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추억을 찾아드립니다"

인터넷 사람찾기 사이트, 구구절절 애절한 사연 넘쳐

“딸들아, 내 딸들아, 엄마가 원망스러워 만나기 싫으면 안만나줘도 돼. 그치만 죽을 날도 얼마 안남았는데 너희들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구나.”

서울의 이정자(60)씨. 딸들을 만나고는 싶지만 만날 길이 없던 이씨는 최근 인터넷 사람찾기 사이트를 찾았다. 모두들 못먹고 못살던 1970년대, 자식만은 굶기기 싫어 마지못해 선택한 해외입양길.

하지만 그것으로 이씨는 두 딸과 영영 이별이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두 딸. “너희들을 볼 수만 있다면 불고기, 김치, 잡채, 맛있는 거 다해주고 싶은데”라며 말꼬리를 흐리는 이씨의 모습은 네티즌의 눈물주머니를 터뜨린다.


반가운 소식이 더 많은 인터넷 세상

모 회사 인터넷 광고를 보면 “모두들 인터넷 때문에 편지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터넷 때문에 반가운 소식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것이 진짜 인터넷입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즉, 사람들이 모여사는 따뜻한 사회가 진정한 인터넷 세계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에 가장 걸맞는 서비스가 인터넷 사람찾기다.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사람들의 애틋하고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인터넷 사람찾기 사이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www.daum.net)과 같은 경우는 회원이 1,200만에 이르고 싸이월드(www.cyworld.com)같은 경우는 50만명에 달한다.

물론 이들이 전부 사람찾기 서비스 회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서비스를 제공한 뒤부터 회원이 급증했다고 넌즛이 말한다. 인터넷 서비스업체 다모임(www.damoim.net)같은 경우는 3월에 문을 연지 겨우 세 달만에 56만명을 돌파하고 요즘도 매일 1만여명이 새로 가입하여 서버가 다운될 정도.

국내 최초의 사람찾기 인터넷 방송 예스터데이 TV(www.yesterdaytv.com)도 방송시작 두 달만에 3만 명의 회원을 모았다. 현재 이러한 종류의 인터넷 사이트는 모교사랑(www.iloveschool.net), 동문닷컴(www.dongmoon.com) 등 20곳 이상이다.

단순한 상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이다. 바삐 움직이고 경쟁에 치여 주위를 뒤돌아 볼 여유도 없는 현대인들.

어느 틈엔가 우리는 서로에게 중요한 사람들을 흘려버리고 시간이 흐르면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는 경우도 많다. 서글픈 현실이다. 하지만 찾고 싶어도 찾을 길이 없었다.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명인 얘기다. 보통사람에게는 멀기만 하다.


세대 초월한 사람찾기

그럼 인터넷 사람찾기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무엇일까. 싸이월드의 이동형 대표이사 이야기. “누구나 찾고 싶은 아련한 추억을 가지고있지만 그것을 찾기에는 방법이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인터넷 사람찾기 사이트는 이용하기 간편하다. 특별한 절차가 필요 없다. 무료로 회원 가입하고 사연만 인터넷에 띄우면 된다.” 쉽게 추억을 되찾을 수 있는 점이 인터넷 사람찾기 사이트의 최대 매력이다.

인터넷을 통해 이틀만에 초등학교 친구를 찾았다는 부산의 강지연씨는 “행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다. 인터넷에 어떻게 감사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인터넷 사람찾기 사이트에 감사메일를 보냈다.

그동안은 사연을 게시판에 띄우면 다른 사람이 보고 연락하는 방식이어서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각 사이트들이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 네티즌이 사연을 제출하면 자동발송 시스템을 가동, 가입자들 중에서 그와 관련이 있는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 일일이 확인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회원수가 많은 사이트일수록 사람을 찾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찾는 확률도 꽤 높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한 사이트 당 하루에 6~7명씩은 찾아주며 신청자 중 10% 정도라고 한다. 최근 이러한 사이트의 회원이 늘어나고 있어 그 확률은 더 높아지고 있다.

또한 예스터데이 TV는 100만명이 넘는 인적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사연이 접수되면 같은 이름의 사람에게 e-메일을 보내는 방식을 취해 찾을 확률을 높였다.

인터넷 사람찾기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은 나이 지긋한 어른만이 아니다. 오히려 젊은 층이 더 많다. 주로 연락이 끊긴 초·중교 동창을 찾거나 보고 싶은 첫사랑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

업계 관계자도 젊은 층의 호응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고 한다. 홍보한 적도 없는데 소리소문으로만 회원이 몇 십만이 됐다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인터넷 사람찾기 사이트는 과거의 향수를 되살려 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잃어버린 부모와 자식을 찾게 해주는 역할도 톡톡히 한다. 각 사이트들은 한국 복지재단 등 미아찾기 운동본부와 협조해 미아를 찾아주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으며 입양인들의 부모찾기도 도와주고 있다.


실향민들도사이트 이용 늘어

경북 구미시의 이정아(22) 씨. 그녀는 최근에 ‘단 한번만이라도 보고싶은 부모님’이라는 사연을 예스터데이 TV에 보냈다.

어떻게 해서 고아원에 들어가게 됐는지도 모르고 부모님에 대해서는 아는 거 하나도 없지만 부모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단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다는 이씨는 자신의 사연을 다 마치지도 못한 채 울음을 터뜨렸다.

최근에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산가족 찾기가 이슈가 되자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실향민도 부쩍 늘었다. 하루에 몇 건씩 실향민의 문의가 들어오지만 북측에 관한 데이타가 거의 없어 이들의 바람을 들어주기는 쉽지 않다.

이에 싸이월드는 현대 아산과 협조해 이들에게도 그리운 사람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8월 중순께부터 제공할 계획이다.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으로 큰 호응을 얻었던 KBS도 이산가족 찾기 사이트(www.who119.com)를 개설했다.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서비스가 점점 다양해지고 기술도 발달하고 있다. 예스터데이 TV 같은 경우는 지난 달 단순한 인터넷 사이트만으로는 사람을 찾는 효과가 적다고 판단, 인터넷 방송으로 서비스를 전환했다.

대표이사 김명철씨는“수익은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회원 모집을 위한 부가 서비스로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다”라며 “이러한 프로그램이 삭막한 현대인의 삶에 잔잔한 감동을 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예스터데이 TV는 또 하반기에 중계 유선방송 등과 합의하여 이러한 사람찾기 프로그램을 방송에도 띄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싸이월드 측도 이를 위해 KBS와 협의중에 있다.

인터넷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움이 쌓여 한이 된 사람. 인터넷이 상처입은 현대인의 가슴을 쓰다듬어 주고 있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7/05 16:35


송기희 주간한국부 gihu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