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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타열전(19)]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사장(下)

[벤처 스타열전(19)]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사장(下)

"세계 10위권 진입이 목표입니다"

벤처창업자라면 누구나 그랬듯이 황철주 사장에게도 창업 1년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거의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좁은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연구하고…. 각고의 노력은 1994년 초여름 ‘유레카 2000’의 탄생으로 나타났다. 머리속으로만 그렸던 초일류 반도체 장비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겨놓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유레카 2000을 필요로 했던 삼성전자측에서 공장도 없는 주성엔지니어링에게 4억원짜리 장비의 제작을 의뢰할 수 없다며 매수 주문을 거절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옛 속담대로 솟아날 구멍은 있는가 봐요. 주변의 도움을 받아 공장을 갖고 있던 백양코리아와 아펙스라는 회사의 이름으로 주문을 받고 납품을 했죠.”

납품한 제품은 직접 생산라인에 까는 양산용이 아니라 연구시험용 장비였다. 얼마후 삼성전자로부터 OK 사인이 왔다. 테스트를 통과했으니 곧 양산 오더가 나갈 것이라는 뜻이었다. 황사장은 서둘러 회사체제를 주식회사로 바꿨다.


대기업 장벽 부딪쳐 시련 겪어

그러나 반도체 업계를 한손에 움켜쥔 듯한 기분은 잠시, 곧바로 시련이 닥쳤다. 대기업 특유의 구매·결제 관행을 몰랐던게 화근이었다. “시험용 장비는 몰라도 양산 라인에 들어갈 고가의 장비를 이름도 없는 주성에 줄 수는 없다는 겁니다. 한번 생산라인에 깐 장비는 제조업체가 계속 유지 보수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어느 정도 규모는 돼야 한다는 거죠.”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온 그의 아이디어가 자칫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이 위기 역시 솟아날 구멍을 배태하고 있었다.

“정말 생각지도 않는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어요. 당시에 우리는 지너스라는 반도체 장비업체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었어요. 지너스는 반도체 실리콘 분야에서 시장을 거의 90% 가까이 점유하고 있었는데 폴리(규소합성물질) 분야가 각광을 받으면서 위기에 빠졌죠. 우리는 폴리쪽에 강점을 갖고 있었으니까 괜찮은 파트너였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년에 한번씩 열리는 ‘세미콘 웨스트’ 반도체 장비전에 참석했던 삼성전자의 고위 임원이 지너스와 주성엔지니어링의 협력이야기를 듣고 돌아왔다.

그 임원은 “미국의 유명 장비업체도 주성측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협력한다는데 왜 우리는 모르는 척하느냐”고 실무진을 야단쳤다고 한다. 주성엔지니어링측에 제대로 된 브리핑 기회가 주어졌다. 그렇게 유레카 2000은 국내 반도체 생산라인에 깔리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위기의식 느끼고 노력

반도체 생산라인의 전(前) 공정 장비를 만들려면 한가지 기술만 있어서는 안된다. 전기 전자는 물론이고 물리 화학 금속 재료 등 많은 분야의 첨단기술이 더해져야 한다. ‘반도체 장비분야는 처음에 들어가기는 힘들지만 일단 들어가면 성공이 보장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미 시장에 진입한 주성엔지니어링은 느긋하게 과실을 따먹는 일만 남았는가. 아니다. 황사장은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반도체 분야는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머뭇거릴 틈이 없어요. 다음 세대에는 어떤 장비가 필요할지, 뭘 준비해야 할지, 항상 고민하지 않으면 안돼요. 1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반도체 분야이니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는 주성엔지니어링이 가진 모든 힘과 시간, 땀을 쏟아부어 나온 결과가 현재의 상태라고 했다.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머뭇거리거나 다른 데 눈을 돌리는 순간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른 회사가 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않겠다고 했다. 반도체 장비 분야에 몸담은 지 15년. 그가 체득한 교훈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전공정 장비 분야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미국의 AMAT사를 따라잡으려고 뒤쫓아가면 안되지요. 우리는 AMAT가 갖고 있지 않는 핵심기술을 더욱 발전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D램 생산공정에서 중요한 분야인 캐퍼시터(축전지 용량) 제조분야에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반도체 부문 LP CVD(저압화학 증착장치)장치중 선택적 반구형 결정실리콘(HSG)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차세대 캐퍼시터 재료로 각광받는 BST, 탄탈륨 등을 이용한 CVD 장비를 국내업체와 공동 혹은 자체 개발 중에 있고 탄탈륨의 경우 이미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올해부터는 D램 메이커에 편중된 매출구조를 시장규모가 큰 LCD(액정표시장치) 분야로 전환시키는 중입니다. 앞으로는 TFT 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제조용 PE CVD(플라즈마 화학증착) 장비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연구개발에 중점 투자

사업의 다각화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분명 아닐 것이다. 진입장벽이 유난히 높은 곳이 바로 반도체 장비업체 아닌가? 그런데도 황철주 사장의 꿈은 야무지다. 향후 10년내에 세계 10대 반도체 장비 메이커로 우뚝 선다는 것.

지금까지의 성공에 너무 고무된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세계 초일류가 되기 위해 연구개발에 쏟는 황사장의 노력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실제로 주성엔지니어링은 총 240여 직원중 개발인력이 전체의 41%에 달하고 IMF시절에도 독자 연구개발을 계속했다. 올해 연구개발비는 350억원. 지난해에는 25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는 현장 엔지니어에게도 할 말이 많은 듯 싶었다. “한국의 엔지니어들은 굉장히 열심히 일 하는데 효율성은 떨어져요. 고집이 너무 세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털어놓고 배워야죠. 무작정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면 안됩니다. 엔지니어 문화도 이제는 효율을 강조해야할 때가 됐어요.”

효율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서울에서 주성엔지니어링을 찾아가기는 불편하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황사장에게서 서울 입성의 꿈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1997년 4월에 이쪽으로 옮겨왔는데 불만이 없어요. 고부가가치 제품은 발전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공장은 여기에 있는데 본사를 서울 강남 어딘가에다 둔다면 오히려 불편하고 효율성에 문제가 생기죠. 기자분들이 불편한게 걱정이지만(웃음).”

그리고 그는 뜻있는 젊은이들을 향해 이런 말을 남겼다. “기회는 모든 사람을 스쳐갑니다. 그러나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준비된 사람뿐입니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07/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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