 속해 있는 ‘은밀한 여행’(미국), ‘섹스앤 섹슈얼리티’(프랑스) 등 2편은 21세 이상만 볼 수 있는 성인용 미개봉 작품이다.

■극단‘수레무대’와 공연기획 ‘이다’는 생떽쥐베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7월30일까지 각 학교(초·중·고)를 직접 방문해 연극을 공연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작품은 어린이들의 독서인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로 어린이용과 중·고생용으로 나눠 공연한다. 흥겨운 탭댄스와 음악, 마임, 마술 등이 가미된, 한편의 감동적인 현장 무대로 학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02)762-0010


● 다이너소어(DINOSAUR)

월트디즈니가 선보인 새 장편 애니메이션. 350명의 애니메이터와 시각 효과 전문가가 참여한 대작으로, 1988년 기획된 이래 12년간에 걸친 엄청난 노력과 제작비가 투여된 작품이다.

월트디즈니는 이 영화를 위해 자체 스튜디오 안에 드림 퀘스트의 컴퓨터 그래픽 베테랑을 영입하여 극비 실험실(The Secret Lab)이란 이름의 스튜디오를 따로 만들었을 정도다.

월트디즈니사측은 ‘다이너소어’가 4,500만 메가바이트의 정보가 투입되고 1,300여개의 시각 효과 쇼트가 포함된 작품이어서 ‘쥬라기공원’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한단계 뛰어넘는 최첨단 애니메이션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기원전 6,500만년 백악기. 평화롭기 그지없던 이구아노돈 서식지에 침략자가 등장, 부화 직전의 이구아노돈 알이 전부 짓밟힌다. 우여곡절 끝에 아득히 먼섬에 떨어진 이구아노돈 알에서 극적으로 부화된 알라다는 야르, 플리오, 수리, 지니 등 여우 원숭이 가족의 부양을 받으며 성장하는데 어느날 거대한 유성이 떨어져 지구와 충돌하면서 가족이 몰살당하는데….

7월15일 개봉


[영화]

· 크로우(The Crow)

크로우 시리즈의 3번째이자 완결편. 전편과 마찬가지로 짜릿한 액션과 함께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자극적인 섹슈얼리티가 전편을 감돈다.

만화 대본 ‘얼터너티브’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첫 편에서 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가 촬영 도중 총기사고로 사망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완성돼 관심을 끌었었다. 이 영화에는 미국내 얼터너티브의 히트 제조기인 필터의 ‘The Best Thing’ 등 트립합, 호러록, 얼터너티브 등 온갖 장르의 음악이 삽입돼 있다.

18세 이상 관람가.

7월8일 개봉/서울 중앙시네마 등


[뮤지컬]

· 도솔가

‘문화 게릴라’ 이윤택이 새천년을 맞아 선보이는 뮤지컬. 록과 테크노 비트, 전통 국악의 선율에 맞춰 힙합춤과 선무도를 추는 전통과 현대가 융합되는 크로스오버 뮤지컬이다.

독일 철학자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보여지는 인간 중심사상과 우리나라 인간 존중사상인 화랑도 정신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신라시대 혼돈기에 도솔가를 지어 난세구원을 실천한 월명인 인물을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 작품 의도. 음악 김대성, 안무 박일규.

7월7일~22일 오후 8시(토·일은 별도)/LG아트센터


[연극]

· 李子의 世月

지난해 평론가 협회 선정 우수 공연, 젊은 연극인상,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가상 등 각종 상을 휩쓸며 주목을 받고 있는 연출가 박근형이 선보이는 신작. 만삭의 몸으로 떠나간 사랑을 기다리는 이자(李子)라는 여인은 자신의 몸 속에서 떠난 사람의 아이가 조금씩 자라나자 무작정 여기저기 그 사랑의 흔적을 찾아 돌아다닌다.

현실과 과거, 환상의 여정을 떠다니며 만나는 일상과 에피소드를 배속의 아이에게 여행일지식으로 들려준다.(02)334-5915

6월29일~7월30일 오후 7시30분(토·일 3시,6시)/소극장 산울림


[민족정기구현결사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가진 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민족정기구현결사대’라는 단체의 허위에 찬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해학 사이코 코미디. 법과 규칙을 만들어 우리 사회를 좌우하는 기성세대의 편협하고 이기주의적인 행태를 희화적으로 고발함으로써 이 시대의 불합리성을 보여준다.(02)762-0810

7월7일~8월6일 오후 7시30분(휴일 4시30분·7시30분)/예술극장 활인


[콘서트]

· 四季

김장훈이 갖는 여름 장기 콘서트. 가을에는 감미로운 발라드, 겨울에는 우수에 찬 눈빛을 느낄 수 있는 재즈, 봄에는 통기타 음악으로 봄향기를 전해주는 언플러그드 등 계절마다 다른 색깔의 음악을 선보이는 그의 4계절 콘서트의 여름 편이다. 소극장 최초로 무대 전면에 멀티 큐브와 특수 효과를 설치하는 파격적인 무대연출로 보다 박진감 넘치는 공연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02)332-3838

7월6일~8월13일 오후 7시30분(토 5시·8시,일 6시)/대학로 라이브극장


[민속마당]

· 한국 강의 혼과 예술-금강

남한에서 한강과 낙동강에 이어 두번째로 큰 강으로 충청과 전라권을 관통하여 흐르는 금강에 얽힌 빼어난 서민의 애환과 정서, 역사의 굴곡을 풀어주는 무대.

이 주변에서 전승돼 내려오는 민속놀이 ‘열두띠 탈놀이’, ‘서산 박첨지놀이’, ‘공주 선학리 지게놀이’, ‘부여 산유화가’, ‘군산 살풀이’, ‘이리 농악’등 10여종의 공연이 펼쳐진다. 민속학자로 공주 민속박물관장을 역임하고 있는 심우성씨가 작품 해설을 해준다. 무료(02)580-1300

7월9일,23일,8월13일,20일 오후 7시/예술의전당 야외극장


[미술]

· W.X.Y.2000 성으로의 초대

性, 城, 聖, 姓, 惺… 등 ‘성’의 사전적 의미를 통해서 ‘성’의 현대적 위치를 살펴보는 마당. 작가 개개인이 성찰한 ‘성’의 의미를 새롭게 살표봄으로써 그 좌표를 설정하며 표류하는 ‘성’을 고찰해본다. 김병구 이호성 이세현 장대식 최준근 임미령 김혜선 심명숙이 이 마당에 참가하고 있다.

6월28일~7월10일/조흥갤러리

■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실위원회는 7월6일 오후 7시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베트남 전쟁 희생자들 증언과, 이를 알게 된 한국 시민의 사과의 마음을 모아 전달하는‘사이공, 그날의 노래’라는 평화 문화제를 개최한다. 베트남 헌정노래를 비롯해 베트남전 사진전시와 풍물장터, 그리고 베트남 전통 음식 판매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02)3675-5808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7/04 16:04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