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 인터넷사이트 급증, 영역도 다양화·전문화

“아줌마가 세상을 바꾼다. 힘내라 아줌마 얍.” 어느 신문사 광고 문구다. 아줌마도 정보력만 갖추면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의 이 광고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아직까지는 남자 중심 사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버 세계에서만은 절대 그렇지 않다. 요즘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아줌마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서울 양천구 신월 7동에 사는 주부 이재기(41)씨는 최근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 있다. 컴맹이던 그녀가 인터넷과 친해진 것은 지난 3월 정보통신부 주관 주부 인터넷 교실에 다닌 뒤부터. 이제는 인터넷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매일 아침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는다.

다음날 식단을 짜기 위해서다. 그동안 어떻게 식단을 짜야할지 몰라 가족들의 영양을 소홀히 했던 게 항상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요즘은 아침마다 여성전용사이트의 요리코너를 뒤져 가족을 위해 멋진 식단을 준비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퇴근 후에는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아이의 숙제를 돕기 위해 교육사이트에 들어간다.

또 가끔씩 경매사이트에 들어가 싼 값에 물건을 구입하기도 한다. 이씨는 “주로 요리와 교육을 많이 이용하는 데 여성전용사이트에 들어가면 볼거리도 많고 내용도 풍부해 시간가는 줄 모른다”며 인터넷을 예찬한다.


주부들은 컴퓨터 앞으로…

여성전용사이트가 주부들을 컴퓨터 모니터 앞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선영아 사랑해’라는 기발한 광고로 유명해진 마이클럽닷컴(www.miclub.com)의 경우 출범 3개월 만에 회원수가 45만명에 이르고 하루 1만 명씩 회원이 늘고 있다.

아줌마닷컴(www.azoomma.com)은 4월 오픈 이후 이미 조회수가 30만이 넘었다.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미즈플러스(www.msplus.co.kr)도 매일 60~70명씩의 꾸준한 회원증가를 보이고 있다.

여성전용사이트의 강점은 육아, 건강, 재테크, 다이어트 등 여성들이 관심 가지는 분야에 대해 차별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

또‘일하는 엄마’ ‘주부만세’‘인기녀(인생의 기로에 선 여자들)’ 등 다양한 여성 동호회를 마련, 여성만을 위한 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미즈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 정은지(36)사장은 “여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 남자들에게 말 못하는 고민들을 털어놓을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여성 사이트 설립취지를 설명했다.

1998년 까지만 해도 여성네티즌 수는 남자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의 온라인 광고자료 조사업체인 에이디 렐러번스사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중 미국내 인터넷 사용자의 48%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올해는 인터넷 사용자의 50%를 넘었다.

이 정도까지는 안되지만 우리 나라의 여성 인터넷 이용자 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야후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여성 인터넷 사용자는 약 600여만명으로 인터넷 전체 인구의 약 30% 정도. 올해 내로 40%대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3월부터 정보통신부가 주부를 대상으로 인터넷 교실을 운영하면서 여성들의 인터넷에 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방문자의 75%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이 주도하고 있다.


사이트·회원 꾸준한 증가세

여성 전용 인터넷 사이트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포털 사이트인 야후코리아에는 아이지아(www.izia.com), 이매진(www.imagine.or.kr) 등 여성전용사이트가 200여개나 등록돼 있으며 등록 신청도 하루 평균 5~6건으로 늘고 있다.

마이클럽닷컴의 이수훈 마케팅 국장은 “그동안 인터넷 시장은 너무 남자 중심이었다”며 “여성 인터넷 시대를 앞두고 시장 선점을 위해 지난해 부터 사이트 개설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마이클럽닷컴은 구매력이 큰 여성들을 겨냥, 7월 중에 전자상거래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대형 인터넷 업체의 참여도 활발하다. 야후코리아는 20~30대 여성층을 주요 타깃으로 ‘리빙’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야후코리아 마케팅 담당 김병석씨는 “아직까지는 여성이 인터넷 취약그룹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앞으로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PC통신업체인 유니텔도 6월 12일 한국화장품과 업무제휴를 맺고 여성전용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으며 네띠앙도 최근 화장품, 미용정보를 제공하는 ‘화장품 테마파크’를 선보였다.

C일보, S그룹과 같은 오프라인 선두기업도 여성 사이트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들은 “남성들은 콘텐츠 중심의 사이트에 관심을 갖고 있는 반면 여성들은 실제 구매를 위해 인터넷 쇼핑을 한다”며 마케팅 전략이 여성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암시했다.


"여성고객을 잡아라"

기존 백화점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주부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대거 빠져나가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들은 지난 6월 온라인 쇼핑몰 디자인을 대거 변경하는 등 인터넷에도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여성사이트의 영역도 점차 다양화하고 넓어지는 중이다. 그동안 주로 쇼핑몰 위주였으나 이제는 여성전문보험(www.insu.co.kr), 여성전용경매(www.carmega.com) 사이트도 등장했다. 여성만을 위한 여러 가지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

최근에는 여성만을 위한 인터넷 데일리 매거진도 문을 열었다. 매일 15~20건의 새로운 기사를 매일 업데이트, 여성들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여성전용사이트들이 여성들의 소비만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여성전용주차장, 여성전용카드, 여성전용여행권까지 다양한 여성전용상품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은 여성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는 탈선의 위험마저 안고 있다. ‘소비자를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의 김재옥 사무총장은 “최근 여성전용사이트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대부분 상업적 목적에 치우쳐 있는 게 현실”이라며 “여성들은 이럴 때일수록 더욱 신중하고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의도야 어떻든 인터넷은 이제 여성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도 비견되는 사이버 세계. 어쩌면 그곳은 여자들만 산다는 아마존 왕국이 될지도 모른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7/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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