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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풍향계] 파업정국에 뒷짐만…

[정치 풍향계] 파업정국에 뒷짐만…

어디를 둘러봐도 일찍 찾아온 무더위만큼이나 숨통이 막히는 장면뿐이다. 파국으로 치닫는 금융계 파업사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의약분업 갈등에 이어 정치판도 돌아가는 판세가 수상하다.

여야는 11일 정치분야를 시작으로 14일까지 ▲통일·외교·안보 ▲경제1 ▲경제2 ▲사회·문화 분야에 대해 대정부 질문을 실시한다. 특히 이번 대정부 질문부터는 일문일답식 보충질문이 처음으로 허용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여야간의 대결기류가 국무위원과 의원간의 일문일답이라는 첫 실험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발목 잡힌 추경안 예산심의

대정부 질문 이후에는 상임위별로 추경안 예산 심의에 들어가야하나 한나라당이 추경예산 편성에 반대하고 나서 의사 일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초 추경 예산안이 구제역과 산불피해, 국민기초 생활보장법 시행 등과 관련된 예산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일부 문제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승적 차원에서 추경안 처리에 응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추경 예산안이 전체적으로 불요불급한 대목이 많고 무엇보다도 세계 잉여금을 국가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으면서 전면 반대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이같은 입장 선회는 4·13 총선 부정선거 국정조사 관철전략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한나라당은 경제 및 교육 부총리 신설, 여성부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도 총선부정 국정조사와 연계시킬 태세다. 한나라당 정창화 원내총무는 “총선 부정의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임시국회에서 국정조사를 관철할 방침”이라면서 “14일 이후 의사일정은 여당의 국정조사 수용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해 연계전략을 분명이 했다.

한나라당이 ‘민생 발목잡기’라는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총선부정 국조 관철을 위한 연계전략을 펴는 것은 이번 임시국회를 넘기면 4·13 총선 부정선거 주장의 약효를 유지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4·13총선 부정선거 이슈를 계속 살려가는 것은 적지않은 한나라당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의원직 상실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주중 법원이 정인봉 의원(서울 종로)에 대해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한나라당을 다급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측은 “한나라당이 국조권 발동 요구로 추경안처리 등을 지연시켜 8월 임시국회 소집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이를 선거법 위반 의원을 위한 방탄국회로 활용하려는 정략적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 정균환 원내총무는 “한나라당의 국조권 발동요구는 선거법 위반 야당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일뿐”이라고 말했다. 김옥두 사무총장도 “한나라당의 국조권발동 요구는 방탄국회 준비작업의 일환”이라고 단정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주장은 4·13 총선이 과거 어느 총선보다도 공정하게 치러졌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지난주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4·13 총선을 자유당 정권시절의 ‘3·15 부정선거’에 필적하는 부정선거로 규정했으나 민주당 서영훈 대표는 역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역사상 가장 공정한 선거’라고 맞받았다.

과거 총선에서는 국정원, 경찰, 검찰과 각급 행정기관, 통·반장까지 동원된 관권 선거와 정경유착을 통한 엄청난 금권선거가 자행됐으나 적어도 이번 4·13 총선에서는 공안기관이나 정경유착을 통한 금권선거는 없었다는 것이 민주당이 이같은 주장을 하는 근거다.


자민련, 교섭단체 구성에 안간힘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총선 국조권 발동 문제를 둘러싸고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와중에 자민련은 국회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몽니로 또하나의 난기류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자민련은 교섭단체 요건을 10석으로 낮추는 국회법 개정안이 상정조차 되지않고 있는 것에 반발, 국회의 주요 표결에 불참하고 있다.

하지만 자민련의 이같은 태도는 자민련 출신의 이한동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가 제출한 각종 안건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 그래서 결국 자민련이 교섭단체 요건 완화 대신 한국신당과 민국당을 끌어들여 ‘소3당 연합’으로 돌파구를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0/07/1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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