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도덕주의로 무장하고 있는 아마추어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불거진 갈등은 좀더 낳은 사회로 가는 과도기적 진통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심각하고 우려스럽다. 갈등 하나하나가 많은 서민에게 한도를 넘는 불편과 짜증을 주고 있지만 그저 제풀에 꺾여 끝날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특히 요즘에는 이익집단의 시위가 사법당국의 엄포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은 국민의 애원조차 아랑곳 하지 않고 그야말로 ‘죽기살기’식으로 치닫는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의사들이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해 진료를 거부하더니 은행원은 총파업을 공언하고 있고 심지어 고등학생마저 학교를 박차고 나와 법원 앞에서 판결을 번복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삭발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익집단이 자기 이익을 조금이라도 지키려는 노력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곱지 않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의사 대부분이 집단폐업에 찬성했고 90%가 넘는 은행원이 총파업을 지지했으니 나름대로 무엇인가 절박한 사정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와중에서 확실한 중심을 잡고 중재를 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개혁을 어렵게 주도해온 정부는 힘센 이익단체인 의사에게는 질질 끌려다니면서 결정적으로 권위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정부가 확고한 원칙과 치밀한 대책없이 개혁의 정당성과 여론에 의지해오다 그동안의 헛점이 한꺼번에 터진 꼴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명분과 여론만으로 어설프게 밀어부치기에는 너무 복잡다난해졌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원칙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도덕주의로 무장하고 있는 아마추어들이 판치는 정부는 국민에게 고통만 줄 뿐이다.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7/1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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